[어젯밤 톡] SBS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 - 엄마와 딸, 낯선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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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왜 여기 있어?”

“네가 왜 여기에?”

우연히 만난 엄마와 딸. 얄궂게도 그 장소가 이혼 변호사 사무실이다.

▲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SBS

“뭐? 이혼? 미쳤어? 이제 와서 왜 이혼을 해? 다 살아놓고.”

“다 살아?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돼.”

“30년 동안 참고 살았으니까 조금만 더 참으면 되잖아.”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데? 니들 대학 들어가면 이혼해야지, 시집가면 이혼해야지, 그러고 버텼어. 그러는 너는? 겨우 3년 살아놓고 무슨 이혼? 강 서방이 바람을 펴, 보증을 서.”

“몰라, 그냥 싫어. 그 인간, 그냥 다 싫어!”

“변호사님. 나는요, 이혼하려고 30년을 준비한 사람입니다. 근데 얘는 그냥 싫어서 이혼한대요. 아니 그럼, 대한민국에서 한 집에서 사는 부부가 어디 있습니까? 얘 좀 말려주세요.”

그 긴 세월을 다 살아놓고 왜 이제 와서 이혼을 하려고 하냐는 딸, 고작 그 짧은 시간을 살아놓고 왜 벌써 이혼을 생각하느냐는 엄마.

엄마는 30년간 남편이 바람피운 증거사진, 자신에게 욕설을 한 녹취 파일, 몰래 빼돌린 재산 내역서 등을 한 상자 가득 가져와 보여준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엄마의 행동을 마주한 딸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내가 이혼하러 왔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한 심정은 엄마도 마찬가지.

두 사람 모두 이혼을 하고 싶어 사무실을 찾았지만,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래 살았으니까”, “아직 얼마 안 살았으니까”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단다. “내 사정은 이러이러하지만, 너는 대체 왜?” 라는 태도는 모녀지간에서도 어김없다.

한평생을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을 엄마와 딸도 서로의 낯선 모습을 본다. 이혼하겠다는 상대방의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건, 결국 엄마와 딸도 서로를 온전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남녀관계는 두 사람만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다. 자기 자신이 아니고서는 누군가를 완벽히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내 친구를, 가족을, 내 옆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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