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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집회 사실관계, 외신만큼도 보도 못한 공영방송

[비평] KBS·MBC, 불법·폭력에만 집중…경찰차벽 '위헌' 헌재 결정 짚지 않아 김세옥 기자l승인2015.04.20 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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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주말 연이어 열린 추모집회와 문화제에 경찰은 말 그대로 ‘강경’ 대응했다. 지난 18일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은 차벽 전용 트럭 등 차량 470여대, 172개 중대 1만 3700여명을 동원해 세종로 네거리와 광화문광장, 경복궁역 일대의 통행을 원천봉쇄했다.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이 살포됐으며 유가족 21인을 포함해 100명 가까이 연행했다.

경찰의 이런 모습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이었던 지난 16일부터 계속된 것으로, 한국앰네스티는 지난 17일 “한국 경찰이 불필요한 경찰력을 사용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해산하려 한 것은 모욕적 처사이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놀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부적절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유가족 모두에 대한 모욕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 세월호 1주기 이후 첫 주말인 18일 오후 '세월호 참사 범국민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들 또한 한국 경찰의 강경 진압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이어갔다. 외신전문번역매체인 <뉴스프로>에 따르면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은 지난 주말 동안 열린 세월호 추모문화제와 경찰의 대응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간헐적으로 시위가 열려온 광화문 광장에서 계속된 연좌농성과 청와대로의 행진은 시위자들이 불법으로 시위를 한다고 말하는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금요일(17일)과 토요일(18일) 밤에 경찰은 긴장의 순간마다 페퍼 스프레이-국제앰네스티가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불법’이라고 부르는 조치를 군중들에게 사용했다.

(…중략) 토요일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주변에 단단하게 외벽을 만들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면서 경찰은 사흘째 세월호 침몰 추모 행사 중인 군중들을 성공적으로 (차벽) 안에 묶어 놓았고, 보통 때 같으면 번잡하고 관광객으로 가득찬 광화문 근처에 일반 시민도 다니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또한 서울 수도에서 주요 교통로와 주요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차단해 서울 시내의 상업 활동을 마비시켰다.”

영국의 국제 통신사인 <로이터>도 지난 18일 추모문화제와 관련해 경찰 당국이 1만 3000명의 경찰과 470대의 경찰버스를 서울의 도심의 주요도로에 배치했고 100명을 연행했다고 보도했다.(About 13,000 police and 470 police buses were deployed in the area around Seoul's main ceremonial thoroughfare and 100 protesters were arrested, an official of the Seoul Metropolitan Police Agency said.) 또 청와대로 향하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버스를 이용해 차벽을 만들고 물대포와 페퍼 스프레이(캡사이신 최루액)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전했다.(Police said they used buses to barricade marchers' route to the presidential Blue House, and deployed water cannon and pepper spray.)

앞서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의 차벽설치에 대해 “시민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행동자유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4월 19일 KBS 1TV <뉴스9> ⓒKBS 화면캡쳐

양적 균형조차 맞추지 못한 세월호 추모 문화제 보도

그렇다면 이 상황에 대한 한국 공영방송들의 보도는 어땠을까. 지난 19일 KBS는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아홉 번째에 관련 리포트를 배치했다. <경찰 “세월호 집회 불법·폭력사태 엄중히 대응”>이라는 제목의 해당 리포트는 “어제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서 벌어졌던 불법 행위와 폭력사태에 대해서 경찰이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는 앵커 멘트로 시작했다.

<뉴스9>는 해당 리포트에서 “시위 과정에서 경찰 인력 70여명이 다치고 차량 70여대가 파손됐으며, 장비 300여점이 파손되거나 시위대에 빼앗겼다”, “경찰은 집회와 시위 중 발생한 경찰관 폭행과 장시간의 도로 점거 등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 엄중 대응하기로 했다”, “부상을 입은 경찰관과 파손된 차량 등에 대해선 집회 주최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 등 경찰 발표를 앞세워 보도했다.

KBS <뉴스9>는 해당 리포트에서 추모문화제 주최 측의 “유가족과 집회 참가자 11명도 다쳤다”, “차벽을 설치해 놓고 일반인의 통행까지 금지한다는 건 공권력 남용”이라는 반박도 전했다. 그러나 추모문화제가 격렬해진 이유, 즉 “왜”는 없었고, 경찰이 파손됐다고 밝힌 70여대의 차량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차벽’을 만들기 위해 사용됐다는 점 등도 해당 리포트에선 지적하지 않았다.

더구나 해당 리포트는 기계적 형평조차 맞추지 못했다. 1분 34초 분량의 해당 리포트에서 앵커 멘트를 포함해 경찰 측의 입장은 1분 4초 동안 전해졌지만, 주최 측의 반박은 16초(1분 4초~1분 20초)에 그쳤다. 남은 14초는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경찰의 엄중 대응 방침 속 이달 하순 노동계 파업 등 대규모 집회 시위가 잇달아 예고돼 있어 양측 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KBS <뉴스9>는 지난 18일에도 “행진하려는 참가자들과 막아서려는 경찰이 광화문 곳곳에서 충돌했다”며 “만 명 넘는 참가자들이 도로를 행진하고 경찰이 차량 400여대를 이용해 길을 막으면서 도심은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표현으로는 참가자들의 막무가내 행진이 도심의 혼잡을 촉발한 듯 읽히지만, 경찰은 이미 집회 이전부터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 선후가 틀리게 인식될 수 있는 보도인 것이다. 또 차벽으로 이용된 경찰 버스 등을 미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화면에 담았지만, 세종로네거리와 광화문광장, 경복궁역 일대를 에워싸고 있던 차벽의 실체는 전달하지 않았다.

또 다른 공영방송인 MBC의 메인뉴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20번째에 <‘세월호 집회’ 참가자 경찰과 또 충돌>이라는 리포트를 배치했다. 17초 분량의 해당 리포트는 앵커가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전달됐다. 집회가 열렸다는 첫 문장,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연행됐다”는 두 번째 문장이 전부였다. 영상 또한 차벽으로 설치된 경찰버스를 시민들이 흔드는 모습을 담았다.

다음날인 19일 <뉴스데스크>에선 17번째에 <경찰 “세월호 시위 폭력행위자 엄단”>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배치했다. 32초 분량의 해당 리포트에선 주말 시위를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엄단 방침을 밝힌 경찰의 입장이 21초 동안 전해졌고, 경찰의 진압이 과도했다는 주최 측의 입장은 11초에 그쳤다.

▲ 4월 19일 MBC <뉴스데스크> ⓒMBC 화면캡쳐

지난 18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현직의 한 경찰관은 부숴진 경찰버스 사진과 함께 “이 사진 보면 볼수록 화나지 않습니까?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구입한 경찰버스를 시위대가 부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로이터>의 제임스 피어슨 기자는 “지금 세금이 낭비되는 걸 문제 삼는 거라면, 전경들이 집회 참가자 수보다 두 배나 넘게 투입된 건 마찬가지로 세금낭비 아닌가요? 전경도 국민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건데 말이죠”라고 꼬집었다.

외신에서도 전하는 주말 동안의 세월호 추모 문화제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 관계를, 그리고 외신 기자도 지적하는 경찰의 과한 대응의 문제를 한국의 공영방송은 “불법”이라는 경찰의 시선과 같은 선상에서 보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언론인들이 직접 마련했던 ‘기레기는 사라졌나’에 대한 질문을 던진 토론회에서 모두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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