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앞에 침묵한 MBC 시사·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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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민실위 보고서 통해 비판 …“교양국 해체 6개월의 결과” 비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4월 16일 전후로 MBC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세월호’를 볼 수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언론사로서 사회적 의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가 20일 발행한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인 지난 16일 <재난특별기획 기적의 조건-스페셜> 방송(2014년 5월 20일・25일 방송)을 내보낸 것 외에는 PD들이 제작하는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준비된 세월호 특집을 볼 수 없었다.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지난 19일 방송된 ‘세월호 1년, 잊지 않겠습니다’ 편이 유일한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이라 볼 수 있는 셈이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재난특별기획 기적의 조건> 재방송, ‘보험사의 두 얼굴’ 편, <리얼스토리 눈> ‘10년 만에 검거: 신출귀몰 무속인 사기꾼’ 편, <다큐스페셜> ‘거리의 피아노’ 편. ⓒ화면캡처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 ‘PD수첩’ 등 세월호 아이템 볼 수 없어

<재난특별기획 기적의 조건-스페셜>도 새롭게 마련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 방송된 프로그램을 ‘재편성’한 것이며, 그나마 내용도 세월호를 직접적으로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스웨덴 에스토니아 호 침몰 사건 등 외국의 재난을 소개하며 해당 국가가 어떻게 재난에 대처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세월호 1주기 기간(4월 13일~19일) 동안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는 보험사의 횡포를 다룬 ‘보험사의 두 얼굴’ 편(14일 방송)을 방송했으며, M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다큐스페셜>에서는 피아노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거리의 피아노’ 편을 방송했다. 또한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은 1주기 당일인 16일 ‘10년 만에 검거: 신출귀몰 무속인 사기꾼’ 편을 방송하는 등 세월호에 대한 아이템을 볼 수 없었다.

MBC본부는 “프로그램 아이템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시의적인 적절성은 분명 존재한다”며 “세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이 굳이 세월호 1주기인 4월 16일 즈음에 맞추어 방영되어야 할 이유를 시의적으로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상일 시사제작국 부국장(<PD수첩> CP)은 “<PD수첩>에서 세월호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시사매거진 2580>에서 (세월호 1주기) 아이템을 하는 걸로 정리가 돼서 그렇게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KBS <추적60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 멈춰버린 1년’ 편. ⓒKBS

KBS・SBS 등 세월호 특집 마련…JTBC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세월호 1주기’

반면 MBC를 제외한 KBS와 SBS에서는 세월호 1주기 특집 방송을 마련했다. SBS는 4월 16일 당일 지난해 11월 세월호 수색 작업이 종료됐을 때 방송된 특집 다큐멘터리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2014년 11월 9일 방송)과 구조작업 이후 민간 잠수사들의 애환을 다룬 <뉴스토리> ‘상처뿐인 잠수사, 그는 왜 법정에 섰나’ 편(15일 방송), 9명의 세월호 실종자와 그 가족의 삶을 조명한 <궁금한 이야기 Y> ‘세월호 1주기 여전히 4월 16일을 살아가는 사람들’ 편(17일 방송)을 방송했다.

KBS는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세월호 특집을 준비했다. KBS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서는 지난 11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잃어버린 1년’ 편을 방송했으며, 18일과 25일에는 ‘안전기획 2부작’을 방송하고 있다.

또한 지난 15일과 16일 세월호 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 <천개의 바람, 천개의 기억>이 방송됐으며, 14일 <시사기획 창>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통렬한 반성을 쏟아냈던 우리 사회가 과연 달라진 모습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 ‘세월호 1년, 우리는 달라졌나’ 편을 방송했다. 이밖에도 KBS에서는 특집 생방송과 좌담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밖에도 OBS 경인TV에서도 세월호 1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집으로>를 방송했으며, JTBC 예능 프로그램 <썰전>에서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관련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한 JTBC 예능 프로그램 <썰전>. ⓒ화면캡처

MBC노조 “교양제작국 해체시킨 회사의 저의를 증명하는 사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MBC본부는 “교양제작국이 해체된 지 6개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이한 MBC의 민낯이었다”며 지난해 10월 교양제작국 해체가 낳은 “논의 구조의 실종”에서 빚어진 사태라고 지적했다.

MBC는 지난해 10월 “상암시대를 열며 핵심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라고 밝히며 조직개편을 단행,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바 있다. 당시 MBC는 공영성과 공익성의 가치를 담은 프로그램을 생산해온 교양제작국의 해체를 결정하면서 콘텐츠 R&D 역랑 강화와 인포테인먼트 개발의 필요성을 그 사유로 들었다.

MBC본부는 “4월 16일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 모든 선수들이 노란 리본을 달아도 관중들이나 시청자들에게 당연했던 것은 그 행동이 그 날에 대한 보편타당한 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 공영방송 MBC의 시사・교양-다큐멘터리가 취해야 할 당연한 태도는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식의 편성과 방송이 국민의 재산을 사용하고 있는 공기(公器)로서의 태도란 말인가? 이것이 교양국 해체의 목적이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본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일선 PD들의 자기검열일 수도 있고, 프로그램 기획자들의 의도적 회피일 수도 있다. 문제는 MBC 교양장르에서 ‘세월호’라는 거대 사건은 마치 성역처럼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사교양국에 이어 교양제작국을 해체시킨 회사의 저의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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