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완구 국무총리가 고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의 3천만원 수수 의혹과 잇따른 거짓 해명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이에 대해 ‘이 총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KBS 뉴스해설이 보도본부장의 요구로 수정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는 ‘총리 구하기 위해 해설까지 바꾸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강선규 KBS 보도본부장이 이완구 총리에 대한 뉴스해설의 수정을 요구해 바꿨다”고 폭로했다.
지난 17일 KBS 1TV <뉴스광장> 2부에서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으로 나갈 예정이었던 뉴스해설이 방송 전날 녹화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정혼란 우려된다’로 제목과 원고, 해설위원이 바뀐 채 방영됐다는 것이다.
KBS본부에 따르면 강 본부장은 방송 전날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에 해설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목과 클로징이 아직 이 시점에서는 빠르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 본부장의 문제제기에 못마땅하게 여긴 해당 해설위원이 회사에 복귀해 재녹화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자 강 본부장은 해설위원 교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날 해설위원은 백운기 위원으로 교체됐고 클로징 멘트는 다음과 같이 수정됐다.
수정 전 멘트 : 앞으로 총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말의 신뢰를 잃어버린 총리···. 과연 그러한 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들입니다. 당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앞으로 열흘간 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는데 자신의 코앞에 닥친 현안들 때문에 과연 국정이 눈에 들어올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정 후 멘트: “이완구 총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잘 새겨야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과 온갖 의혹에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달라는 뜻일 겁니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난 지금 국정을 이끌 책임은 어찌됐든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있습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슨일이 있어도 국정혼란은 막아야 한다는 각오를 이 총리는 더욱 다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뉴스해설’은 개인의 주관적 견해가 아니라 회의를 통해 합의된 해설위원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라며 “‘뉴스해설’에 대한 강 본부장의 수정 요구는 내용상으로도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부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 방송편성규약’은 제4조 2항에서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내외의 모든 간섭과 압력을 배제하여 방송의 독립을 지켜 나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뉴스 해설 수정 요구와 더 나아가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설까지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우리는 이 같은 사태를 명백한 ‘KBS 방송편성규약’ 위반이자 심각한 공정방송 저해 행위라고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 본부장은 지난 1월 31일 <뉴스9>에 보도된 ‘총리 후보자 양도소득세 논란···날마다 바뀌는 해명’ 기사를 취재 기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KBS 홈페이지와 포털 등에서 삭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KBS본부는 강 본부장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임시 공정방송위원회 소집을 사측에 요구했다.
한편 강 본부장은 뉴스해설에 대해 “바뀌기 전이나 후나 똑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저널>은 강 본부장과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은 강 본부장은 <PD저널>임을 밝히자 “회의 중”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