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다음 소설은 내 얘기 쓰는 게 워뗘? 아이고, 참 내 인생도 말하자면 왔다장보리 저리 가라여.”
“어머, 그래요? 어떠셨는데요?”
“아휴, 참나, 내가 열여섯 살 되던 해에 중매로 시집을 가게 생겼는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이내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어릴 적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는데 그 남자가 바람을 피웠더라는, 그래서 상대여자 머리채를 잡았더라는 뭐 그런 뻔한 이야기.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지만, 실은 어디서나 흔히 들을 법한 진부한 인생 이야기.
“워뗘? 내 얘기 쓸 만하지?”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돌아오는 말, “에이, 너무 평범하잖아요. 내 인생에 비하면 별 것 아니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한 편의 소설에 버금갈만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 난 이렇게 살았어, 어때 놀랍지?
하지만 막장드라마보다 막장 같은 이런 세상에서 한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결혼 이야기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너무 ‘평범’하고 ‘별 것 아닌’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녀의 삶.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정말 ‘소설 같은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