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뿌리깊은 미래’, 제작진의 잘못된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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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On Air] 방심위, 중징계 결정…“한국전쟁 남침 표현 미사용 심의 대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지난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KBS <뿌리깊은 미래> 1부(2월 7일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벌점 2점) 조치를 결정했다.

<뿌리깊은 미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KBS가 제작한 2부작 특별 다큐멘터리로, 광복 이후 국민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구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방심위는 해당 방송이 정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한국전쟁을 다룰 때 ‘남침’이라는 표현을 빠뜨리는 등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지 않아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항과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일시: 2015년 4월 23일 오후 3시 전체회의

■참석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속 위원 9인 전원(박효종 위원장, 김성묵 부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고대석·박신서·윤훈열·조영기·하남신·함귀용 위원)

■관전 포인트

① ‘남침’ 표현 미사용은 심의의 대상인가.

② 제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큐멘터리에는 여러 시각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③ 심의 내내 언급되는 영화 <국제시장>

■예상 위반 조항

-제9조(공정성) 1항: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하여야 한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 KBS 1TV <뿌리깊은 미래> ⓒKBS

■심의 On Air

함귀용 위원(이하 함귀용): 해방 이후 6.25 전쟁을 겪은 우리 민초들의 생활상을 조명해보겠다는 그런 제작의도는 알겠지만, 나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방송에서는 ‘서울 수복 후 부역자 처리 문제가 뚜렷한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정확한 죄명도 모르고 사형당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표현을 썼다. 부역자들은 그런 식으로 처리된 적이 없다. 우리 정부는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임시특례법을 만들었고, 부역자 혐의를 받은 사람들은 민간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국선변호인도 선임해줘서 변호사가 변론을 하기도 했다. 당대 최고 변호사라는 분들이 국선변호사 자처해서 부역자를 변론했다. 이게 진실이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내려와서 우리 인민들 12만 8000명을 학살했다. 그 학살에 대해서는 소위에서 상세히 말했으니 보면 알 거고, 어느 지역에서는 장작더미에 70명을 올려놓고 불 질러 죽이기도 했다. 우리 민초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 잃고 죽었는데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오히려 수복 이후 재판에서 충분한 변론까지 받고 처벌한 것에 대해 팩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방송을 했다. KBS는 허위사실을 방송해 객관성을 심하게 훼손했다.

두 번째는 흥남 철수 사건이다. 흥남 철수는 너무나 유명한 사건인데,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 의회에서 ‘미국 독립 이후 5대 전투’ 중 하나로 뽑혔다. 당시 미국 언론들과 서방 언론들은 흥남 철수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탈출에 성공한 군사작전이자 피난민을 한 명이라도 더 탈출시키려 한 휴머니즘’이라고 평가헀다. 이게 전세계가 흥남철수를 보는 시각이다. 최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통해 여러 국민들이 흥남철수에 대한 진실을 많이 알게 됐다.

이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 흥남철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냐. 군사물자를 다 버리더라도 국민 하나라도 더 살리려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전쟁이다. 전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참전한 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런 전투에 대해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마치 원자폭탄 떨어질까봐 피난간 것처럼 묘사하고, 부두에 상당수 사람이 있는데 미군이 폭파시켜 버렸다, 이런 식으로 마치 미군이 피난민이 남아있는데 폭파함으로써 죽인 것 같은 그런 뉘앙스를 주는 방송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방송이 상당수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생각한다. 법정제재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더한 제재도 하고 싶지만 지난 번 의견진술 하러 온 관계자 분께서 자기들 스스로도 이 제작된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우리한테 사과하고 했기 때문에, 내 개인적으로 생각한 수위보다 한 단계 낮춰서 냈다. 그 밖에도 소년병 문제 등 소소한 문제들이 있지만 사소한 실수들은 있을 수 있고 프로그램에 시간적 제약 있어서 생략할 수 있으니 다른 건 언급하지 않았다.

장낙인 상임위원(이하 장낙인): 일단 가장 문제가 된 것이 함 위원이 지적했듯이 부역자 처리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다. 공식적인 재판을 받은 경우는 기록에 남아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개인적인 형벌을 내린 경우는 기록이 없다. 그런데 의견진술자가 제시한 내용이 여러 가지 있는데 회고록, <악마의 손톱자국>이라는 책, 당시 계엄사령부 법무부장관의 증언, 당시 동아일보 기사, 국가기록원 부역자처리문제 내역 등이 있다. 함 위원 말대로 공식기록은 없지만 이런 사례들로 볼 때 부역자에 대한 사적인 형벌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흥남철수와 관련해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워싱턴 <중앙일보>에서 이병희 워싱턴 재향군인회장을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미국 군함과 상선 등에 탑승했지만 타지 못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라는 내용. 또, 2010년 5월 국민일보 기사에도 소설가 이호철 씨가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원자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무작정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는 증언이 있다.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만든 것 같다.

65년이 흐른 역사를 120분 짜리 프로그램에 다 담을 순 없다. 그리고 120분 분량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건 일부다. 60분 분량에 65년의 역사 흐름을 담은 것.

민원인이 제시한 사항들을 보면 남녘이라는 표현을 썼다, 남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2부를 보면 그런 남녘이란 표현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남침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2부 내용 간단히 말하자면 아픔과 절망을 치유와 희망으로 바꾼 힘이 바로 대한민국 뿌리다, 라는 내용. 그리고 임시수도인 부산에서의 생활, 그 가운데 우리 경제 숨통 틔운 게 미국의 원조물자였다, 이를 통해 미국은 풍요와 동경의 상징으로 각인되었다는 내용도 있고. 또, 1·4후퇴 이후 서울 수복하고 재건사업으로 폐허를 다시 일구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휴전협정 시작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많은 국군들이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희생되었다는 내용, 그리고 우리나라 산업 재정비 노력하는 상징적인 모습으로 경성방직을 보여준다.

...

말미에 상처와 절망을 치유와 희망으로 바꾼 힘이 대한민국의 뿌리다, 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 프로그램이다. 중간 중간에 소년병과 관련한 문제라든지 일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문창극 총리후보자 보도 심의할 때 많이 나온 얘기 중 하나가 맥락을 봐야한다는 것. 이 작품이야말로 맥락을 보고 판단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1, 2부를 다 통하는 내용 중에 부분적으로 아까 말한 소년병 문제나 대구 폭동과 관련한 논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체 맥락으로 볼 때는 이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을 비하하거나 남침 표현을 쓰지 않음으로써 6.25 전쟁을 발발한 주체를 은폐하려 한다거나 이런 내용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의견제시.

함귀용: 장낙인 위원이 제시한 객관적 자료들이 있는데, 그걸 거꾸로 뒤집어 봐라. 부역자 처리 과정에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도록 정부는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모든 노력을 다하려는 흔적을 보여 준 자료일 수도 있다. 근데 여기 멘트는 ‘뚜렷한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누군가 나에게 빨갱이라 외치면 검거됐다, 정확한 죄명도 모른 채 사형 당했다.’ 이 멘트를 보면 마치 국가에서 죄 없는 사람 잡아다가 그냥 사형한 것처럼 표현한 것. 지금 KBS나 장 위원이 말한 자료들은 오히려 그 당시 정부가 얼마나 부역자 문제 처리 과정에 억울하게 희생 당하는 사람 없게 얼마나 최선 다했나 증명하는 자료 될 수 있다.

장낙인: 함 위원 말 맞다. 정부에서 노력했다. 그리고 가둬진 사람들 특사해서 풀어줬고. 다만 사형 당한 게 국가에 의해 재판을 받고 사형 당했단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적인 원한, 민치에 의해 사형당한 것 얘기하는 것이지 국가에 의해 정당한 재판받고 사형당한 사람들을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신서 위원(이하 박신서): 사실 이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현재는 잘 살게 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그리기 위한 것이다. 그것도 일반인의 시각에서 일반인이 해방과 근대화 과정에서 겪은 여러 갈등, 아픔의 극복을 그린 프로그램. 그런데 여기서 모든 사건에 다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역병 얘기할 때도 갈등 극복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고, 흥남철수도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의 극복을 얘기하기 위해 넣은 것이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건설됐는지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표현의 잘못은 있지만, 다만 기획의도를 봤을 때 그 표현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따져서 나온 건 아니라고 보여진다.

고대석 위원(이하 고대석): 다큐멘터리가 모든 사실을 다 담을 순 없다. 그런데 너무 중요한 팩트를 빠뜨렸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건 북한군의 남침이다. 그 멘트가 길지도 않고 그냥 한마디면 되는데 그런 중요멘트가 빠뜨렸다는 것. 다큐라는 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건데 역사 아는 사람이야 괜찮지만 젊은 세대들이 볼 때 어떻게 전쟁이 났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 또 피난민이 건너고 있던 한강다리가 폭파됐다, 그건 군 관계자 짓이었다, 이렇게 표현하면 마치 정부가 지시해서 폭파해서 피난민이 죽은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의도를 넣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도대체 뭐냐, 우리 정부가 피난민을 죽였단 말이냐고 오해가 가능하다. 흥남철수 전쟁 나고 유엔이 들어와 작전권을 넘겼다, 이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왜 넘겼냐. 전쟁 능력 없었으니까 넘긴 거 아니냐. 이런 간단한 중요한 멘트를 넣어줬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빠뜨렸다.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장낙인: 남침 문제는 사실 다 아는 얘기다. 그리고 2부를 보면 얘기가 다 나온다. 그리고 소위에서도 말했지만, 한강다리 폭파시킨 것도 대통령이 도망가서 걱정하지마라, 이런 방송한 내용도 빠뜨렸지만 그것 가지고 문제 삼을 순 없다는 얘기다.

함귀용: 그렇지만 ‘총격전은 3.8선 부근에서 으레 있었던 일이었다’라는 멘트는 남침 유도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맨날 하는 얘기다.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80년대 사관인데, 그런 멘트를 봤을 때 나는 이 제작자가 중요멘트들을 생략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뺐다고 본다.

윤훈열 위원(이하 윤훈열): 같은 사안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참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중요한건 심의위원회가 과연 어떤 걸 심의를 중점적으로 해야할 것이냐, 그리고 주관적 요소가 가미된 창작물에 대해 이런 디테일을 갖고 우리가 심의를 해도 되는 것인가, 이런 회의감이 좀 드는 상황이다. 이 다큐의 기본적인 목표는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서 현재 우리가 이런 아주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자율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걸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이고 내용이다. 남침이라는 건 일반적 상식인데, 축약과 여러 가지 다큐 속성과 기법, 그리고 제작자 의도와 방향성, 이런 부분에서 맥락을 봐야지 이렇게 지엽적으로 표현했냐 안했냐 잣대를 들이대면 그건 전체주의적이고 국민 획일화로 다양성을 없애는 것이다. 이게 오히려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요소라고 본다.

특히 제작의도는 일반인들의 시각 속에서 담담하게 역사를 아주 객관적으로 보려는 그런 시각이다. 역사가 좋은 것만 우리 역사일 순 없다. 부끄럽지만 극복한다는 의지 다지는 것도 올바른 역사의식이라고 본다. 과거의 그런 현실적 상황을 극복해서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을 잘 건설했다는 작품 맥락을 봐야지, 여기서 표현 하나 하나, 남침이 들어갔냐, 안 들어갔냐, 이런 문제를 따지는 건. 제작자에게 사람들이 왜 우리 시각에 있는 얘기를 안 집어넣느냐고 주장한다면, 창작이라는 게 어딨고, 다큐에서 누가 작품을 만들어가겠냐.

제작자가 만들고자 했던 그런 의도들이 잘 반영이 되어져서 그게 정말 건전한 사회의 의식을 바라는 것들이었느냐, 보편적인 우리 가치들을 범하는 것이었느냐에 대한 판단이 되어야지. 이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념적인, 그런 이데올로기적인 판단의 잣대 갖고 들이대는 건 특히 우리 방심위에선 아주 신중해야 된다고 본다.

왜냐면 이 나라는 한쪽 입장만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우리사회가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가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심위 기준 잣대가 남침 표현 썼느냐 부역자가 어쨌느냐 이런 지엽적인 부분으로 심의하다보면 또 다른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할 부분에 대해 신중성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게 심의에 올라온 것 자체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여기에 의견제시를 내는 것 또한 이 상황을 인정하는 부분이 되기 때문에 난 ‘문제없음’으로 의견 내겠다.

조영기 위원(이하 조영기): 역사는 그 국가의 정통성,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기반이다. 6.25 전쟁 남침을 우리는 다 인정하고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역사 관련 다큐는 국가 정체성,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부역자를 어떻게 처리했는가 이전에 부역자가 왜 발생됐는가에 대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북한을 추종하는 사회주의자들이 한국에 상당히 많았다. 이 사람들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부역자들로 인해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을 때, 왜 부역자 문제가 발생됐는가부터 시작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이런 다큐멘터리 같은 게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발전을 요소로 만들어졌어야. 왜 하필 부정적인 문제를 갖고 나왔는가. 이런걸 우리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특히 근현대사 관련 다큐 만들 땐 굉장히 조심해야할 문제들이 여기엔 분명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북한이 왜 남침 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굉장히 간과하고 있다. 북한이 남침한 이유는 사회주의 체제를 한국에 심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물론 기획의도는 좋았지만 이 다큐멘터리 처음 출발은 나빴다고 생각.

그래서 나는 경고 내겠다. 조항은 객관성과 관련된 14조.

윤훈열: 조 위원 말씀에 동의 안 하는 게 아니고, 남침 상황이나 그 의도에 대해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단지 그런 내용이 안 들어갔다고해서 이 시각의 잣대로 심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거다.

함귀용: 역사 다큐는 어느 사관을 갖고 제작했느냐 평가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이 내레이션 쓴 작가는 80년대 잘못된 사관을 갖고 있다.

윤훈열: 그렇게 예단하면 안 된다.

함귀용: 예단이 아니라 그 80년대 사관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는지 곳곳에 나온다.

윤훈열: 그 말은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 보다는 더욱 객관화시켜서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재조명해보자는 사관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럼 앞으로 모든 역사다큐에는 남침얘기가 다 들어가야되나?

김성묵 부위원장(이하 김성묵): 지금 논의들이 다 중요한 관점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토론을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건 피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근현대사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다뤄야할 게 끝이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너무 이 논리에 침몰되는 부분은 피해야 된다. 그리고 역사 부분은 앞으로 통일 후 20, 30년 후에나 결정될 문제이므로 지금 섣불리 예단하거나 하는 건 심의에 도움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효종 위원장(이하 박효종): 부위원장의 말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늘 논란 되어온 문제니까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다 얘기할 필요는 없다. 민원이 들어왔으니 거기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의견 내면 될 것 같다.

하남신: 개인적으로 우리 소위원 다섯 분이 왜 이렇게 간극의 차이가 났을까 생각해보니 주제와 소재가 한국전을 다루고 있어서 혹시 이것도 상당히 이념적 이슈로 받아들이고 민감하게 논의하고 결정한 게 하나의 원인 아닐까 추측한다.

이 프로그램은 부역자 문제 등에서 팩트 검증을 정확히 하지 아니하고, 그 점에서 소홀했다. 그래서 이 다큐가 지녀야할 역사적 사실이나 팩트의 중요성을 간과해서 공영방송으로서 이념적으로 오해받거나 논란 일으킬 빌미를 제공한건 국가기간 방송으로서 KBS의 영향력이나 위상을 감안했을 때 사려 깊지 못했다.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 피하기 어렵다.

한국전을 재조명하고 근현대사를 재조명 하는 것에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갈등이 늘 빚어지고 그 논쟁이 아직도 계속 있다. 그런데 작품을 심의하는데 있어서는 위원들 간에 역사논쟁하고 이념논쟁 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내가 파악하고 이해하기로는 젊은 작가와 제작진들이 나름대로의 정의감, 설익은 정의감으로 인해 좀 멋을 내고자 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과거에 배워 온 역사를 재해석해보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는데, 그 멋을 잘못 부린 것 같다. 그래서 기획의도는 좋았는데, 본의 아니게 진실검증에 소홀했고, KBS가 결과적으로 논쟁과 시비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은 공영방송으로서 신중치 못했다.

이런 걸 감안했을 때 내가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 소위원회에서 경고와 의견제시로 간극이 생겼는데,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공영방송 책무를 소홀히 한 측면 등을 감안해서 우리가 조정을 하자. 이 논의 자체가, 이 위원회가 이념공방의 산물로 결정하는 게 아니고 순수하게 작품 기획의도와 작품성격만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는 걸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이념적 접근을 빼고 심플하게 합의를 이끌어내서 중간단계인 주의나 권고로 절충해서 통일된 의견으로 합의하면 어떨까. 우리가 이념적으로 매몰돼서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기획의도와 작품성, 제작진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객관적으로 결정했다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개인 의견은 보류하되 그 간극을 감안해 절충해서 단일안으로 의결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드린다.

굳이 나의 견해 말하자면 나는 간극 간의 절충점으로 ‘주의’ 의견 정도로 합의하면 상당히 합리적이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박효종: 이 프로그램은 한국 현대사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웠으면서 민족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기의 삶을 조명하려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그렇다면 KBS의 다큐는 <국제시장> 정도의 공감은 아니더라도 시청자에게 답답함과 혼란을 유발하는 사태는 피했어야 한다. 다큐작가는 국민 상당수가 살아온 실존적 체험을 때로는 몰가치적으로 때로는 냉소적 시선으로 재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 다수의 민원 들어오는 사태 발생 했다.

난 개인적으로 세 가지 정도 지적 하고 싶다.

다큐작가가 1.4후퇴 두고 ‘서울이 텅 비었다. 비록 고될지라도 많은 사람 움직일 때 같이 움직여야 별 탈 없었다.’라고 했다. 과연 그랬나. 우린 자유 찾아 결연한 심정으로 집을 떠난 것일 뿐, 나중에 별탈 없이 고향에 돌아오기 위해 피난한 것이 아니다. 그런 멘트는 자유를 위해 동분서주한 국민 상당수의 체험적 역사성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우리 삶 속에는 다큐작가가 직접 혹은 행간 통해 지적한 것처럼 부조리나 모순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점에서만큼은 다르다. 북한치하 주민들처럼 노예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그런 것이다.

내가 봤을 때 이 다큐의 가장 큰 문제는 전쟁의 참혹성과 몰가치성만 부각시킬 뿐 우리가 왜 싸웠는지 그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큐작가는 ‘더 슬프고 더 비참한 고통을 주는 능력이 전쟁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전쟁보단 평화가 좋다. 그러나 비굴한 평화보다는 비장하게 싸워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6.25 전쟁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인간을 신처럼 섬기는, 노예 삶을 강요하는 체제에 맞서서 목숨 걸고 싸우는데 왜 그 진정한 의미를 폄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소년병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큐 작가는 말한다. ‘학생들도 동원됐다. 15살 앳된 학생도 전쟁터로 나갔다. 그들을 소년병이라 불렀다. 소년병 3천명 중 2400여명이 전쟁터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렇게 말한다. 크게 잘못된 멘트다 .우리에겐 소년병 없었고 오로지 학도병이다. 학도병은 동원 되지 않았고 모두 자원입대했다. 다큐작가는 학도병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이라도 읽어봤나. 학도병은 5만 여명이었고 그 중 7천여명이 목숨 바쳤다. 자유 지키기 위해 펜 대신 총을 들고 싸운 학도병들을 은연 중 아프리카 철없는 소년병이나 IS의 소년병을 연상시키는 용어를 쓴 게 가당키나 하냐.

KBS 다큐는 마지막에 ‘참 치열하게 살았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개되는 스토리를 보면 기회주의자처럼 피난가고 혹은 살기위해 요령 있게 처신한 것이라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우린 그렇게 살지 않았다. 품위 있는 자유인으로 살려고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처럼 국민 상당수가 온몸으로 느낀 체험적 역사성에 눈을 감았기 때문에 국제시장을 보고 감동하며 눈물 흘린 사람들이 KBS 다큐 보면서 불편해 했던 것이다. 나는 KBS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경고’ 의견.

하남신: 아까 제안했듯이 단일안으로 합의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다른 위원들도 공감한다면 의견조정을 하고, 견해가 달라서 굳이 그럴 것 없다고 판단한다면 다수결로 하자.

박효종: 나도 합의 중시하므로 하남신 위원에 공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의견 갈릴 수 있는데 우리가 역사문제를 재단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다만 나온 민원에 대해 나름대로 답변하는 작은 입장. 그런 입장에서 위원들 의견도 그렇고 다수결로 결정하는 걸로 하겠다. ‘경고’로 결정.

∴적용조항: 제9조 제1항, 제14조

∴제재수위: 경고 5명, 주의 1, 의견제시2, 문제없음 1로 법정제재인 ‘경고’(벌점 2점)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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