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TV 최대 9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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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모든 방송이 광고에 목매는 ‘제로섬’ 현실 재확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24일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또 그동안 스포츠 경기 중계에서만 가능했던 가상광고를 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 보도 프로그램에도 허용하기로 했으며, 공공기관의 협찬고지 범위도 넓혔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다.

1년여 동안 이해 당사자인 방송사업자들과 학계 등 전문가, 언론·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한 개정안이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케이블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 유료방송 측에선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쏠림 우려를 여전히 전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방송 측은 광고총량제의 물꼬만 틔웠을 뿐 여전히 중간광고와 가상·간접광고 등에 있어선 유료방송과의 비대칭규제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9분 자유롭게 광고 편성…유료방송 10분 12초

방통위에서 이날 의결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광고총량제 도입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앞으로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100분의 15에서 최대 100분의 18 범위 내에서 다양한 형식의 광고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상파 TV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최대 100분의 15까지만 가능하다. 이는 인기 프로그램 전후 시간에만 광고가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유료방송은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평균 100분의 17에서 최대 100분의 20의 광고총량이 허용됐다.

지상파 방송은 광고총량제 도입 이전 프로그램 전후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와 토막·자막·시보 광고 등을 시간당 약 10분 편성할 수 있었으나,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실제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9분(최대 10분 48초, 프로그램 광고는 최대 9분으로 제한)으로 줄었다. 반면 그동안 시간당 광고총량제 적용을 받던 유료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로 바뀌면서 평균 10분에서 평균 10분 12초(최대 12분)로 소폭 늘어났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등의 내용을 포함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지난 4월 8일 전체회의 당시 모습. ⓒ뉴스1

가상광고 제도도 손질했다. 현재 가상광고는 스포츠경기 중계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모두 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 보도 프로그램에서도 가상광고가 가능해졌다. 당초 입법예고안에는 교양프로그램까지 가상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나, 시청자가 광고와 정보를 혼동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제외했다.

간접광고의 경우 방송프로그램 흐름과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새로 도입했다. 입법예고안에는 특정 상품의 기능을 시현하는 방식의 간접광고도 허용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맡고 있는 내용심의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외했다. 유료방송의 경우 가상·간접광고 시간이 방송프로그램의 100분의 5에서 100분의 7로 확대했다. 지상파는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협찬고지와 관련한 부분도 개정이 됐는데, 방송광고 금지품목을 일부 제공하는 이에게도 방송광고가 가능한 품목에 대해선 그 품목명의 협찬고지를 허용하기로 했으며, 공공기관과 공익법인의 방송광고 금지품목에 대해 공익성 캠페인 협찬과 공익 행사 협찬을 허용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그밖에 현재 유료방송에만 허용하고 있는 중간광고 시작 직전 자막과 음성 등으로 고지하도록 했다.

이날 개정된 내용 외에도 방통위는 향후 방송광고 금지품목 확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과거엔 방송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봤기 때문에 방송광고 금지품목을 광범위하게 설정했지만, 현재는 (방송에서 금지된) 병원광고만 하더라도 인터넷과 지하철 등 옥외광고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한 유료방송의 광고시간 확대 요청과 관련해 “종편을 비롯한 PP(채널사용사업자)들이 시간당 지역 케이블TV 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평균 2분의 큐톤(지역 광고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광고총량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 요구하고 있지만, 시청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수용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케이블 방송 초기부터 25년 동안 지속된 큐톤 광고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편 등 마구잡이 허용, 방통위 정책 실패 확인시킨 논의 과정

이같은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기까지 지상파와 유료방송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업자들의 갈등은 저마다의 보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정된 자원인 ‘광고’에만 모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방송구조의 현실을 재확인 할 수 있었던 과정이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방통위에서 다룬) 그 어떤 안건보다 오랜 시간 내부 논의와 이해관계자 의견청취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방송광고 시장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종편 등 유료방송,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이 서로 상대의 이익을 빼앗아야 생존 가능한 ‘제로섬’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과 관련해 고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반성을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미디어 기업의 존재 이유에는 수익을 추구 외에도 공정 책무 또한 있는데 광고제도 개선 논의가 너무 재원 확보 문제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방송·언론정책이 시장의 수용 여건과 별개로 신규 사업자를 계속 내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위원회 스스로 뼈아프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광고재원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네 개의 종편과 한 개의 보도채널 설립을 승인한 데 대한 지적과 반성으로 읽힌다.

허원제 부위원장은 모든 형태의 방송사들이 하나같이 광고에만 목을 매는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허 부위원장은 “미디어 시장은 크게 △공영방송의 수신료 △광고 △유료방송의 수신료 등 3개의 주요 재원으로 운영이 되는데, KBS·EBS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34년 동안 월 2500원에 묶여 있고, 유료방송의 수신료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3분의 1, 4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게 책정이 돼 있다 보니 모두가 광고로 재원을 확보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허 부위원장은 “지상파의 경우 원래 재원의 주요 부분이 광고이나 유료방송마저 가입자에게 받는 수신료보다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 가니 광고시장이 과열되고 그 여파로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장이 열악해진 부분이 있다”며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한류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지상파 방송의 재원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논란 끝에 허용된 광고총량제로 늘어나게 될 수익이 지상파 방송에서 생산하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되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광고제도 개선 이후 권고 혹은 조건에 준하는 약속이 있으면 한다”며 “늘어난 광고수익을 방송사 내부의 임금인상이나 복지 향상 등에 허투루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광고주들의 프로그램 개입, 상업방송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은 이날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오늘(24일) 의결은 방송광고제도 정상화의 첫 발일 뿐”이라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해선 환영하면서도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종편과 유료방송에 대해선 더 많은 광고시간을 허용하는 등 그간 누려온 광고제도 특혜를 더욱 확대·강화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 방송에 대해선 중간광고 금지 등의 비대칭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신유형 광고 개발 등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통위에서 이날 의결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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