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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닥터’의 폐해, 신해철 의료사고 논란 잊은 방통위

[위클리포커스] ②방송광고 규제완화 더해 의료광고 허용 추진하겠다니… 김세옥 기자l승인2015.04.29 0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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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지난 2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하며 대대적인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 이번엔 포함하진 않았지만 방통위는 향후 방송광고 금지품목에 대한 규제완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당시 최성준 위원장은 “과거엔 방송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봤기 때문에 방송광고 금지품목을 광범위하게 설정했지만, 현재는 (방송에서 금지된) 병원광고만 하더라도 인터넷과 지하철 등 옥외광고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광고 금지품목 중에서도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완화 의견을 우선 제시한 것이다.

현재 의료광고와 전문의약품광고, 주류(17도 미만은 오후 10시 이후 허용), 조제분유, 조제분유 등은 방송광고 금지품목으로 묶여 있다. 모두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방송광고 금지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협찬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광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 분야가 그렇다.

▲ 지난 1월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BS 드라마 <미녀의 탄생>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46조(광고효과) 1항 4호와 5호 위반으로 법정제재인 ‘경고’(벌점 2점) 처분을 했다. ⓒSBS 화면캡쳐

방송법에 따르면 간접광고는 방송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해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특정 장소명이나 물품의 로고 등을 가리지 않고 보여준다면, 이는 간접광고다. 반면 협찬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나 물품, 용역, 인력, 장소 등을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제공받은 장소나 제품명 등은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해야 하고, 프로그램 말미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는 크기로 협찬사를 고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간접광고와 협찬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일례로 지난 1월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BS 드라마 <미녀의 탄생>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46조(광고효과) 1항 4호와 5호 위반으로 법정제재인 ‘경고’(벌점 2점) 처분을 했다. 전신 성형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지방흡입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의 피트니스 센터로부터 협찬을 받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방송광고는 물론 협찬고지가 금지된 해당 병원의 명칭을 일부 변형한 로고와 해당 병원의 캐릭터, 그리고 해당 병원의 특징적인 색상의 의사가운 등을 수차례 등장시켰다. 사실상 해당 병원에 대해 광고효과를 준 것이다.

이 드라마보다 더한 경우도 있다. 일부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사와 병원으로부터 무료 시술과 수술뿐 아니라 제작비의 일정 부분을 협찬 받는다. 병원의 경우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협찬을 할 순 있지만, 협찬 사실을 알릴 순 없다. 다시 말해 협찬고지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무료 시술과 수술 등을 제공한 병원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아도 출연자인 의사 자체가 바로 광고로 기능할 수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25일 <머니투데이>는 한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제작사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보낸 촬영협조 공문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해당 제작사는 성형외과에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하며 협찬으로 외주 편집 비용 400만원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병원과 의사의 신뢰도보다 협찬비를 얼마나 부담하는지, 그 우선순위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에서 병원과 의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검증 안 된 ‘쇼닥터’의 양산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지난해 의료사고 의혹 속 사망한 가수 고(故) 신해철씨 등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사회 곳곳에선 개선책 마련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2014년 10월 27일 의료사고 논란 속 사망한 고(故) 신해철의 모습. ⓒ뉴스1/공동취재단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은 의사가 출연료 이상의 금품이나 간접광고 등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제공받아선 안 되며, 방송출연을 위해 방송관계자에게 금품 등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선 안 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3일 미용성형 광고를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수술 전후 사진·영상이나 환자의 치료경험담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광고와 영화 상영관, 지하철 역사나 차량, 스크린도어 등의 미용성형 광고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면신문이나 온라인매체, 인터넷 카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벽보, 전단 등에서의 미용성형 광고를 계속 허용하고 있어 금지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무분별한 성형과 병원에 대한 광고의 위험성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 영역에 대한 규제를 풀자는 방통위원장의 인식과는 정반대의 현실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사실상 지금도 의료광고가 금지돼 있다지만 병원 협찬을 통한 광고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몰이를 한 병원이 돌연 폐업하는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광고를 허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방송 실상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며, 나아가 방통위가 국민 건강은 아랑곳 않는 어이없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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