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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야 할 전원일기

|contsmark0|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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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농촌 출신이기도 하려니와, 늘상 시골로 돌아다니는 처지에 휑하니 비어가는 농촌의 현실을 모른체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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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만 올라가면 누군들 시골 출신이 아니랴. 서울이 고향이라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한 번 얼굴을 쳐다보던 것이 겨우 3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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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아버지들의 고향이며 장차 우리 또는 자식들의 고향이 될지도 모르는 농촌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농촌의 현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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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갓난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 이미 수십 년이다. 아이들이 없는 것은 젊은이들이 없다는 증거요, 인구의 재생산이 정지했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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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가 넘은 노인들도 아직 농사를 짓는다. 이대로 10년쯤 지나 노인들마저 다 사라지면 별장지나 휴양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도시 주변의 경치 좋은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농촌은 황무지로 변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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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다시 살아나야 한다. 농촌이 살아야 지방 소도시가 살고, 그래야 지방 대도시가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십 수년이 지났어도 유명무실한 것은 그 기반인 농촌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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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농촌의 인구가 거의 모두 대도시로 몰리면서 대도시는 점점 지옥이 돼가고 있다. 이제는 일상 생활처럼 느껴지는 각종 재해와 사고, 범죄, 환경오염, 질병 따위를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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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몰려 사는 탓이다. 대도시 문제는 농촌 문제와 동전의 양면이다.이미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귀농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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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낳아봤자 한두 명인데, 먹고 살 수만 있다면 도시보다는 농촌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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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같으면 아이들 교육문제가 걸림돌이 되었을 테지만, 이제는 자식들이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게 하는 것은 오히려 정서 발달에 좋다고 생각하는 추세다. 이는 대안교육이 하나의 화두가 되는 시대적 조류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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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농촌의 경제적 기반은 여전히 너무 취약하다. 귀농인들 중에는 그나마 도시에서 모았던 돈을 까먹고 다시 도시로 떠나가는 사람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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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최소한의 생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농산물 수입으로 농산물 가격은 한없이 떨어지는데,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늘어난다. 무엇 하나 농사지어 수지맞출 수 있는 것이 없다. 늙은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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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 정부의 지원 없이 농민들이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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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출국의 농민들도 자국 정부의 크고 작은 지원을 받아 농사를 짓는다. 얼마 전 중국은 한국이 자국의 마늘을 수입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휴대전화 제조원료를 사지 않겠다고 버텨 한국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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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한국의 마늘 농가는 몰락할 위기에 처했지만, 한국 정부는 수출기업들로부터 거두는 세금으로 농가에 보조금 지급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내 고향엔 키도 작고 가냘픈, 과수원 하는 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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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뙤악볕에서 죽어라 고생하고도 가을에 한번도 활짝 웃지 못하는 누이다. 명색이 언론사에 다닌다면서 농촌의 현실에 대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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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mbc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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