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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한학수 PD에게 언론을 묻다

[현장] 언론영화콘서트 두 번째날 영화 '제보자' 주인공을 만나다 김연지 기자l승인2015.04.30 16: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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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그냥 가실 줄 알았는데 남아주셨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한국의 언론 현실에 관심이 많은 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처럼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어야 우리 언론도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늦게까지 감사합니다.”(임순례 감독)

늦은 밤, 작은 영화관에 가득 자리 잡은 사람들은 영화가 끝나고도 한 시간이 되도록 자리를 뜨지 않았다.

  ▲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과 한학수 MBC PD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과 한학수 MBC PD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언론영화콘서트 ‘언론의 길, 영화에 묻다’ 두 번째 날. 이날 상영작은 MBC <PD수첩>팀의 황우석 사태 취재를 다룬 영화 <제보자>였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임순례 감독과 영화의 실제 모델 한학수 PD와의 대화에서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냈다. 상영관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 아쉽게 장내를 정리해야 했다. 뜨거웠던 밤, 그 날의 대화를 정리했다.

▲ 임순례 감독. ⓒPD저널

임순례 감독(이하 임 감독): 2005년 MBC <PD수첩>의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관련 보도 이후 한 PD가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엮어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됐다.

관객: <제보자>는 2005년도에 일어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당시 사건은 우리나라 언론이 진실을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후 10년이 흐른 지금의 현실을 보면, 한 PD는 제작현장에서 쫓겨나 있고 MBC의 어떤 예능 PD는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가 됐다. 10년이 흘렀으면 진화가 되어도 시원찮을 판에 퇴보가 되고 있다.

▲ 한학수 MBC PD. ⓒPD저널

한학수 PD(이하 한 PD): 임순례 감독이 질문하신 분의 문제의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황우석 사태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룰 수 있다. 과학사기 문제로 볼 수도 있고 국가 간의 대결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저널리즘을 중점적으로 두고 만드셨고, 그 문제의식이 영화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지금 본의 아니게 제작일선을 떠나있어서 개인적으로 불행하고, 제작일선에 빨리 다시 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그런 날이 오겠죠.

임 감독: 그래도 영화의 힘이 대단한 게, 작년에 MBC 상암동 신사옥 스케이트장 관리직으로 발령이 났다가 영화의 힘으로 그건 아니지 않냐는 항의 때문에 그보단 좀 나은 곳으로 바뀌었다.(웃음) 난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방금 한 PD가 말했다시피 사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다른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었고, 제보자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었다. 사실 난 처음 이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무슨 의미를 갖고 이 사건을 다시 들출 것이냐에 대해서도 고민이 됐다. 근데 제작자가 나에게 아까 말한 한 PD의 저서를 줬다. 굉장히 두껍고 과학적인 용어로 점철된 전문적인 책이었는데도 난 그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나서 아, 이건 내가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생각의 중심에는 한 언론인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거대하고 강력한 적들, 그 적이라는 것은 정부가 될 수도 있고 언론사 고위간부가 될 수도 있고 황 박사를 지지하던 국민들이 될 수도 있는데, 그 거대한 적들과 맞서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한 언론인의 태도에 대한 깊은 감동이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다면 나도 겪게 될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건 이 분과 제보자의 어려움에 비하면 비교되지 않는 작은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럼 용기내서 이 영화 만들겠습니다” 했다.

한 PD: 그 책을 내가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처음 취재 시작하는 날, 영화에서는 부장으로 나오는 최승호 팀장(현 뉴스타파 PD)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학수야, 이건 법원에 간다. 반드시 법원에 간다. 그러니까 기억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래서 내가 원래도 꼼꼼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꼼꼼하게 모든 걸 다 기록했고 그걸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책을 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불가피하게 쓰게 됐다. 과학사나 언론계에 1차 사료로 남겨야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논문에 인용되는 사건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근거자료를 남기자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됐다.

국내 언론에서 이걸 밝혀줘서 차라리 다행이란 얘기에 상당히 공감한다. 당시 제보자였던 현 강원대 류영준 교수가 나중에 회고하길, <PD수첩>에 제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6개월, 혹은 1년이 지난 후에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외신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얘길 했다. 그럼 사건은 훨씬 더 커지고 망신도 더 심하게 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국내 언론에서 풀어헤쳤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관객: 영화에서 다수의 무지한 사람들이 침묵하고 마스크를 쓴 채 촛불시위를 하는 장면이 소름끼쳤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 없고 행동하는 것도 옳은 것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임 감독: 2005년도에만 해도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언론 위상과는 굉장히 달랐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건 진실이라고 거의 믿었던 시기다. 그래서 아마 MBC에서 한 PD가 만든 <PD수첩>을 보기 전까지는 아마 대다수 대중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본다. 그건 우매하고 판단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당시 황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기사들을 보면 추호도 그 진위에 대해 의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언론이 객관적으로 진실 보도하는 것을 방기했던 거다. 일반인들은 그만큼 언론을 믿었던 거고,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는 이런 방송이 없었다면 줄기세포가 가짜일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결국 한 명의 언론인, 한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진실을 수호한 그 자체가 한국 언론사에 굉장히 중요하고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덧붙이고 싶은 건, 일반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이 언론을 대할 때, 언론에서 양측의 입장들을 다 보도한다면 그것에 대한 판단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PD수첩>에 반하는 다른 방송도 있었는데, 그 두 가지의 방송을 본 후 어떤 게 더 진실성 있고 상식적인 주장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그 판단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똑같은 자료를 보고도 진실 되지 않은 것에 쏠린다면 그건 판단한 사람의 책임일 것이다.

관객: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지만, 취재하면서 대내외적인 압박이 심했을 것이다. 그런 압박이 들어오면 내면의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인데, 취재하면서 긴 시간동안 내면의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한 PD: 사실 제보를 받은 날부터 두려웠다. 영화에도 나왔듯이 제보자가 나에게 진실이 먼저냐, 국익이 먼저냐 물었는데 나는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국익이라고 답했다. 제보자는 날 시험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가장 두려웠던 건 황 박사의 2번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걸 미국 피츠버그에서 확인했을 때였다. 그 결과를 메일로 확인하고 당시 조연출이던 김보슬 PD와 환호했다. 그런데 5분 남짓 환호하고 나니 너무 두려웠다. 초등학교에 교과서에도 나오고 고등학교 생물1에도 나오는데.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막판에 YTN 사태가 나고 궁지에 몰렸을 땐 더더욱 두려웠다, 어찌할 바 모를 정도로. 그 두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경황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느낌이었다. 이건 아니잖아, 하는 그런 느낌. 그게 제일 컸다.

관객: 영화 말미 PD가 사장이 가는 차를 막고 절규하듯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도 사실인가?

한 PD: 나는 그 장면이 참 울컥했다. 당시 나의 심정을 너무 잘 드러내서 표현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님(임순례 감독)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꼈고(웃음), 그걸 보면서 울었다. 그러나 지금 방송 강령을 외우진 못합니다!(웃음)(*영화에서 주인공 박해일은 방송 강령을 읊으며 사장을 설득한다.)

사장이 타고 있는 차를 막는 장면은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는 당시 최문순 사장을 방송 며칠 전에 최승호 부장하고 내가 직접 독대를 했다. “그래서 방송할겁니까, 말겁니까!” 하고. YTN 사태가 났을 땐 최문순 사장도 이게 아닌가, 고민하고 그랬지만 며칠 지나고 나서 사안이 좀 더 전개되고 팩트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확신을 가진 것 같다. 방송하자. 다만 이걸 어떻게 비밀리에, 방해 없이 방송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를 했었다. 영화에서는 그걸 좀 더 극화시켜서 표현한 것이다.

관객: 당시 나도 황 박사의 연구업적을 기뻐하면서 믿다가 <PD수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화에서 대학교를 찾아가 교수진들 앞에서 황 박사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는데, 도저히 피해갈 수 없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질문지를 작성해간 모습에 정말 노력한 모습이 보여서 정말 감사했다.

국익과 진실 중 PD께서는 진실을 택했는데,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특히 지금 한직으로 가셨다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꼭 힘내시고 용기 잃지 마시기 바란다.

한 PD: 감사하다.

관객: 지금 대학생이다.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데, 선배 언론인으로서 예비 언론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가져야 할 덕목, 신념 등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한 PD: 영화에서는 담당 PD가 왜 저렇게 싸우는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원래 저런 애구나. 왜 저렇게 죽도록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뚜렷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PD에게 난치병을 앓는 가족이 있다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그렇다거나, 그런 건 없다. 그냥 PD는 밥 벌어먹으려고 하는 거다. 자기 일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임 감독이 그 부분을 아주 건조하게 영화에서 그려주셨는데, 난 그게 임 감독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건 없었다. 그냥 저널리스트니까. 팩트를 보도하고, 팩트에 기초해서 판단하는 것은 내 몫만은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이 팩트를 구성해서 전달하면, 그것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전달자? 혹은 파수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정도의 소명이 아닌가 싶다.

▲ 영화 <제보자> 포스터.

임 감독: 이 영화의 제목은 ‘제보자’다. ‘제보자’라고 하면 관객들은 유연석 씨가 맡은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근데 사실 실제 주인공은 박해일 씨가 맡은 역할이다. 언론인이 주인공인데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느냐 질문했을 때, 제목을 처음 지은 제작자가 나를 설득한 근거는 언론인도 또 다른 제보자라는 것이었다. ‘제보자’라는 게 본인의 양심에 의해서든 신념에 의해서든 진실에 눈감지 못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알리는 것을 뜻하지 않나. 그러니까 언론인도 진실을 알리는 제보자의 역할이다, 그래서 그 제목을 썼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그 제목을 쓰게 된 거다. 영화에선 잘 표현이 이렇게 안돼서 말로 설명해야 된다는게 슬픈데.(웃음)

어쨌든 진실에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널리스트가 진실을 외면한다면 국민들은 이 거대한 구조 속에서 진실을 알 길이 도저히 없다. 언론인은 진실의 메신저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아주 소중한 존재이고, 난 영화 통해 이 분들이 이렇게 중요한 일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또, 나는 어떤 보도가 있을 때 그 팩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팩트를 통해서 사실과 본질을 이해하고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핵심, 본질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건이 있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팩트를 통한 어떤 본질의 이해, 핵심의 이해라고 생각한다.

관객: 영화에서 취재 중 제일 위기에 봉착했을 때가 피츠버그에서 연구원에게 검찰조사 곧 들어간다면서 증언을 요구했던 부분이다. 실제로도 이게 꼬투리가 잡혀서 다른 언론사에서 공격하는 수단이 됐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한 PD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차 싶으셨나.

한 PD: 당시 YTN에서 오후 3시부터 계속 방송을 했고, 다음 날 일부 신문들은 ‘황 교수를 죽이러 왔다’, ‘황 교수를 무릎 꿇리려 해’ 등을 헤드라인으로 담았다. 그리고 MBC는 항복을 하고 <PD수첩>을 잠정 중단했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난 모르겠다.

피츠버그에서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환호하던 날, 나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새벽이 오면서 여기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 다리에 흙이 묻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서 했던 말은 그게 다다. 죽이러 왔다,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당시 그런 엄혹한 상황에서 그런 험한 말을 내가 했겠나. 녹취록 전문이 <프레시안>에 공개돼 있다. 내가 한 말은 “황 교수가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다.” 그게 핵심이다. 난 검찰수사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세금을 받고 그런 사기를 쳤으니까.

그런데 나에게 적용된 죄는 이 취재원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연히 알려줌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것. 여기에 대해서는 언론학자들도 의견이 다 다르다. 이건 세월이 조금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이게 죄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속에 있는 생각을 다 말한 것뿐이다. 그리고 말하지 않았다면 김선종 연구원은 당연히 이게 심각한 국면이라고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취재를 잘했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난 그 말을 했고, 언론윤리로 본다면 경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게 정말 죄인지 아닌지는 나도 아직 잘 확신이 안 선다. 이게 과연 언론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인지는 내심 수긍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논단할 일은 아니다.

임 감독: 이미 관객분께서 질문하실 때 꼬투리라는 표현을 써주셨는데, 나도 그게 꼬투리 잡히는 정도의 가벼운 실수라고 생각했다.

▲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과 한학수 MBC PD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관객: 취재라는 건 양측을 모두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 황 박사 측 취재는 어떻게 했나.

한 PD: 영화 속 국장으로 나온 분의 실제 인물은 최진용 국장인데, 당시 최진용 국장, 최승호 선배, 나 셋이 딱 모여서 내가 요청을 했다. 이거 잠입취재 해야 한다고. 그게 빠지면 취재가 안되니까 날 숨겨달라고. 어떻게 숨기냐고 국장이 물어서 나를 한국 생명공학 다큐멘터리 팀으로 위장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 피츠버그 가기 전에는 한국의 생명공학 다큐멘터리 3부작을 만드는 사람으로 위장해서 취재를 했다. 물론 국장이 단서를 달았다. 이건 오래갈 수 없다, 신분을 속이고 취재한 것에 대해서는 방송 프롤로그에 공개할 거다. 그래서 공개하라고 했다. 취재 초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까지도 공개하라고. 뭐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는데 그 많은 내용들은 다 내 책 안에 잘 나와있다.(웃음) 잡으면 못 놔. 무협지보다 더 훨씬 지독해요. (웃음)

임 감독: 그래서 처음에 한 PD가 극본보다 실제가 더 재밌는데 왜 자꾸 극화하려고 그러냐고 그랬다. 그 말을 들을 걸 그랬다.(웃음)

관객: 영화에서 계속 반복되는 대사 중에 ‘진실’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데 팩트라는 건 정말 하나인 것인가. 언론사마다 표방하는 입장과 주장하는 사실이 다르다. 무수한 팩트 사이에서 가끔 피로감을 느낀다.

한 PD: 팩트가 뭘까. 나는 기본적인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언론도 본다. 기본적인 사실도 취재하지 않고 팩트 자체를 거짓으로 내세우는 저질 언론도 본다. 근데 조금 더 나가면 몇 가지의 사실을 갖고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몇가지의 사실을 갖고 어떻게 들여다 볼 것인지는 당사자의 몫이다. 주변적인 사실 몇 가지를 갖고 본질과는 다른 내용으로 엮어내는 건 아주 정파적이고 왜곡된 창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사실과 진실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개별 사실들을 열거한다고 해서 그게 진실을 담지는 않는다. 그리고 개별 사실들이 맞다고 해서 그게 진실을 담지도 않는다. 그건 나의, 우리의 과제다.

사실을 선택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자기 선택이고 자기의 창이다. 어떤 사실을 선택하는 것, 팩트를 고르는 것 자체도 하나의 관점이 들어간 것이다. 관점이 없는 선택, 관점이 없는 초연한 글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게 어느 하나도 없듯이.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고민할 뿐이다. 내가 모은 사실들이 얼마나 진실을 반영할 것인가. 늘 고민스럽다. 그건 우리 직업의 몫이 아닌가 싶다. 역사를 쓰는 역사가가 사실을 갖고 쓰면서도 거기서 본질적인 것을 끄집어내느냐 마느냐는 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잘 드러난 책, 잘 드러난 역사는 오랫동안 읽히고, 세월히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런 프로그램 하고 싶을 뿐이다.

관객: 영화에서 박사가 복제견 몰리를 쓰다듬으며 “너무 많이 와버렸다”라고 말하는 씬이 있다.

임 감독: 영화적인 설정이다. 실제 황 박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 설정에 대해 너무 과하게 호의를 베푼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근데 나는 황우석 박사를 극화한 그 인물이 사실 굉장히 나쁜 사람이고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만,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그 큰 규모의 사기는 혼자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치는 사기를 다 알면서도 혈세를 퍼부은 정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 과도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 빠진 국민들, 모든 사람들의 협조와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사기의 규모가 그렇게 거대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물론 굉장히 잘못을 했지만, 우리가 그 사람만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다 같이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그런 장면들을 넣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언론영화콘서트 ‘언론의 길, 영화에 묻다’는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영화제로, 저널리즘의 역할, 뉴스룸, 저널리스트의 활약상, 저널리즘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통해 본 언론의 중요성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각 작품이 상영될 때마다 강연 및 관객과의 대화 등의 행사도 마련돼 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다음과 같다.

4/30(목) <뱅뱅클럽>(DCP 상영) GUEST : 이희훈 오마이뉴스 기자

5/1(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필름 상영) GUEST : 강경래 고려대학교 교수


김연지 기자  onmymind@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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