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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공간空間’을 말하다

[PD vs PD] 이윤민 SBS PD-조준묵 MBC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5.05.06 07: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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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윤민 SBS PD, 조준묵 MBC PD, 안주식 KBS PD ⓒ김성헌

‘공간’. 보통 ‘공간’이라고 하면 어느 곳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집? 아파트? 회사? 혹은 제3의 어떤 곳? 그렇다면 2015년을 사는 사람들에게 집과 회사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여기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 두 사람이 있다. MBC <다큐스페셜> ‘공간 혁명 작은 집’ 편(2014년 3월 10일 방송)을 연출한 조준묵 MBC PD, SBS <SBS스페셜> ‘행복 공간 찾기’ 편(2015년 3월 29일 방송)을 연출한 이윤민 SBS PD.

<PD저널>은 서울 목동 방송회관 한국PD연합회 회의실에서 우리에게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이들에게 들어봤다. 대담 사회는 공동주거 형태의 마포 ‘성미산 마을’(서울 성산동 해발 66m 성미산 일대에 1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공동체) 내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에 살고 있는 안주식 KBS PD가 맡았다.

각각 ‘공간’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연출했거나 획일화된 공간에서 벗어나 살고 있는 이들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공간이 내게 ‘행복’을 주는지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주>

왜 ‘공간’이었을까?

안주식 KBS PD(이하 안주식): 각자 ‘공간’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윤민 PD 프로그램을 보고 ‘이건 분명 여자가 연출한 거야’, ‘이렇게 편집하는 사람은 여자밖에 없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이미지가 다르다. 큰일이다.(웃음)

이윤민 SBS PD(이하 이윤민): 다른 아이템 하다 까여서 급하게 만들었다.(웃음) 사실 <SBS스페셜>에서 그동안 몇 번 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그동안 해온, 연속적인 관심 속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같이 했던 작가가 ‘내 생에 처음 지은 집’ 편(2012년 9월 2일 방송)을 맡았는데, 그 작가가 (이전보다) 한 발짝 나가는 아이템 하려다 말았다 해서 거기서 아이디어 얻었다. 집이라는 걸 범위를 넓혀서 ‘공간’이라는 의미로 봤을 때 과연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신경건축학(공간이 인간 뇌의 인지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태동기에 있는 학문이 있는데 뇌신경학과 건축학을 연결한 학문이 있다. 그런 쪽으로 과학적 접근을 해보자는 게 하나 있었고, 집이라는 테마 외에 관심이 있었던 게 ‘제3의 공간’이다. 집이 제1의 공간, 사무실이 제2의 공간, 그리고 그 외의 공간이 제3의 공간인데, 이를 신경건축학과 연결해서 해보려고 했는데 신경건축학은 워낙 태동기라 잘 안 됐다.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환경심리학으로 후퇴했다.

안주식: 조준묵 PD의 프로그램과는 결이 약간 다르더라. 과학을 조금 도입하고, 또 공간을 확대하는 구성이었다. 조 PD의 프로그램은 내가 보기에 공동체, 마을, 그리고 아파트 획일화에 대해 약간 사회성이 있다고 할까.

▲ 안주식 KBS PD ⓒ김성헌

조준묵 MBC PD(이하 조준묵): 나 역시 아이템에 쫓겨서 만들었다.

안주식: 우리의 숙명이다.

조준묵: 실제로 찍다가 약간 더 따뜻할 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그때 방송을 때워야만 했기에 부랴부랴 찾은 아이템인데, MBC <다큐스페셜>에서도 작은 주택과 관련해 땅콩주택도 하고 했었다.
나는 내 생각을 했다. 내가 집을 지어보고 싶었고, 아직 그 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했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내게 돈이 얼마나 있지? 이 돈이면 땅은 이거밖에 못 사겠네, 이거 밖에 못 짓겠네, 작은 평수밖에 안 나오는데 살 수 있나? 이러면서. 그런데 살 수 있다더라. 실제로 (작은 주택을) 가봤더니 좁지 않더라.
나도 도움이 되고 시청자에게도 너무 아파트에 목매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전에는 당신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콘셉트라면, 실제로 사람들 고민하니까 당신도 지을 수 있는데 작은 집이 절대 작은 집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안주식: 스스로 꿈이 있었다고. 그렇다면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집들은 어떤 공간인가?

이윤민: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주 표준적인.(웃음)

조준묵: 나는 그 사이 아파트를 샀다. 작년에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까지는 집이 없었다. 실제로 (집 지을) 땅을 보러 다녔다. 물론 그전에도 보려 다녔고. 나는 집짓기만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땅을 사서 나가려니 서울에서는 택도 없었다. 외곽지역에서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와이프를 어떻게든 설득해야 했다. 그렇게 집을 짓겠다고 해서 윤허까지는 받았는데 몇 가지 조건이 있더라. 아이 볼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 이것만 충족시켜주면 가겠다, 불편해도 살아보겠다고 했는데.

안주식: 어렵다. 못 찾는다.

조준묵: 못 찾았다. 그래서 사자. 내가 아이가 어려서 안 되겠구나. 그래서 포기했다. 접어둔 상태라고 할까?

공간은 물리적일 뿐이다?

▲ 이윤민 SBS PD, 조준묵 MBC PD ⓒ김성헌

안주식: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긴 했나?

이윤민: 공동 소유 형태로 뭔가 조금 나가보고 싶고, 실행할 뻔도 했는데 소유권 문제라든지. 여러 사람이 모이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이 힘들더라. 내 친구하고도 해보려 했는데, 역시 미묘한 문제들이 있더라. 같이 하는 게 보기보다 쉽지 않더라.

안주식: 일단 보류상태?

이윤민: 나도 생각은 있는데, 이제 노후를 보낼 집을 찾아야 해서.

안주식: 내가 2012년도에 비슷한 고민을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공동주거에 사는 것은) 내 리서치나 생각과 주장이 아니라 와이프의 뜻이었다. 사실 이런 문제가 의외로 와이프가 먼저 주도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된다. 와이프를 설득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와이프가 남편을 설득하는 것은 쉽다.
와이프가 다행히 마포 성미산 마을에 공동주택을 알아봤다. 와이프가 가끔 결단성이 아주 높은데, 어느 순간 계약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계약해서 2012년에 ‘소통이 있어야 행복한 주택’이라고 9가구가 사는 서울형 공동주택이다. 거기 들어가서 살고 있다. (조준묵 PD 프로그램) 말미 부산에 있는 케이스를 보면서 우리 집하고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다.
한 번 생각해보라. 성미산 마을은 애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동네 자체가, 우리 집도 있지만, 동네 네트워킹이 잘 돼 있는 편이다. 남자들은 술 먹는 걸로. 동네가 알콜 도수가 좀 높다.(웃음) 
이제 화제를 바꾸자.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텐데, 각자가 생각하는 공간이란 무엇인가? 조 PD부터 이야기하자. 특히 공간 중에서도 ‘작다’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준묵: 김원 건축가를 만났을 때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국민주택규모(국민주택기금을 지원 받아 건설되거나 개량되는 주택으로 주거전용면적이 1호 또는 1세대 당 85㎡ 이하인 주택)가 정해진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줬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방송에는 방영되지 않았지만 (국민주택규모를 정하는 논의에) 참여했던 미국학자를 인터뷰 했는데 그 학자가 그랬다더라. (85㎡가) 너무 크다고, 이거보다 작게 하라고 말이다. 당시 시장이 김현옥 시장(제14대 서울시장, 재임기간 1966년 3월 31일~1970년 4월 15일)이 이 평수(85㎡)는 안 된다고 해서 늘렸다는 거다.
김원 건축가 이야기는 우리는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국민주택규모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최저 공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평수는 그렇게 크지 않고, 그렇게 넓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
당시 우리 집에 와서 생각해봤다. 얼마만큼의 공간을 내가 사용하고 있나. 굉장히 조그맣더라. 평일엔 거의 사용을 안하고, 휴일도 거의 정해져있고. 책 보는 공간? 그것도 아이들 때문에 거의 사용을 못한다. 이 많은 공간을 힘들게 짓고 가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겠구나 생각했다. 우리 사회, 우리가 갖고 있는 공간, 특히 주거문화에서 공간이 굉장히 인플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그런데 건축가에게 몇 평에 사느냐고 물어보면 꼭 실제 크기의 반만 이야기하더라.(웃음)

안주식: 우리는 공간이 아직까지 보여주기 공간이지, 사용한다는 개념이 별로 없다. 두 사람 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공간 개념 바뀌었을 거 같다.

이윤민: 어떻게 하면 제목에서 ‘공간’이라는 말을 안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콘셉트가 넓어서 공간을 제목에 집어넣었는데. 사람들이 ‘공간’ 하면 물리적인 공간을 생각한다. 물론 중요하지만, 너무 물리적인 공간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공간 하면 집을 생각하고, 사실 아까 말했듯이 PD들 같은 경우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고, 회사도 하나의 공간이고 자리 배치에 따라 공간 구성도 바뀐다. 그리고 건물의 의미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누가 사느냐, 내 옆에 누가 있느냐, 그 공간을 어떤 사람이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
물리적인 개념에는 투자 개념도 있을 것이다. 투자의 가치로서. 그런데 거기서 조금 넘어서서 사람들이 만드는 공간, 어떤 사람들이 있는 공간, 공간의 풍경은 무엇인가, 공간의 개념을 건물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콘셉트로 말하고 싶었다. 넓은 공간, 멋있는 공간이 중요한 건 아닌 거 같다.

창의력 가득할 것 같은 방송사라는 공간, 어떤가요?

안주식: 사례 중에 옥탑방에서 만든 ‘옥탑바’를 재밌게 봤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 옥상, 옥탑 공간을 굉장히 유용한 사용하는데, 사실 디자인의 개념이라기보다 그걸 임대한 친구가 추상적으로 설계한 자기만의 상상 공간이었다. 그런 거를 옥탑이란 곳에 구현한, 물리적이 아닌 네트워킹으로 구현해 사용하는 걸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방송사라는 데 살고 있다. 아까 말했던 제2의 공간인 주로 업무를 보는 공간인데, 방송사가 창의성과 집중도가 필요한 곳이고, 어떻게 보면 방송이란 굉장히 첨단산업이다. 우리 방송사의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SBS는 공간이 어떠한가?

이윤민: (건물을) 만드신 분들은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만들었을 텐데,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보니 환경심리학을 하는 건축과 관련된 분들은 제일 중요한 요소로 3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 두 번째로는 개인들이 모여서 대부분 팀별로 일하니 팀이 하나로 묶여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은 닫혀 있고 하나는 다른 팀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협동적인 공간. 이 세 박자가 맞춰지는 게 가장 좋다더라.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야 한다. 비공식, 공식 공간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하다. 회의실만 많이 만들어선 필요 없고, 복도를 가다가도 공식적인 공간인 회의실이 아니라 비공식 공간인 빈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이 가다가 마주쳐서 잡담도 나누고, 그런 공간이 중요하다더라. 그게 소통을 나누는 공간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구글, IT 업체와 같이 뻥 뚫린 공간이 유행하면서 우리 회사도 초반에는 그런 느낌으로 많이 갔었다.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특히 프리랜서의 경우는 더하다.

안주식: 프리랜서는 진짜 공간이 부족하다.

이윤민: 그런 고민이 부족하다. 행정파트나 PD들이 일하는 공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원수만큼 공간이 배정돼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 하는 일을 보면, PD 한 명당 5~10명으로 팀이 짜여 있는데, 밀집도는 높아졌고, 개개인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좀 의문이 있다.
업무능력과 연관이 있는 만큼 조금 더 공간에 대해서 경영자들이 신경을 쓰면 좋겠다. 환경심리학자들로부터 컨설팅도 좀 받고, 일하는 사람들, 프리랜서, PD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서 공간을 배치하면 좋겠다. 집은 다들 멋있게 되어 있는데, 이제는 그 안의 공간 배치를 생각해볼 때 되지 않았나?

안주식: MBC는 상암으로 이사하면서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서 굉장히 좋아졌다. 다른 방송사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는 MBC신사옥 내부에서 일을 해보니 어떤가?

조준묵: 일단 여의도는 너무 좁았었으니까, 뭐라 해야 하나. 상암동에 가보니 정말 큰 집에 왔네? 라는 느낌이 든다. 이윤민 PD가 해준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다. 비공식 공간.

안주식: 나도 굉장히 솔깃했다.

조준묵: 딱 와 닿는다. 방송사 뿐 아니라 그런 공간이 새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없다. 다 일하는 공간으로 배치돼 있고.

안주식: 차라리 옛날 공간이 그런 공간이 있다.

조준묵: 여긴(MBC) 자투리 공간이 없다. 사람 수에 맞춰서 해놨겠죠? 공간이 소통, 숨 쉬는 공간, 자유를 느끼는 공간일 수도 있고, 그런 공간이 있으면 마치 낭비되는 느낌이 드니까 없애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 공간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안주식: 나도 PD 초년병 시절, 스튜디오에 가면 위에 구조가 있는데, 그러니까 KBS는 부조 옆에 창으로 스튜디오를 볼 수 있는, 조명도 없고 침침한 아무도 쓰지 않는 공간이 있다. 거기 몰래 PD 몇몇이 앉아서 두 세 시간 씩 잡담한 기억이 난다. 간부들이 잘 모르는 공간이고, 알아도 묵인해주는 거다. 그건 완전 허드레 공간인데 초년병 시절 제일 기억에 남는 공간이다. 일종의 금기시 되는 영역인가? 숨겨진 동굴 같은?(웃음)
근데 확실히 방송사라는 데가 독특한 공간인 것 같다. 창의성이 필요한데. 창의성, 좀 더 이야기해 보고 싶다. 드라마는 아예 외부로 나가더라. 오피스텔 하나를 빌리던가, 콘도나, 이런 걸 빌리는 경우도 있고, 옛날 영화판에서는 여관을 빌렸다던데. 하하. 여관방에서 시나리오를 쓰면 잘 써진다고 했던가.
방송사 PD라는 직종 자체도 창의성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창의성을 공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랄까, 그런 게 없을까? 개인적 아이템 없나?

▲ 이윤민 SBS PD ⓒ김성헌

이윤민: 창의력만 있어도 되는 건 아니고 집중력도 필요하다. 살펴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천장 높낮이가 다르면 좋다더라.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고, 낮으면 집중력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천장 높이를 높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우리나라는 천장이 좀 낮다. 내가 가본 데는 다 골조를 드러내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안주식: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조 PD 생각은 어떤가?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 나는 주로 커피숍이다. 나는 커피숍을 찾으러 다니다가 한군데를 찾으면 낮에 가서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을 한다.

조준묵: 집중력이 좀 생기는 공간? 그런 공간에서 아이디어가 잘 나오고 회의가 잘 되는 거 같다. 다 같이 회의하기 전에 PD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나는 나가서 서점을 가거나 한다. 물론 서점에 가서 사람들이 무슨 책을 많이 볼까? 뭐가 아이템이 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있지만, 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바깥 있는 커피숍도 좋다. 그게 심리적으로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간이) 뚫려 있거나 천장이 높은데서 집중력이 좀 생기는 거 같다. 그런 공간을 찾는 편이다. 일단 숨을 좀 쉴 수 있어야 집중력이 생기니.

이윤민: 동전의 양면 같다.

안주식: 사람마다 다 다르니.

이윤민: 배후가 닫혀 있는 게 좋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보면 늘 뒤쪽을 의식하게 된다.

안주식: 우리는 부장이 이렇게 뒤에서….

(일동 웃음)

안주식: 우리 다큐멘터리국의 경우 칸막이를 뗐다 붙였다, 2년에 한 번 꼴로 논쟁이 붙는 것 같다. 지금은 칸막이가 없다. 칸막이를 하면 소통이 없고 있으면 산만하다.

이윤민: 그거는 문화의 차이도 있다. 나는 동의를 하는데, 미국에서 ‘오픈 스페이스’ 개념이 들어왔는데, 미국은 굉장히 독립적이다. 너무 독립화 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오픈 스페이스를 한 거고,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접촉이 많다. 끝나서도 같이 술도 마시고. 오히려 우리 문화에서는 접촉을 조금 줄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오히려 능력이 더 오를 거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프로그램에도 반영했지만, 서양이나 IT기업에서 해서 좋다고 그걸 그대로 들여오는 게 좋지는 않다.

공간=재산? 사람들에게 공간이란?

▲ 왼쪽부터 이윤민 SBS PD, 안주식 KBS PD, 조준묵 MBC PD ⓒ김성헌

안주식: 다들 ‘공간’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봤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나? 획일화된 공간에 대한 선호라든지, 보여 주기식 공간도 있을 테고, 사람들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인 거 같나?

이윤민: 내가 보기에는 보여주기 단계도 아니다. ‘재산’이다. 환금성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획일적 구조로 되어야 한다. 개인주택, 공동주택은 팔기 어렵다.

안주식: 우리는 들어갈 때 (재산성은) 포기했다.

이윤민: 재산적 가치로 접근하기에 구조에 신경을 안 쓴다.

안주식: 팔 거면 함부로 고치면 안 되잖아.

이윤민: 좋은 신호는 집값이 안정되고, 떨어질 거라 인식하기에,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집이) 돈이 안 되니까 대신에 사는 동안이라도 나한테 맞춰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여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산적 가치에서 어떤 자기를 표현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방향으로 넘어가는 과정 같다. 그런 실험도 있더라. 어떤 집을 보여주고 집에 사는 사람의 성격은 어떨까 맞춰보는 것이다.

안주식: 아, 그거 재밌겠다.

이윤민: 획일화되지 않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거 같다. 그런데 나는 하나 의문이 든다. 미국이 특히 동부 쪽, 시 외곽 쪽으로 보면 주택단지를 많이 만들었다. 지금 보면 전원주택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널찍한 집을 많이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오히려 도시가 슬럼화됐다.

안주식: 공동화(空洞化)됐죠.

이윤민: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기 집만 꾸미는 거다. 그 안에 공동체는 이미 파괴됐다. 그런 공동체를 다시 꾸미자는 개념에서 ‘제3의 공간’이 나왔다. 단순히 내 집만 잘 꾸면서는 한계가 있다. 집 개념을 넘어서고 싶었다.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벗어나서 개인 주택을 가지는 게 가능한가? 요즘 추세는 다시 도시로 몰려 살고, 자연은 자연대로 놔두자는 방식이다.

안주식: 글로벌 트렌드.

이윤민: 아파트가 살긴 편하고 효율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너무 개인 공간에 함몰될 필요는 없고, 가능하면 커뮤니티 형태가 많이 생겨야 한다. 제3의 공간, 그건 상업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지자체나 정부에서 제공도 해야겠죠. 그런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게 대안이 되지 않을까. 프로그램 하면서 걱정된 게 ‘내 집’ 개념으로만 가면 한계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내 집도 자기표현을 잘 해야겠지만, 사람이 집과 직장만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다. 집-직장을 벗어나서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 예전에는 있었다. 슈퍼에 가면 평상도 있고, 미용실도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고.

안주식: 가끔 소주가 있어서 그러지 다들 슈퍼 앞 평상에 모여 있었다. 요새는 그런 게 참….

이윤민: 많이 없어졌는데, 그런 걸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공간의 개념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안주식: 조 PD의 프로그램에서도 아파트 획일화에 대한 비판이 읽혀지더라.

조준묵: 획일화된 공간에서 벗어나고 공간에서 자기를 찾을 수 있고, 편안함을 느끼고, 이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일단 돈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도 돈이고.

안주식: 그 놈의 돈.

▲ 조준묵 MBC PD ⓒ김성헌

조준묵: 그건 환경적인 부분이다. 평생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목표인데, 그 속에서 자기 공간을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면서 찾을 수 있을까. 그건 아주 근본적인 고민이다. 땅이 작은 한국에서는 모여 살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파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파트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공간만 가지고 좋은 집을 짓자는 걸로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형태가 아파트다. 아파트를 떨궈 놓고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공허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아파트가 분명히 나아질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집 짓는 걸 망설이고 있다고 했더니 오히려 나이 들면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면 애한테도, 당신도 불행이다. 공간 자체가 주는 게 있기에 당신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재 지금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라면, 이걸 어떻게 개선하고 아파트 문화를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옆집 아이가 중국어, 수학, 영어를 한다고 우리 아이도 해야 하는 거 아니가? 이런 식의 커뮤니티 조성으로는 밑도 끝도 없다.

안주식: 나와 와이프랑 합의한 건 우리 절대 목동, 분당, 압구정은 안 들어가겠다는 거였다. 거기 들어가면 다른 아이와 비교되고, 아이의 삶이 얼마나 처참해지겠나. 한국에서 가장 안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곳이 아닌가. 그래도 공동주택까지는 좀 세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우리 사회에 이런 공간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나?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조준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능성은 아주 힘든 과정 거친 후에야 나올 수 있다. 아파트 자체 내에서도, 우리는 굉장히 웃긴 주거 문화가 있는 게, 아파트를 짓지도 않았는데 그걸 미리 사서 건설사에 돈을 주고, 건설사는 그걸로 아파트를 짓는다. 그 집이 어떻게 나올 줄 알고 미리 사나.
설계도? 주택조합을 만들어도 설계에 반영도 안 된다. 그래도 요즘은 반영하겠다는 건설사도 나타난다. 그건 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당연히 그냥 주는 떡은 없기에 이제 소비자들이 이야기해야 한다. 점점 더 세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 한다.

이윤민: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집값이다. 투자가치로서 매력이 없어졌기에 그게 오히려 공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지금을 위해 좋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인식 말이다. 팔겠다고 하면 그런 생각은 안 든다.

안주식: 나는 못질도 이제 마음대로 한다. 못질 잘못하면 뺀다. 그냥.

이윤민: 그건 참 큰 차이 인 거 같다.

살고 싶은 공간, 행복한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안주식: 마지막 질문. 살고 싶은 공간, 행복한 공간이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나?

이윤민: 공간은 사람인 거 같다.

안주식: 오~ 멋진!

이윤민: 공간은 결국… 근데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집을 잘 짓는 건 센스 있는 건축가도 많고, 환경심리학적으로나 친환경적으로 잘 지을 수 있는 분들도 많다. 물리적으로 집을 짓는 건 어렵지 않다. 집을 짓고서 그 안에서 얼마나 화목하게 살 것이냐. 너무 좋은 집에 빠져들어서 주변과 교류가 없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결국 사람의 문제 아닌가. 제3의 공간도 마찬가지고. 특히 제3의 공간은 건물 개념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식과 비공식 공간이 섞여 있는 곳이다. 집은 비공식, 회사는 공식 공간. 그 중간정도의 공간이 필요하겠죠. 그런 공간을 만들려면 결국 ‘사람’이다. 그게 제일 어려운 거 같다.

조준묵: 공간은 사람이다. 너무 멋지게 정리해주셔서 내가 할 말이 없다.(웃음) 내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공간하고, 앞으로 주거 환경이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치되는 게 있는데, 자연이 집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든, 개인 주택이든, 공동주택이든, 우리나라는 굉장히 빨리 발전해 왔다. 다 사각형이 되고. 우리 아들도 다 사각형으로 그려 놓는다. 그게 굉장히 끔찍하더라. 내가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마 그래서 주말에 사람들이 더 밖으로 나가는지 모르겠다.
아파트 때문에 아웃도어 시장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가게 만들지 않았나. 아파트라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음 좋겠다. 그래야 자연을 더 아끼고, 자연에서 숨 쉴 수 있지 않을까? 회사에 있다가 집에 가서 잠깐이라도 밖에 나갈 수 있음 숨 쉴 수 있으면, 주말에 차 소리가 잘 안 들리고. 우리나라는 비싼 아파트 주변에는 당연히 상가 있고, 상가에는 음식점과 학원이 구비되어 있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서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러려면 돈이 문제긴 하다.

안주식: 돈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윤민: 건축학과 학생들이 공간 감각이 0점이라고 하더라. 다 똑같은 공간에서 살아서.

조준묵: 어떻게든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였으면 한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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