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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먹는 시대, 요리 프로그램의 진화

[위클리 포커스-요리에 빠진 TV] ① 요리 프로그램의 변천사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5.05.07 07: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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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TV가 ‘요리’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들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요리 예능으로 진화하면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요리 전문가들의 계량화된 요리법보다 평범한 사람도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를 보여줌으로써 요리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다. 요리사들이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쉐프테이너’(쉐프+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의 입담은 보너스다. 이러한 흐름은 누구나 자연스레 나이를 먹는 만큼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에 대한, 즉 삶의 질을 향한 대중의 목마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에서 ‘요리’는 활용하기 좋은 소재로 꼽혀왔다. ‘먹는다’는 행위가 삶과 직결돼 있어 성별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요리 프로그램은 1980년대 KBS <가정요리>, MBC <오늘의 요리> 등 주부를 위한 정보성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요리 전문가나 연예인이 아침 시간대에 여성 주부들을 위해 딱딱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면서 요리법을 전달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SBS <이홍렬쇼>는 연예인을 초대해 자신만의 레시피로 밤참을 만드는 ‘참참참’ 코너를 선보이는 등 요리를 토크와 버무린 흥행요소로 발굴했다.

정보성 탈피해 ‘요리 예능화’…일상과 재미 접목

▲ ⓒpixabay

‘요리’를 본격적으로 앞세운 ‘요리 프로그램’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쏟아졌다. 당시 국내에서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었다. 이에 발맞춰 TV 속 요리 프로그램은 ‘알찬 정보’로 무장했다. 2003년부터 5년간 이어졌던 요리사들의 대결구도를 그린 SBS <결정! 맛 대 맛>, 맛집 길잡이 프로그램 MBC <찾아라 맛있는 TV>(2001년~현재),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 프로그램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2002~2014) 등 건강한 음식을 찾아먹는 웰이팅(Welleating)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까지 등장한 요리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요리’를 활용하더라도 ‘정보성’ 위주로 다뤄졌다. 건강 상식을 알리기 위해서 의사들이 ‘메디테이너’로서의 출연이 유행처럼 번진 것처럼 요리 전문가들도 방송에 출연해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잦아졌고, olive<마스터 셰프 코리아>, 전국 8도 한식 고수들이 등장한 olive <한식대첩> 등 서바이벌과 접목한 요리 프로그램이 하나의 포맷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최근 요리 프로그램들은 ‘일상’과 ‘친숙함’이라는 요소를 버무린 ‘요리 예능’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사먹어야 할 법한’ 요리, 셰프들만이 만들 수 있을 법한 복잡한 요리를 선보이기보다 ‘집밥’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데 방점을 찍으며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셰프들의 계량화된 레시피로 요리의 전문성을 강조하기보다 어설프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요리를 즐기면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 KBS <해피투게더> 코너 ‘야간매점’ ⓒKBS

그 시작은 KBS <해피투게더> ‘야간매점’이다. 냉장고에 흔히 있는 재료로 아이디어가 묻어나는 간단한 야식을 대결하는 코너는 요리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olive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에서 신동엽과 성시경은 대충 만들어도 꽤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어 ‘요리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또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게스트가 실제 집에서 사용하는 냉장고 속 재료들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고, 요리 정보 장수 프로그램 EBS <최고의 요리비결>은 지난 3월부터 가수 황광희를 진행자로 섭외해 딱딱한 분위기를 해소하고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tvN <삼시세끼-어촌편>이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 10.9%(닐슨 코리아 집계)를 기록했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것도 한적한 어촌에서 집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 ‘차줌마’ 배우 차승원의 마술 같은 그 손에 있다.

이밖에 요리 프로그램의 유연한 편성도 시도되고 있다. KBS는 <요리인류>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을 평일 오전마다 10분씩 방영하면서 짧지만 굵게 요리법과 그 요리에 숨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tvN ‘삼시세끼 어촌편’ ⓒtvN

눈으로 요리를 먹고, 입으로는 끼니를 때우는 시대 

이처럼 ‘정보’ 위주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친숙함’을 무기로 요리 예능으로 진화한 것은 ‘밥을 지어먹는 행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출연자들이 하루 세끼를 해먹거나 좌충우돌하면서 요리하는 행위 자체로만 보면, 예능의 긴장감과 묘미를 보여줄 정도로 폭발력을 지닌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요리 예능에 대한 대중의 소구력이 크다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공감대가 큰 영역임은 분명하다. 장기 저성장으로 소비자들이 각자의 삶에 집중하면서 일상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이를 반영한 콘텐츠가 올해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채널만 돌리면 손쉽게 요리 예능을 시청할 수 있다지만 정작 자신의 집에서 ‘집밥’을 지어먹는 일이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 국가별 연간 노동시간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속할 뿐 아니라 장시간 야근이 만연한 곳이지 않은가. 과연 ‘차줌마’처럼 자급자족하면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있을지, 그래서 일상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오히려 ‘집밥’을 지어먹고 싶어도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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