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업, 얼마나 정의로운 일인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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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파업, 얼마나 정의로운 일인지 확인”
MBC 노조, 파업 관련 재판서 연달아 승소 …“법원 제작자율성 근로조건 확인”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05.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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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12년 170일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4명(강지웅·이용마·장재훈·김민식)에 대한 2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노조 측 법률대리인 신인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공영방송 MBC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짚었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상준)는 7일 오후 2시 서관 제312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정영하 전 위원장 등 집행부 5인에 대한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건물로비에 낙서를 하고 현판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파업 개시 전까지 있었던 노사갈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MBC는 방송법 등의 관계법령 및 단체협약에 의해 인정된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하고 구성원들의 제작 자유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인 근로자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을 악화시켜 피고인들을 비롯한 MBC 근로자들은 그 시정을 구하기 위한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다고 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방송의 자유의 주체이자 공정방송의 의무자가 사측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노사 양측이 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방송 제작 등에 있어서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관경이 조성됐는지 여부 등이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무죄 판결을 받은 정영하 전 위원장과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 등 노조집행부 5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방송의 공정성이 사측만의 의무가 아닌 노사 양측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판시한 것에 대해 무엇보다도 기뻐했다. 2012년 170일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상준)가 7일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등 노조집행부 5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노조집행부 5명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영하 전 위원장과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 ⓒPD저널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두 번의 판결로 누가 정당했는지 명확히 확인했다”

판결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영하 전 위원장은 “감개무량하다. 선고에서 판결을 오래 읽었는데 그 동안 재판과정이 얼마나 첨예했는지, 검찰이 우리가 죄인이라고 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을 해가면서까지 괴롭혀왔는지를 선고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파업의 정당성을 형사재판부에서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 MBC가 공정보도를 안 하고, 구성원들에게 그것을 강요한다. 거기에 구성원들이 저항하고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그런 행위가 계속된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라며 “동시에 정당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도 동시에 판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전 위원장은 “170일 파업 이후 그 전보다 더 불공정 보도를 하고 있는 MBC, 그리고 그 MBC에 앉아 있는 수장들, 임원들, 보직간부들, 두 번의 판결로 누가 정당했는지, 부당했는지가 명확히 확인했다”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분명한 입장을 MBC 경영진이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지난 2012년 5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열린 ‘파업 100일 문화제’에서 공정방송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100배를 올리고 있다. ⓒ언론노조

강지웅 전 사무처장 “경영진, 재판 결과에 승복하고 당장 물러나라”

강지웅 전 사무처장은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다. 해고무효소송 승소했는데, 그때보다 오늘이 더 기쁘고 즐겁다”며 “긴 재판요지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의 파업이 정당했다는 것, 우리가 그때 일어선 게 얼마나 정의로운 일이었는지 확인했다”며 “나는 (경영진에게) 한 가지 요구하겠다. 우리 여기 서 있는 피고 5명은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걸고 재판에 임했다. 그들도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재판 결과에 승복하고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마 전 홍보국장 “박근혜 정부, MBC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1심, 2심, 민사, 형사 모두 끝났다. 재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4번의 정식 재판에서 모두 MBC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한 파업이 정당하다 판결했다. 정당한 싸움했다는 것이다”라며 “회사가 극악하고 악랄하게 MBC노조의 활동, 구성원들의 공정보도를 위한 요구를 묵살해 왔다는 것을 재판부가 인정했다. 회사의 악랄한 탄압의 배후에 누가 있겠나. 이명박 정부와 현재의 박근혜 정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전 홍보국장은 “양 정권이 MBC 경영진을 뒤에서 부추기고 이들을 유지해주고 있기에 회사가 그만큼 악랄한 탄압을 하고 있다고 본다. 4번에 걸친 재판을 통해서 MBC노조의 파업의 정당성이 입증됐고, 또한 정권에 의해 자행된 언론장악이 부당한 사실이 증명됐다”며 “여기에 대해 저항한 싸움의 정당함이 입증된 만큼 이제 박근혜 정부는 MBC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더 이상 MBC 죽이기를 멈춰야 한다. 그리고 당장 MBC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 “일 한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해고자 돌아오길”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은 “나는 요즘 <여왕의 꽃> 야외 연출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드라마 찍고 있는 걸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사람들 만나서도 현재 드라마 연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잘 못한다”며 “이유는 간단하다. 2012년에 같이 파업하고 싸웠던 노조 집행부들이, 일터에서 쫓겨나 해고된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드라마 촬영 현장 가서 연출한다는 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가. 나는 솔직히 부끄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전 부위원장은 “해고자분들 보기에 부끄러워서 일을 하면서도 말을 못하고 있다. 이게 나만이 겪는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MBC 내부에서는 지금도 부당전보 등 원치 않는 직종에서, 마케팅 분야 가서 일하고 있는 기자,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던 PD가 예능에 가서 일하는 말도 안 되는 사태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이 어디 가서 힘들다는 이야기는 못하는데, 그 일조차 하라 수 없는 해고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부위원장은 “내가 알던 MBC는 이러지 않았다. 다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다”며 “지금 일하는 다른 동료들도 모두가 바라는 것 일 텐데 빨리 해고자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원칙을 존중하는 회사라면 법원의 판단부터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원이 2012년 170일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4명(강지웅·이용마·장재훈·김민식)에 대한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 “회사, 기본과 원칙 실천해 사법부 판단 받아들여야”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은 “먼저 우리 집행부를 믿고 170일간 대오의 흐트러짐 없이 같이 파업하고 투쟁해준 조합원 모두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 전 정책교섭국장은 “사법부에 말하겠다. 역시 사법부는 살아있다. 무엇보다 사법부에 감사한 일은 우리들의 근로조건인 공정방송이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이고 책임이라는 걸 확인하고 그걸 위해서 파업이든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사법부에 감사하다”며 “검찰에도 말하고 싶다. 너무 섭섭하고 안타깝다. 지금 3년째다. 피고인 5명을 피고인으로 만들어놓고 3년째 괴롭히고 있다.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인수 변호사 “이번 판결, 공영방송 MBC가 제자리로 찾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

해고무효소송은 물론 업무방해 등 2012년 170일 파업 관련한 소송에서 MBC노조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공정방송은 언론인이 지켜야 할 의무이자 사명이고 근로조건의 기초 형성한다고 분명히 판시했다”며 “정당한 쟁의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한 문장에 불과하지만 그 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MBC 구성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 판결은 공영방송 MBC가 제자리로 찾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신 변호사는 “MBC 구성원들의 고통과 아픔을 법원은 잊지 않았고 여러분이 희생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며 “날씨는 봄이지만 이 겨울이 지나가면 여러분이 흘린 눈물과 땀은 작게는 MBC 정상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고, 크게는 우리나라 언론의 지평을 넓히고 노동권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MBC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능희 MBC노조위원장 “회사, 국민의 알권리 위해 같이 방송하자”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위원장은 “1800명 조합원이 똘똘 뭉쳐 170일 간 임금 없이, 갖은 적금을 다 해지해가면서, 심지어는 대출을 받으면서 대오를 유지해서 싸웠다. 그런데 지금 오늘, 그 싸움이 정당했고 바른 길이었다는 판결을 받았다”며 “반대로 파업이 정당했으면, 정당한 파업을 방해한 자들은 부당한 짓 한 것이라고 법원에서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사측은 공정방송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재차 확인했듯이 공정방송의 주체는 회사만이 아니라 구성원도 해당된다”며 “부당한 일을 계속 해오며 MBC를 장악하고 있는 현 경영진에게 마지막으로 양심을 찾아서 공정방송협의회를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같이 방송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렇지 않는다면 오늘 판결에서도 나왔듯이 부당한 일을 계속 하겠다는 뜻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여의도 MBC 로비 앞. 170일간의 파업은 무수한 기록을 남겼다. ⓒPD저널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방송공정성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

해고무효소송과 업무방해 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선 바 있는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MBC PD)은 “그리고 지난 번 증언에 나서기에 앞서서 신인수 변호사가 이런 말을 했다. 판례를 하나 남기고 싶다. 그게 소망이다. 그 판례는 뭐냐. 공정보도가 언론노동자의 근로조건이라는 걸 인정받는 판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판결문 중에서 두 가지가 귀에 박혔다. 하나는 배심원들이 시청자였고 그 시청자들이 MBC의 공정성에 대해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회사는 공정성은 자기들이 판단해야 하고 자기들만 쓸 수 있는 전유물처럼 이야기했는데 그렇지 않다. 그 판단은 최종적으로 국민이 한다는 것을 재판부가 명쾌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또 하나 기쁘면서도 마음 무겁게 받아들인 대목이 있다. 공정보도는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방송사 노동자의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언론노조가 해나갈 일은 분명하다. 권리를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의무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판결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그동안 고통받아온 동료와 후배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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