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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 차우진 음악평론가

빅뱅의 새 앨범 [M]은 ‘MADE'라는 맥락 아래에서 총 4회에 나눠 발매되는 프로젝트 시리즈다. 2012년 [ALIVE]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발표되는 MADE의 첫 번째 결과물인 [M]은 “Loser”와 “Bae Bae”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4개월 동안 매월 M, A, D, E라는 이름으로 각각 발표된다. 이 새 앨범은 단순한 디지털 싱글이 아닌 1곡 이상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싱글인데, 빅뱅의 데뷔 초에 매달 싱글을 발표하던 방식을 9년 만에 재현한다. 데뷔 10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밝힌다.

빅뱅은 2006년에 데뷔했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6년이면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이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그러니까 SNS라는 플랫폼도 등장하기 전이었고, 아이튠즈도 유튜브도, 강남스타일도, 심지어 소녀시대도 등장하기 전이다.

이때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 건 그야말로 인터넷 시대에 음악 산업의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 앨범의 사업적 가치가 점점 불확실해지는 시대, 음반이 음원으로 쪼개지면서 기존에 의미 없던 것들이 가치를 가지게 되고, 동시에 기존의 큰 의미를 가진 것들의 가치가 떨어지던 시기였다. 빅뱅은 그런 시디에 ‘싱글’로 데뷔했다. 이 분야에 있어선 적어도 YG가 선도적이었다. 한국 최초의 디지털 싱글은 2004년, 세븐이 발표했던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빅뱅의 새 앨범은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 빅뱅 ⓒYG엔터테인먼트

그 사이 빅뱅은 ‘아티스트’로서의 지위를 다졌다. 음악 뿐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나 아이콘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혹은 그 과정에 있다). 그 점에서 초심을 되찾겠다는 점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마음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한편 산업적 변화라는 관점으로 이 시도를 살피면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앨범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소셜 시대에 텍스트(작품)의 가치는 컨텍스트(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완결된 작품보다 개별 소스의 완성도, 혹은 완결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어벤저스]로 수렴되는 것처럼,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면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된다. 소셜에서 공유되는 것은 전체의 맥락이 아니라 개별적인 아이덴티티다. 하나의 완결성을 가진 싱글은 다음 퍼즐의 한 조각이 된다. 빅뱅의 새 앨범은 소셜 시대에 브랜드가 어떻게 비전을 만드느냐에 대한 단서로도 읽힌다.

한국 팝의 아이돌은 글로벌한 팝 컬쳐에서 슈퍼히어로가 소비되는 방식과 닮았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가 모두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으로 수렴되는 것과도 비슷하다. 우리는 각각 하나이면서 동시에 모두인 시대를 살고 있다. 빅뱅의 [M]은 빅뱅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를 살짝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리고 이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과연 음악이 경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빅뱅의 경쟁상대는 다른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분야의 브랜드일 수 있다. 여기에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뿐만 아니라 피존이나 코카콜라, 애플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빅뱅 그 자신이 될 것이다. 현재의 빅뱅은 지난 10년의 변화가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면, 앞으로 10년 후의 아이돌 팝은 어떻게 바뀔까. 21세기의 팝 컬쳐는 상당히 다른 각도로 질주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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