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70일 파업, 우리는 정당했다”
상태바
“2012년 170일 파업, 우리는 정당했다”
[현장] MBC 해직언론인과 함께 한 MBC노조 2차 상견례 ‘여럿이 함께’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05.18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성제 전 기자(가운데)와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오른쪽)과 이상호 전 기자가 해직언론인 6명의 캐리커처가 새겨진 입간판을 보고 있다. ⓒPD저널

“나 못 찾겠어. 숨은 그림 찾기 같아.”(웃음) -이용마 전 MBC노조 홍보국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이 자신을 비롯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최승호 전 PD, 박성제 전 기자, 박성호 전 기자 등 MBC 해직언론인 6명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입간판을 보며 웃고 있었다. 박성호 기자 등 다른 해직언론인들은 물론 지나가던 MBC 구성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어 웃음꽃이 피었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18일 하루 서울 성암로 MBC상암신사옥 앞마당에서 해직언론인들과 함께 하는 ‘여럿이 함께’라는 자리를 마련하고, 지난 2012년 170일 파업과 관련한 해고 등 징계무효 2심과 업무방해 2심 등 연이은 승소를 기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호 전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와 지난 1월 웹툰을 이유로 해고된 권성민 전 예능PD도 참석했으며, 인근 YTN 노조 집행부들도 찾아와 MBC노조의 승소를 축하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이틀째인 지난 2012년 1월 31일 김재철 사장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본사 10층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해고무효와 업무방해 등 연이은 2심 승소에 대해 조합원들이 글로 보는 게 아니라 해직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승소의 의미를 느꼈음 해서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형사 소송에서 1・2심 법원은 2012년 170일 노조 파업은 그동안 MBC 사측이 주장해 온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목적 아래 행해진 정치・불법 파업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었음을 인정하면서 “언론 자유의 지평을 넓힌 역사적・획기적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행사장 한 켠에 업무방해 2심과 해고 등 징계무효 2심 승소 판결에 대해 사측이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PD저널

지난 4월 29일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김대웅)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2년 MBC노조의 170일 파업은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었으며, '방송 공정성‘은 MBC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방송 공정성 보장을 요구의 일환으로 쟁의 행위에 나간 것은 정당한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파업을 주도했거나 파업에 참가했다는 것으로 징계 사유를 삼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징계는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소송에서도 법원은 MBC 구성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지난 7일 2012년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4명(강지웅·이용마·장재훈·김민식)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역시 파업의 목적을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봤으며, 특히 방송의 자유의 주체이자 공정방송의 의무자가 사측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노사 양측이 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방송 제작 등에 있어서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관경이 조성됐는지 여부 등이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 이상호 전 기자가 '여럿이 함께' 행사장을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이 같은 판결이 가진 의미만큼 이날 행사에 모인 해직언론인 4명(최승호 전 PD는 <뉴스타파> 취재 차 불참했으며, 박성호 전 기자는 오후에 합류하기로 함)과 MBC 앞마당을 오가며 해직언론인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MBC 구성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정영하 전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 온 케이크를 행사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지금은 잠시 MBC를 떠난 해직언론인이지만 MBC 구성원들에게는 여전히 동료이고 선배이고 후배였다. 해직언론인과 MBC 구성원들은 그동안 차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고마움을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걸로 대신했다.

▲ 지난 1월 웹툰에서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권성민 전 MBC PD(사진 왼쪽)가 '여럿이 함께' 행사장을 찾아와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조능희 위원장은 ”170일 파업 이후 이런 공식적인 자리가 거의 없었다“며 “보수적이라고 하는 법원에서조차 MBC노조의 170일 파업이 정당하고 해직자들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했던 170일 파업이 정당하고 옳았다는 걸 함께 보고 느꼈으면 하고, 구성원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YTN 노조 집행부가 행사장을 찾아와 MBC 노조 집행부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권영희 언론노조 YTN본부 위원장. ⓒPD저널
▲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이 MBC 구성원들에게 나눠주기 직접 만들어 온 지브라모카케이크. ⓒPD저널
▲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이 해직언론인들과 MBC 구성원들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PD저널

▲ MBC 해직언론인 6명의 캐리커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 박성제 전 기자, 박성호 전 기자,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최승호 전 PD. ⓒPD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