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비판하는 시청자에 “좌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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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의원, 이석우 신임 이사장 트위터 글 분석 결과 발표

낙하산 논란 속 지난 18일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취임한 가운데, 그가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 야권에 대한 비방과 조롱, 폄훼의 글을 수시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고, 자신이 출연한 방송에 항의한 시청자를 “좌편향”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석우 신임 이사장이 트위터를 시작한 2013년 7월부터 국무총리 공보실장으로 임명돼 활동을 중단한 2014년 3월까지 작성한 글 613건을 분석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613건 중 183건, 즉, 10건 중 3건에 해당하는 글이 야당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시청자미디어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등에도 정권 일방 두둔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이사장은 당시 정치적으로 큰 논란이었던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 사령부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댓글 내용 규모 미미하다”, “조직적 개입으로 보기도 어렵다”, “군으로서 당연해야 할 친북 정책 비판글”이라고 감쌌다.

반면 야당 등의 문제제기에 대해선 “거짓선동”, “우리 군 손발 완전 묶어놓고 북의 사이버 침투는 무한 허용하자는 것”, “무서운 종북 행위” 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주장과 달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법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아 실형을 살고 있고, 사이버사령부의 사령관이었던 연제욱·옥도경 사령관도 군사법원에서 정치 관여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다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 관련해서도 “채 총장 사임에 정권외압 운운하는데 (국정원) 댓글 무리한 기소, 혼외자 문제로 나라와 검찰에 혼란을 초래하면 당연히 국정운영 주체 측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며 정권의 이른바 ‘채 총장 찍어내기’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의 트위터 글 ⓒ최민희 의원 제공

야당에 대한 비난과 조롱 역시 많았다. 김한길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해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서울광장에서 노숙 투쟁에 돌입한 데 대해 “당내 다수파인 강경 친노(親盧) 세력의 리더로 추인 받으려는 몸부림”, “토사구팽 된 손학규 전 대표의 전철 가능성 높아”라고 조롱했다.

새누리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사실로 단정하고,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친노 진영의 NLL, 종북 여부 해명 먼저”, “퇴진이 본인과 나라 위해 현명할 듯”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후 이 이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대화록 유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반면 대화록 폐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비서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무현 종북” 발언으로 하차 통보 받자 “야당·손석희 탓”

이 이사장은 정치평론가 시절이던 지난 2013년 5월 22일 JTBC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보는 사람이 일부 있지, 저도 종북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으며, 이로 인해 해당 프로그램을 포함한 일부 종편으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 상황과 관련해 “방송 직후 민주당 논평 나온 게 우연 아니”라며 “표절로 몰려 있던 손석희 사장은 사과 및 저의 출연중단 조치 단행”이라는 트위터 글을 남겼다. 모든 책임을 야당과 손석희 사장에 물은 것이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의 트위터 글 ⓒ최민희 의원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이 이사장은 방송사와 시청자에 대해서까지 정치 성향을 운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이사장은 SBS라디오 출연이 예정됐다 주제 변경에 따라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좌편향 SBS 실상이 완연”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고, 자신이 YTN에 출연해 상대 패널을 공격한 데 대해 시청자 항의가 많이 들어왔다는 소식에는 “역시 YTN엔 좌편향 시청자가 많은 것 같다”고 시청자의 성향을 정치적 잣대를 앞세워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항의한 시청자를 두고 ‘좌편향 시청자’로 매도했던 인물이 어떻게 시청자의 권익과 방송참여 증진을 위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될 수 있겠나”라며 “이석우씨는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즉각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방통위 안팎의 반발에도 지난 11일 이 이사장 임명을 강행했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업무가 정치적인 활동이 아니기에 (정치 편향 부분은) 상관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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