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죽인 바코드 연쇄살인범 권재희(남궁민)를 드디어 검거하고 집으로 돌아와 연인 오초림(신세경)과 함께 한 상 가득 배달시킨 중국음식을 먹던 최무각(박유천)은 말한다.
“범인을 잡아도 그 죄는 끝나지 않는 모양이야.” / (오초림) “오늘은 싹 다 잊고 쉬라니까요.” / “피해자들 고통은 계속 되는 거야.”
눈앞에서 동생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그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가까스로 살아나긴 했지만 이후 몸의 감각을 잃은 채로 살아야 했던 최무각의 삶은 초림을 만나기 전까진 범인을 잡기 위해 존재했을 뿐이었다. 초림 덕분에 그저 존재하는 게 아닌, 진짜의 삶을 살 이유를 찾긴 했지만 사실 초림 또한 바코드 연쇄살인마에게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도망가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냄새를 보는 초감각을 얻은 피해자다. 자신과 초림의 삶을 괴롭게 만들었던 범인을 드디어 잡았는데, 왜 끝났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걸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범인을 잡았으니/ 보상을 받았으니/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으니/ 이제 그만 잊고 살아.
그러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이들에게 고통은 그렇게 쉽게 끝날 수 없다. 범인이 잡혔더라도/ 보상을 받았더라도/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어도/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으로 무각의 곁엔 그의 겪는 고통의 깊이를 너무도 잘 아는, 그래도 지금은 잊고 밥을 먹자고 말해줄 수 있는 초림이 있다. 그렇게 초림과 같은 역할을 해주진 못할망정, 400일 전 사랑하는 아이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심지어 자신이 견디고 있는 비극과 고통의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만 고통 받고 정상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다그칠 순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