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학교’ 시리즈를 통해 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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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학교’ 시리즈를 통해 본 ‘학교’
교실로 집약된 ‘사회 문제’,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겨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5.21 0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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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요즘 고등학교에 그런 거 있나? 셔틀, 삥 이런 것도 없을 걸요. 서로 신경도 안 써요. 각자 자기 공부하느라 바빠서.”(KBS <후아유-학교2015> 대사 중에서)

강남의 명문 자사고를 배경으로 한 KBS <학교>의 여섯 번째 시리즈가 <후아유-학교2015>라는 이름으로 지난 달 말 시작됐다. 왕따와 성적 문제, 서열화, 계층화된 교실 풍경 등 한국 사회에 산재된 학교 내 이슈들을 다루며 화제가 되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된 <학교> 시리즈는 최강희, 장혁, 조인성, 임수정, 이종석, 김우빈 등을 배출한 ‘톱스타 양성 프로그램’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동안 학교 폭력, 성적 스트레스와 경쟁, 청소년 성 문제, 교권, 체벌, 왕따 등 각종 청소년 문제와 교육문제를 세밀하게 제시하고 공론화 하며 인기와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15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여섯 개의 시즌을 거듭하면서 드라마 <학교>는 어떻게 달라져왔을까. 그 속에 담긴 실제 학교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 KBS <후아유-학교2015> ⓒKBS

<학교>, 공감과 각성의 역사

<학교>는 1999년 2월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첫 시즌을 시작했다. 당시 TV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청소년과 학교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다뤘다는 점, 특히 교사의 체벌문제나 방황하는 청소년 문제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큰 반향과 인기를 끌었다. 당시 드라마 속 캐릭터가 다소 극화·과장됐단 지적도 있었지만 청소년들의 학교생활과 내부의 문제들을 전면으로 드러냈고 학교 현실을 주의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교의 현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청소년 문제를 통해 아이 세대와 어른 세대 모두 공감과 각성을 할 수 있었다는 평가였다.

이후 시즌1의 인기를 이어받은 <학교>는 시즌2부터 시즌4까지 장기 고정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학교2>는 1999년 5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방영됐는데, 당시는 왕따, 학교폭력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공식화·이슈화되던 시기였다. <학교>는 그런 문제들을 비교적 충실하게 드라마 속에 반영했고, 드라마가 보여준 학교 내부의 문제들은 사회적으로 충격과 반향을 일으키는 데 한 몫을 했다.

그 뒤를 이은 <학교3>와 <학교4>는 각각 2000년 3월부터 2001년 4월까지, 2001년 4월부터 2002년 3월까지 방영됐다. 시즌2에서 시즌4까지 약 3년에 걸쳐 드라마가 방영된 셈이다. 그 중 <학교4>는 예술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등 시즌마다 약간의 변주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포맷은 비슷했고, 당대의 청소년 이슈들을 반영해 매회 다른 주제로 제작됐다.

▲ KBS <학교2013> ⓒKBS

이후 오랜 기간 제작이 중단되었던 <학교>는 재작년에 <학교2013>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학교>의 부활은 깊이 있는 청소년 드라마를 원하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실제로 <학교2013>은 학교폭력과 교권 문제 등 학교의 현실을 보여주었고, 특히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의 고민과 성장기를 함께 다뤘다는 점에서 진화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종석과 김우빈 등의 스타를 낳으며 인기도 함께 얻었다.

그리고 올해 여섯 번째 시즌 <후아유-학교2015>가 시작됐다. 이번 시즌은 첫 회부터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하는 잔혹한 풍경을 보여주며 출발했다. 이번 시즌의 풍경과 과거 <학교> 시리즈 속 풍경의 가장 큰 차이는 교실 속 아이들의 질서가 학교 밖의 세상과 공고하게 엮여있다는 점이다. 교실 밖 아이들의 ‘계급’은 교실 안 아이들의 서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 서열은 다른 친구를 ‘그냥’ 이유 없이 괴롭힐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고아인 은비가 검사의 딸인 소영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되려 가해자로 몰려 억울하게 학교를 그만두는 장면이 그렇다. 드러나는 폭력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은근한 따돌림, 어마어마한 입시 경쟁과 서열화, 이에 따른 엄마들 사이의 갑을 관계까지. 학교는 더 이상 그냥 ‘학교’가 아니다.

확장·심화된 학교 속 이슈, 이제는 성장통 아닌 사회적 문제

▲ KBS <학교1> ⓒKBS

<학교> 시리즈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드라마가 제기했던 학교 속 이슈들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화된 양상이다. 교실 안의 현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혹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 섞인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1999년 <학교1>과 재작년 <학교2013>을 연출한 이민홍 PD는 “지금의 학교는 예전의 학교와는 달리 거대한 사회체로 변모해 훨씬 복잡해졌다”며 “모든 문제들이 더 확장되었고 심화되었다”고 평했다. 특히 재작년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학교>를 다시 연출하면서 격세지감을 느꼈음을 고백했다.

<학교2>와 <학교3>를 연출한 이강현 PD도 “<학교2> 연출 당시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등을 그렸는데, 그게 당시로서는 사회적으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15년 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그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이제는 일상적인 소재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과거 <학교> 시리즈는 정글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실제 학교의 모습을 제시해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정글 같은 학교의 모습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진 현실이다.

▲ KBS <학교4> ⓒKBS

<학교4>를 연출한 정해룡 PD는 “15년 전에는 그 나이 또래에 있을 수 있는 일, 성장과정에서 겪는 성장통 정도로 학교 문제를 다루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 형태가 구조적, 사회적으로 뿌리 깊은 문제로 더 악화되고 심각해졌다”며 “때문에 드라마에서 학교 문제를 다루는 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은 청소년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압축적으로 심화되어 드러나는 공간”이라며 “철저히 계층화, 서열화 된 학생들의 관계, 부모들의 관계 등 15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십대, 청소년. 뭘 해도 예쁠 나이. 그러나 교실 안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마냥 예쁘게만 볼 수는 없게 됐다. 아이들이 처한 교육현실과 교실을 둘러싼 사회구조가 아이들을 순수하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학교>가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더 이상 학교만의 이야기일 수는 없는 이유다. 이제 아이들이 겪는 갈등은 어른들의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심각하다.

<학교>가 계속해서 던져야 할 질문들

▲ KBS 드라마 ‘학교’ 시리즈 ⓒKBS

그 동안 <학교>는 학교 안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는 공감을, 어른들에게는 인지와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학교>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이강현 PD는 “당대의 이슈를 반영하는 게 <학교>의 강점인 만큼, 이전에 그려왔던 문제들을 반복하기 보다는 지금의 아이들이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느낄 부분들을 짚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PD는 “<학교> 시리즈가 꾸준히 성공하고 사랑을 받으려면 시대 변화에 따라 남들이 보지 못한 현재의 문제와 현황, 현실, 분위기 등을 고민하고 그려야 할 것”이라며 “이번 시즌에서도 남은 기간 동안 <학교>만의 특성을 살려 2015년판 학생들의 고민과 생각을 잘 그려내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학교 문제를 다룬다고 해도 교육제도나 가치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15년이 흘렀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는데, 그것 역시 <학교> 시리즈가 계속해서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가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는 것도 어쩌면 <학교>에게 남겨진 앞으로의 숙제일 것이다.

앞으로 <학교2015>가 그릴 학교의 모습, 그리고 이후에 이어질 <학교> 시리즈의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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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3.5853.0 2015-07-10 13: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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