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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보이지 않는 ‘저널리즘’을 징계하는 언론의 시대

[위클리포커스] 해직언론인 여전, ‘연합뉴스’도 부당 인사 논란, 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요원 김세옥 기자l승인2015.05.21 21: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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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하루 동안만 11개 기수의 <연합뉴스> 기자들이 잇달아 성명을 발표했다. 모두 사흘 전 박노황 사장이 단행한 인사를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저녁 사원 29인에 대한 인사 결과를 공고했다. 그 안엔 2012년 103일 공정보도 파업을 주도했던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충북 제천)과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지낸 이주영 기자(대전·충남 취재본부)의 지방 발령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앞줄에서 회사와 경영진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이들이기에 많은 기자들은 이번 인사를 ‘보복성 징계’의 성격이 섞인 인사라고 봤다.

회사 측은 사장의 정당한 ‘인사권’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믿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2012년 연합뉴스 노조의 103일 파업 당시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파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박정찬 사장의 연임이었다. 앞서 경험한 박정찬 사장 체제 3년 동안 <연합뉴스>의 구성원들은 “정부 찌라시”라는 시민들의 조롱이 아니더라도 공정과 균형이 무너진 보도의 현실을 느끼고 있었다.

▲ 2012년 3월 15일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박정찬 당시 사장의 연임에 반대와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일례로 참여정부의 국무총리였던 한명숙 전 총리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검증 없이 ‘유죄’로 단정하는 듯한 기사를 <연합뉴스>는 내보냈는데, 기자 이름 대신 ‘법조팀’이라는 바이라인을 붙였다. 기자들이 데스킹 과정에서의 왜곡을 지적하며 ‘(그런 기사에) 이름을 넣을 수 없다’고 반발하자 기사의 신뢰를 상징하는 기자 이름을 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의 축소와 이명박 당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찬미하는 듯한 특집기사 등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그리고 박노황 사장은 이 시기 편집국장을 맡았다. 공정과 균형이 무너진 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문제제기가 당시 편집총책임자였던 김성수 편집상무와 함께 박 사장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즉, 박 사장은 연합뉴스 노조의 파업에 책임이 있는 인물로, 이는 그가 사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당시 노조에서 “파업유발자”라며 반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노조는 103일 파업을 통해 ‘편집총국장제’를 만들어 냈다. 경영진이 ‘편집상무’를 통해 보도에 개입, 편집권을 훼손하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제도다. 편집총국장을 사장이 내정하면 기자직 사원 3분의 2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과반의 찬성을 얻어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편집총국장이 공정 보도를 하고 있는지 구성원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공정과 균형에 입각한 보도가 가능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러나 박노황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편집총국장제도의 개선을 주장하며 그에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노조는 이를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보고 법원에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회사 측의 요구에 따라 지난 6일 대위원회를 열어 소송을 취하했다. 노조가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던 배경엔 사측이 소송을 취하하면 파업 지도부의 지방 발령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면 파업 지도부에 대한 지방 발령을 보류하겠다는 경영진의 약속은 없던 일이 됐다”(26기 성명)며 “구원(舊怨)을 풀기 위한 징계성 인사가 눈에 띈다”(28기 성명)고 규탄한 이유다.

일부에선 박 사장의 이 같은 인사의 배경에 ‘구원’의 해소 외에도 ‘정부 눈치보기’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데, 이런 해석의 중심엔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정부 사이의 ‘전재료’ 협상이 있다. 언론노조는 <연합뉴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박 사장은 이런 전횡이 정부와의 전재료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며 “그러나 정부의 전재료 삭감 위협에 굴복해 공정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무시하고 공정보도를 위해 헌신했던 기자들에게 치졸하게 보복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다른 언론에 뉴스를 공급하고 전재료 수익을 거두는 통신사다. 그러나 현재 <연합뉴스>의 타 언론에 대한 뉴스 공급률은 25%에 그치고 있고, 한 해 369억원을 정부로부터 구독료 명목으로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박 사장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모습은 2012년 파업 당시 쌓인 앙금에 더해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경제적 행보라는 지적인 셈이다.

그러나 20일 <연합뉴스> 보직간부들은 “일부에게 다소 못마땅하게 느껴지더라도 인사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것이 전체 조직의 위계와 질서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며 인사의 부당함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들의 행위 자체를 옳지 않은 것이라 비판하는 호소문을 냈다.

▲ 공정방송 회복을 주장하면서 2012년 170일 파업을 벌여 MBC 회사 측으로부터 업무방해등의 혐의로 기소된 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 당시 본부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집행부가 지난 7일 서울고법으로부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언론노조

계속되는 해고·징계, 법원에서 정당성 인정받는다 해도 그 후엔?

현재 <연합뉴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법원에서조차 언론인들의 근로조건으로 인정한 “공정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이들이 회사로부터 징계를 당하는 모습은 사실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니, 너무도 익숙하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공정방송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 반대 파업을 벌였던 YTN에서 해고 등의 징계가 대량으로 단행된 이후부터다.

언론노조가 2013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방송 파업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언론인은 MBC 233인, KBS 133인, YTN 51인, SBS 4인, <연합뉴스> 9인 등 총 455인에 이른다. 이는 해직언론인 21인이 포함된 숫자다.

물론 징계를 당하기만 하고 끝난 건 아니다. 해고 등의 징계무효 소송뿐 아니라 파업을 이유로 회사 측에서 구성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과 업무방해 소송에 대한 법정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법원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일례로 언론노조 MBC본부가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면서 벌인 170일 파업에 대해 법원은 잇달아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정영하 당시 MBC본부장 등 43인이 제기한 해고 등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1·2심 재판부 모두 징계는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고, 파업을 이끈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회사가 제기한 업무방해 소송 1·2심에서도 재판부는 방송 공정성을 주요한 근로조건이라고 지적하며 정당성을 확인했다.

6인의 YTN 해직 기자 중 3인의 해고에 대해서만 부당성을 인정한 대법원도 이들이 YTN의 정치 중립과 방송 공정성이라는 ‘공익’을 위한 행동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회사 측의 해고가 유효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3인에 대해선 그 정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는데, YTN 노조가 주장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실체를 뒷받침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작성 YTN 사찰 문건 등의 증거를 반영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그런데 법원의 이런 판단들이 내려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너무도 길다. 아무리 법원이 방송 공정성을 위한 노조 등 구성원들의 저항의 의미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놔도 회사 측에선 끝까지 소송을 이어가는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YTN 노조가 해고무효 소송에 대한 대법원 선고 듣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43개월이었다. 이런 긴 시간 동안 노조와 구성원들이 소송 대응에 전력의 상당 부분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따른 부작용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최종심에서 공정방송 파업의 정당성을 확인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독립된 언론의 저널리즘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확언하기 어렵다는 문제 또한 남는다. 대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판단을 받고 복귀한 YTN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게 ‘해고가 아닌 또 다른 중징계’였던 것처럼 말이다.

▲ 언론노조가 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행진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결국 현재의 방송·언론을 지배하는 구조의 변화 없이는 저널리즘을 징계하는 언론의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언론노조로 대표되는 현업의 언론인들과 시민단체, 언론학자 등이 수년째 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월 MBC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시작으로 9월 KBS·EBS 이사진 임기 만료, 11월 KBS·EBS 사장 교체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그리고 언론노조는 지난 19일 개최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이사회 지배구조와 사장 선임제도 정상화와 관련한 활동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언론노조는 앞으로 특위를 중심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여론 환기를 위한 캠페인, 지식인·학계 선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 개정 작업 관련 대국회 활동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 만료까지 석 달의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간 동안 법·제도 개선 등의 현실화와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기란, 냉정하게 말해 쉽지 않다.

그리고 공영방송 이사진 추천 권한이 있는 여야 정치권은 이변이 없는 한 지금까지 그래왔듯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보다는 자신들의 이해와 관계있는 인물들을 내세울 것이다. 때문에 “당장은” 여야 정치권 어느 쪽에서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용기를 내려 하지 않는 한, 저널리즘을 징계하는 작금의 언론 현실을 끝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설혹 여야 정치권과 얽힌 이해가 각각 존재한다 하더라도 추천을 받은 이후엔 공영방송의 사장 또는 이사로서 방송법에서 적고 있는 편성의 자유와 독립(제4조), 공적책임(제5조), 공정성과 공익성(제6조)에 대한 책무를 우선해야 한다는 "기본"을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또한 낙관하긴 쉽지 않다. 어느 경우도 가능하지 않았기에 작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멀리 있지 않은 정상화의 출구를 찾는 게 어렵기만한 현실이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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