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JTBC ‘썰전’의 여성 정치인 외모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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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경질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이 “이건 다른 얘기인데”라며 말을 꺼낸다. “여의도 보좌진과 기자들 사이에선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조윤선 의원 중 누가 더 예쁜가로 파가 나눠진다.” 그리고 덧붙인다. 갈수록 ‘윤선파’가 다수라고. 그러자 진행자인 김구라는 강용석 변호사에게 묻는다. 나 의원과 조 전 수석 모두와 친분이 있는데 두 여성 정치인의 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강 변호사는 말한다. “나경원 의원은 어떤 앵글에서 잡아도 예쁘다.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김태희 스타일이다.” 이에 이 소장이 “경원파네”라고 하자, 강 변호사는 “아니 윤선파”라고 고백하더니 “(조윤선 전 수석은) 키가 크고 날씬하다. 사법연수원 시절 계주를 하는데 그린피스 조이너가 입었던 사이클복 같은 의상을 입고나와 (남성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전력이 있다. 자신의 매력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이 이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제작진은 두 여성 정치인의 사진 위로 꽃잎이 휘날리게 CG 작업을 하고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쉬(She)'를 비롯한 배경음악을 쉴 새 없이 흘렸다.

▲ 5월 21일 JTBC <썰전> ⓒJTBC 화면캡쳐

여기서 질문해야 할 것은 왜 여성 정치인에 대해서만 외모를 말하는, 정확히는 평가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정치인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남성 정치인, 예를 들어 지난 대선 당시 야당의 대선 후보로 경쟁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안철수 의원을 놓고 누가 더 잘생겼나를 평가하진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추를 평가하는 모습은 비단 JTBC <썰전>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날 <썰전> 방송에서 나경원 의원과 조윤선 전 수석의 미모에 대해 얘기하라는 부추김을 받고 곤란한 듯한 제스처를 보였던 강 변호사는 이미 지난 2월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같은 얘기를 한 일이 있다.

또 2013년 3월 26일 김재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각선미가 예쁘다”고 하는 등 이른바 ‘5대 얼짱 여성 정치인’을 선정해 외모를 품평했던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방송심의규정의 품위유지 조항 위반 등을 이유로 ‘경고 및 프로그램 중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방심위원으로 심의에 참여했던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국민이 뽑은 여성 정치인을 (방송에서) 성적 대상화하는 것으로,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여성 정치인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보다 그들로 하여금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해서만 신경 쓰라고 무심코 강요하며 줄을 세우는 미디어의 모습, 이것이야말로 여성 정치인에 대한 미디어의 성희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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