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톡] ‘SBS스페셜: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마음에서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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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아무리 봐도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은 데도 많고, 후회스러운 일도 너무 많고, 그런데 그 잘못들을 또 되풀이하는 저 자신이 더 바보 같고. 후회하는 일이 너무 많거든요. 그 속에서 어떻게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팁 조금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바보스럽고, 후회스러운 일도 많고, 매번 후회하면서도 잘못을 반복하는 자신을 어떻게 해야 사랑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어느 학생의 즉문(則問).

학생의 즉문에 법륜스님은 눈앞에 있는 시계, 컵, 물병을 놓고 컵이 시계보다 작은지 큰지, 컵이 물병보다 작은지 큰지 묻는다. 시계에 비해 컵은 크고 물병에 비해 컵은 작다. 학생은 즉각즉각 대답한다.

법륜스님은 다시 묻는다. 이번엔 학생에게 오롯이 컵만 보여준다. “이 컵은 커요, 작아요?”

이 질문에 학생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 채 난감한 얼굴로 그저 법륜스님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런 학생에게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 편(연출 임기현, 글·구성 박소영, 내레이션 배우 조재현). ⓒ화면캡처

“자기가 컵이 작다 할 때도 컵은 변화가 없었고 자기가 컵이 크다 할 때도 컵은 변화가 없었어요. 컵은 늘 그대로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거(컵)하고 이것(물병)만 계속 비교해서 작다, 작다, 작다, 작다, 작다, 작다 하다 보니까 이게 작아져 버렸어. 이건 작은 존재가 아닌데.

그래서 뭐예요. 열등의식이 생긴 거예요. 자기 내면에는 자기가 잘나고 싶고 잘나야 한다는 거기에 너무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볼 때는 자기가 못마땅한 거예요. 그래서 이것은 존재에서 오는 거 아니에요. 의식에서 오는 거다. 자기가 자기를 열등하게 규정할수록 누구한테 손해다? 자기한테 손해다.”

법륜스님의 즉설(則說)을 들은 학생은 비로소 웃음을 머금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 때문에 편치 못했던 학생에게 법륜스님이 알려준 팁은 바로 ‘마음’이었다. “행복도 내가,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라는 말처럼 모든 고민, 번뇌, 괴로움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은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법륜스님이 학생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직접적인 해결책을 알려준 것은 아니다. 학생은 질문을 했고 스님은 답을 했을 뿐이다. 이를 통해 학생이 가진 문제의 근원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 이를 통해 학생은 스스로 답을 찾았고, 그래서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 편(연출 임기현, 글·구성 박소영, 내레이션 배우 조재현). ⓒ화면캡처

“일체라고 하는 게 뭐냐면 크다 작가 길다 짧다 무겁다 가볍다 이런 것의 모든 일체는 다 마음이 짓는 바다. 그러기 때문에 내가 열등하다는 건 마음에서 일어난 거고, 내가 잘났다 이것도 마음에서 일어난 거고. 내가 늙었다, 이게 몸에서 오는 거 아니에요.

존재라고 하는 것은 다만 존재일 뿐이다. 그것의 값을 매기는 건 사람들이 매기는 거예요. 다이아몬드가 비싼 건 사람들이 값을 매겨서 비싼 거지 다이아몬드 자체가 비싼 거 아니에요. 다이아몬드나 돌이나 흙이나 숯이나 다 같은 거예요. 사람이 추워서 죽을 때가 되면 다이아몬드가 나아요? 숯이 나아요? 숯이 낫지.”(법륜스님)

나조차도 내가 사랑스럽지 않을 때, 남들과 비교될 때, 행복하지 않다 생각될 때 등 진심으로 웃을 수 없다면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놓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것이 커요, 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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