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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라디오 방송사,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최영주 기자l승인2015.05.26 11: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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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생일이시라구요. 축하드립니다. 두유 한 박스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오전 11시, 경기방송(99.9㎒) <반승원의 뮤직브런치>의 반승원 PD가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신청곡을 튼다. 여느 아나운서 못지않은 음색. 음악을 틀고 난 후, 잠시 한 숨 돌린 뒤 목을 축이고 다시 청취자들의 사연을 인쇄하느라 바쁘다. 음악이 나가고 난 뒤 다시 헤드폰을 착용하고 콘솔을 잡고 DJ 멘트를 한다. PD가 연출도 하고 DJ도 맡는 등 이 같은 1인 다역을 ‘아나듀오’(아나운서+프로듀서+오퍼레이터의 합성어)라 한다.

▲ 경기방송(99.9㎒) <반승원의 뮤직브런치>의 아나듀오(아나운서+프로듀서+오퍼레이터) 반승원 PD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중소라디오 방송사, 아나듀오・PDJ 등 생존을 위한 전략적 시스템

지난 1997년 수도권 지역의 최초 민영 라디오 방송사로 생겨나며 경기도 일대와 충남북부지역을 청취권역으로 하는 경기방송. 경기방송에는 반승원 PD 외에도 최미근, 소영선, 배형진 PD 등 아나듀오가 많다. PD를 뽑을 때 아나운싱 능력까지 본다.

“신입PD를 뽑을 때 진행능력을 좀 봐요. 뉴스 아나운싱을 기본으로 뽑는데, 특별히 결격사유 없는 한은 트레이닝을 받으면 되니까 너무 잘하지 않아도 돼요.

일반 상업방송으로서는 처음 아나듀오 시스템을 도입한 게 경기방송이에요. 제작비 투자 부담 없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미래를 바라본 시스템이기도 하죠. 훗날 외국처럼 위성디지털 라디오가 나오면 별별 FM이 다 나올 텐데 제작비, 인력 등 운영할 시스템은 안 되고, 1인 다역체제로 전문화한 것도 있어요. 그랬기에 1997년 IMF 시대에 개국했음에도 꾸준히 (방송사가) 운영될 수 있었죠.”(반승원 PD)

경기방송의 PD는 총 8명. 24시간 방송을 8명의 PD가 운영하고 있다. PD 한 명 당 2시간짜리 프로그램 하나에 기타 자잘한 프로그램을 몇 개씩 맞는다.

지역 라디오 방송사이자 중소 규모 라디오 방송사인 경인방송iFM(90.7㎒)도 8명의 PD가 종일 방송을 제작해 운영한다. PD 1인당 주 프로그램 1개와 보조 프로그램 1~2개 정도를 맡는다. 경인방송에는 PDJ(PD+DJ)라고 해서 진행 겸 운영까지 겸하는 PDJ 프로그램이 5~6개 정도 된다.

이들이 아나듀오 혹은 PDJ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전략적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바로 부족한 인력과 제작비 등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방송을 이어가고 방송사로서 ‘생존’하기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 경인방송iFM(90.7㎒)의 방송주조 모습. ⓒPD저널

지역을 전하고 지역과 소통하는 라디오, 경인방송・경기방송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라디오 채널인 KBS 쿨FM, MBC FM4U, SBS 파워FM과 같은 중앙방송사 혹은 대형 방송사도 아니고, 잘 알려진 연예인 DJ도 없지만 경인방송과 경기방송은 이들 중앙방송사가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그들이 청취권역으로 하는 인천과 경기 서남부(경인방송) 일대와 경기도 일대(경기방송)의 소식을 누구보다 자세하게 다룬다는 것. 전국 단위 중앙뉴스에서는 ‘단신’처리될 이야기가 지역 방송사에서는 ‘주요’뉴스가 된다.

경인방송의 경우 지난 2011년 인천시 재난주관방송사로 지정되며 재난 발생 시 청취권역을 중심으로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김성민 경인방송 PD(아침 시사정보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 연출)는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천 남구에 있는 용현동 주민에게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태풍이 어떻게 올 것이고, 비가 얼마나 내릴 것인가가 궁금하고 중요한 정보죠. 그런데 KBS, MBC, SBS 등 전국 방송들은 서울 청계천의 범람 등 서울을 중심으로 재난 정보가 전달돼요.

태풍의 경우 중앙방송에서는 서울에서 100㎞ 서쪽으로 떨어진 곳에 태풍이 몇 시에 상륙할 것이라고 하죠. 인천 사람들에게는 그런 정보보다 태풍이 인천으로부터 몇 ㎞ 떨어져 있나가 더 중요하죠.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가 강화 쪽으로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크게 깨달은 게 있어요. 그때 태풍이 인천 지역을 휩쓸고 갔는데 모든 기상 속보가 서울에 몇 시에 근접할 거란 내용이었죠. 그때는 이미 인천에 태풍이 상륙해 피해가 컸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역할은 그런 거예요. 재난경보가 내려지면 동 단위로 들어가서 기상청 정보를 받아서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나가고, 인천 남구 용현동 인하대 병원 앞 사거리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고 보도하는 거죠.”(김성민 PD)

▲ 경기방송의 또 다른 아나듀오 프로그램인 <굿모닝 코리아>(소영선 PD)와 <팝스 콘서트>(배형진 PD).

“지자체와 연계, 각 지역 소식 고르게 다루려 노력”

경기방송은 지난 2000년 재난방송사로 지정되며 경기 지역 재난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경기도 내 고속도로, 지방도와 도심 구간의 교통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며 지역민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1주기를 기점으로 추모 물결이 이어질 때도 경기방송은 서울 중심이 아니라 경기도 곳곳의 추모행사 등을 보도하면서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또한 방송과 지역에 대한 봉사를 결합한 코너도 있다. 경기방송은 <우리 동네 콘서트>라는 재능기부형 노래자랑 코너를 통해 지난 5년간 100호의 어려운 이웃의 집고치기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해왔다. <우리 동네 콘서트>는 참가자들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래만 해도 청취자들의 음원문자가 수익금 기부로 이어지는 코너로, 우수 참가자는 매월 사랑의 집고치기 현장에서 열리는 오픈스튜디오에 초대받아 공연을 펼치게 된다.

경기방송 반승원 PD는 “중앙에 비해 영향력은 약하지만 그래도 중앙에서 다루지 않는 경기지역만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역방송이 아니라면 어디서 지역 이야기를 다루겠나”라고 말했다.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다

재난방송 뿐 아니라 지역만이 가진 이야기를 이끌어내 프로그램화 시키는 경우도 있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한 경인방송의 통기타 연주 경연대회 <2015 기타킹>도 의외로 ‘인천’이라는 지역적 특징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인천에 기타 생산 공장이 많았고 자연스레 악기판매점도 많았고 밴드도 활성화 됐다. 이를 특성화 시켜 만든 게 전국 단위 기타 경연이다.

이밖에도 인천에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토속음악을 통해 인천의 ‘소리’를 조명한 <다시 부르는 인천의 노래>, 지난해 인천아시아게임을 맞아 제작된 <아시아의 음악을 찾아서> 등도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특집 프로그램이다.

경인방송 안병진 PD는 “지역방송은 지역민을 위한 방송을 하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앙방송과는 다른 프로그램, 지역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하는 게 지역방송의 역할이다. 뭔가 지역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걸 프로그램화 시키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 오는 30일 오후 5시 서울 홍대 에반스라운지에서 진행되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기타의 꿈' 콘서트 포스터. 경인방송 김성민 PD가 지난 4월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 콜트・콜텍 사태를 알리면서 콘서트 진행비, 리워드 음원 제작비, 취재비를 제외하고 해당 수익금을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경인방송이 지역 방송사로서 꾸준히 알려온 이야기 중에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회사는 인천과 대전의 콜트·콜텍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노동자 해고를 감행했다. 해고된 후 지난 2007년 4월부터 투쟁을 시작한 기타노동자들. 벌써 8년째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2007년부터 계속 인터뷰하고 만나고 있는 김성민 PD는 “작은 이야기인데 전국적인 사안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지역문제라서 다뤘는데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 농성장이 왰고, 얼마 전에는 다음 뉴스 펀딩과 결합해서 한 달 반 정도 특집 기획 형태로 지역 이야기를 전했다”며 “해당 특집이 끝나고 5월 30일 콜트기타를 만드는 해고노동자와 모여서 공연도 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시사 프로그램 PD로서 제일 원칙으로 삼는 건 단순히 우리 동네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영향 미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도전문 라디오 방송사 YTN FM(94.5㎒).

‘뉴스’의 가치를 고민하는 라디오, 보도전문 YTN FM

지역 방송사가 ‘지역’을 전문으로 한다면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라디오 방송사도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보도전문 라디오 방송사인 YTN FM(94.5㎒). 지난 2008년 개국한 YTN FM은 라디오 방송사 중 가장 최근에 개국한 방송사다. YTN의 자회사로 유일한 24시간 보도전문 라디오 채널로, TV 규모는 상당하지만 라디오는 편성・제작 PD를 다 합쳐 PD가 총 7명의 PD가 24시간 뉴스 등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YTN FM 역시 제작환경 등의 문제로 PD 1명이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1개와 기타 제작물을 담당하고 있다.

YTN FM은 보도전문채널인 만큼 다른 곳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TV뉴스를 라디오 방송 중간 중간 전달하기도 하고, 속보성의 이슈가 터지면 기존 편성대로 나가던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바로 속보를 전달한다. YTN FM의 가장 큰 장점이자 주요 기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우성 YTN FM PD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 그대로 사회적 이슈와 아젠다를 국민에게 전달한다”며 “더 중요한 건 보도전문 라디오인 만큼 과연 ‘뉴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있고, 뉴스의 가치와 기능, 성격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고민도 상당하다. 김 PD는 “아무래도 뉴스가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내용적인 면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며 “정보성 뉴스도 많이 알려드리고, 뉴스의 길이도 변화를 준다. 주말의 경우 <주말 뉴스&뮤직>이라고 해서 신청곡 중심으로 음악 2~3곡을 틀고 단신보다 더 짧은 ‘간추린 뉴스’ 3꼭지를 내보내는 등의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보도전문 라디오 방송사 YTN FM(94.5㎒)의 프로그램들.

‘다양성’, 그들이 필요한 이유

이처럼 지역 방송사와 보도전문 방송사가 필요한 것은 ‘다양성’을 위해서다.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앙방송사에서 소외될 수 있는 ‘지역’의 이야기라든가, 종합편성을 하는 채널에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모두 ‘다양성’ 측면에서 필요한 내용들이다.

김성민 경인방송 PD는 “콜트기타 해고노동자들로부터 콜트 문제가 확산되는데 기여를 했다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덜 알려져 있는, 숨겨진 지역의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확산시키고 재확산 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승원 경기방송 PD도 “멘트 하나에 힘을 얻었다는 청취자의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내가 누구 하나에게 힘을 줄 수 있고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힘을 얻는다”며 “지역방송이라 중앙방송사보다 영향력이라든지 반응이나 호응도 규모가 작아서 아쉽지만, 지역방송사로서 우리이기에 가능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방송이 있다. 또 청취자들에게 더 친근함을 줄 수도 있고 소속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성 YTN FM PD는 “미국과 독일 등의 경우 다양한 성향과 종류의 매체가 많고 정부에서는 이들 매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이는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의 공익성・공공성・다양성 위해 지원 절실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생겨났지만 중소라디오 방송사는 부족한 인력과 적은 제작비, 매체 영향력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위기의 연속이기도 하다. 경인방송, 경기방송, YTN FM 등 중소라디오 방송사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한 것은 열악한 제작환경과 정부 정책의 부재다.

반 PD는 “갈수록 채널도 많아지고 방송사들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속에서 결국 생존경쟁에서 남는 방송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인터넷 등 플랫폼의 다양화로 지역이라는 개념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그럼에도 분명한 건 지역방송사로 태동해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만큼 지역 정보는 물론 지역주민과의 친근한 소통으로 계속 승부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진 경인방송 PD는 “제작비와 인력이 아쉽긴 하다. PD가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뭔가 기획이 있어도 제작비에 막혀서 못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우리 뿐 아니라 중소방송사, 특히 지역방송의 같은 고민일 것”이라며 “특히 라디오 방송사의 경우 라디오 매체가 가진 한계도 존재한다. 방송은 공익적 목적이 있고, 공익적인 목적을 실현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특히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해서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중소지역방송사 콘텐츠의 유통 구조 다각화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포털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지역방송이 진입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할 거 같다”며 “경인방송이라는 한 단위 매체가 안 된다면 지역방송사들이 뭉쳐서 최소한 이런 콘텐츠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유통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성 YTN FM PD도 다양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보도전문채널을 비롯한 중소라디오 방송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TN FM의 경우도 대구, 부산, 강원도 등 지역에서 청취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PD는 “라디오는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매스미디어다. 누구든지 라디오 수신기만 있으면 어느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게 라디오”라며 “국가가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 고민하는 차원에서 중소방송사를 비롯한 라디오의 지원과 보호는 물론 육성 정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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