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연애가 우리의 연애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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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지난 2월 설특집으로 방송됐던 SBS <썸남썸녀>는 김정난, 채정안, 선우선, 채연 등 9명의 솔로 남녀 스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나서는 콘셉트로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두 달 후 ‘연애심리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정규편성됐다. 이 안에서 진짜 커플을 탄생시켜보겠다는 담당PD의 호언처럼 <썸남썸녀>가 지향하는 바는 확실했다. 솔직하고 리얼한 연애 감정. 잠자는 연애세포, 연애를 시작하려고 할 그때의 설렘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거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반응이 없다. 문제는 목표하는 정서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장르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토크쇼, 가상 연애, 관찰형 예능 등 각종 장르와 여러 프로그램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뒤죽박죽이다. 심형탁과 이수경, 강균성과 서인영의 가상연예는 <우결>이 떠오르고, 김정난, 선우선, 김지훈이 함께 지내는 오늘날의 관찰형 예능을 보다가 미팅에 나선 채연과 윤소이는 2000년대 초반 <천생연분>으로 연결된다. 채정안의 의외의 털털한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나 혼자 산다>와 <힐링캠프>와 <택시>에서 보면 더 좋았을 뻔했다. 그녀의 과거를 찾아가는 여정과 가상데이트와 소개팅 사이에서 시청자들은 길을 잃고 연애의 설렘을 놓치고 만다.

▲ SBS ‘썸남썸녀’ ⓒSBS

연애의 감정이란 곁가지를 다 쳐내고 보면 매우 단선적이다. 설렘에서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과정이다. 그런데 <썸남썸녀>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하려고 무리하다보니 너무 많은 걸 담으려는 과오를 범했다. 중년 방송인인 김범수와 안문숙이 <님과 함께>를 통해 큰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은 그럴싸한 판타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 사이에 뜨거운 상승기류가 솟아오르고, 시청자들은 그 기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지켜보면서 빠져든다. 그런데 30대 중후반 결혼을 앞둔 연예인이 출연하는 <썸남썸녀>는 복잡한 구성으로 인해 몰입할 만한 스토리는커녕, 오히려 연애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연애감정이 살아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데 트렌디한 소재와 리얼함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연예인을 내세운 진부한 예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와 정서적 공감을 나누려는 제스처와 달리 상황들은 너무나 ‘방송’적이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집에서 쓸쓸하게 지내는 솔로의 일상을 공개하고 연애사를 비롯해 사랑에 관한 속내를 드러낸다.

그런데 그것이 시청자들과 정서적 교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쉐어하우스 콘셉트이든, 연애심리 콘셉트이든 아무리 리얼함과 트렌디함을 강조해도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예인들의 소개팅과 연애사 고백, 이성 앞에서 매력 발산을 위한 노력 등이 나의 이야기로 다가오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에게 솔로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몰입하기란 꽤 어려운 미션이다. 방송을 위한 촬영된 상황이란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연예인들의 우월한 하드웨어와 특수한 환경이 두 번째 이유다.

친구의 연애 상담도 한두 번이다. 그걸 매주 겪는다는 건 사실 꽤 곤혹스런 일인데, <썸남썸녀>는 연예인들의 연애 상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것도 가상일지도 모를 이야기를 매주 들려준다. 문제는 비교적 풍요롭게 지내는 선남선녀들이 외로워하며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보듬는 걸 아무도 계속 보고 싶지 않다는 거다. 출연진들 각자는 절실하거나 연애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지만 속물적일 정도로 리얼한 연애의 감정과 확실한 목적을 가진 캐릭터라는 <짝>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두 요소가 <썸남썸녀>엔 모두 없다. 그렇다보니 진짜라고 하는 것들도 방송처럼 보인다.

관찰형 예능 시대에 연예인들의 일상에 대한 동경이나 판타지는 잘 통하지 않는 정서다. <썸남썸녀>는 연예인들의 솔직한 연애담이나 고백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공감대를 사려고 했겠지만 그보다는 와 닿는 연애감정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연애감정이 시청자들에게 가깝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선 연예인들끼리의 소개팅, 가상연애 이런 것이 아닌 정말 진짜가 필요하다. 아니면 정말 그럴듯한 감정을 느낄만한 스토리가 펼쳐지던가. 지금 <썸남썸녀>에는 이런 오락가락한 ‘썸’이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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