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샤를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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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쥬 쉬 샤를리(Je suis Charlie)” 나는 샤를리다. 프랑스어를 몰라도, 이 표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 초, 테러 공격을 당한 프랑스 신문사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널리 쓰인 문장이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의 인구학자 엠마뉘엘 토드(Emmanuel Todd)는 이 언론 자유를 위한 연대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샤를리는 누구인가?> 라는 책을 통해서다.

▲ 엠마뉘엘 토드(Emmanuel Todd)의 저서 <샤를리는 누구인가?>(Qui est Charlie?)

국립 인구 통계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엠마뉘엘 토드는 25세이던 1976년, 영아사망률을 근거로 소련의 몰락을 예견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아랍 세계에서의 문맹률 감소와 출산율 상승으로 사회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며, 2010~2011년의 아랍의 봄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7일 샤를리 엡도 테러 공격으로 등장한, ‘나는 샤를리다’ 란 문구 속 샤를리의 정체를 분석한 것이다.

사건 발생 꼭 4개월 만인 5월 7일 발간된 이 책은 테러 공격 자체보다는, 사건 직후 프랑스의 반응에 주목한다. 특히 프랑스 전역에서 40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나는 샤를리다”를 외치며 거리를 메운, 1월 11일의 집회가 주요 분석 대상이다. 이 추도 집회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유럽 정치지도자들 역시 참여해 연대를 보여준 바 있다. 테러 직후,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하나 됨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라고 호소했는데, 1월의 대규모 가두집회는 바로 이 하나 됨의 표시였던 것이다.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시민들이 거리와 SNS에서 “나는 샤를리다”를 외쳤다.

▲ 지난 1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프랑스 파리 언론인 테러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팻말을 든 채 침묵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는 억압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뉴스1

그러나 테러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이 문구, “나는 샤를리다”에서 엠마뉘엘 토드는 “가톨릭주의 좀비”들을 본다.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가두집회에 나온 이들이 실상은, 이슬람 혐오와 종교적 배타성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중산층이라는 주장이다. 남의 종교를 폄하하고 모독하는 <샤를리>가 바로 프랑스 중산층의 정체이며 이들이 프랑스의 전통인 관용 정신을 망치고 있다고도 비판한다.

그는 1월의 추모집회가 프랑스 대도시에서만 일어났고, 도시 근교의 빈곤층 젊은이들은 참여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집회에 참여한 것은, 대도시에 거주하고 문화적으로 카톨릭 전통에 속하는, 이민자와 빈곤층으로부터 사회 불안을 느끼는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90년대 이후 대폭 증가한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져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축적된 이슬람 혐오가 “나는 샤를리다”라는 표현으로 분출되었다는 분석이다.

토드의 적나라한 비판에 대해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프랑스 총리는 “1월 11일의 프랑스는 위선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표현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 이슬람 혐오의 포장으로 폄하될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발스 총리의 주장처럼 “나는 샤를리다”를 외친 사람들은, 1월 11일의 추도집회에서 자유, 평등, 연대의 프랑스를 보았을 것이다. 타인의 종교를 모독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자유, 평등, 연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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