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의 삶이 보이죠. 동화에서 ‘Happily ever after'라고 잘 먹고 잘 살았다라고 나오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 젊은 분들이 이해하고 걱정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동화의 마지막 장 그 다음을 보게 된 거죠.”(송길영)
결혼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는 그리 놀라울 것이 없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의 지도’는 오늘 날 젊은 층이 ‘결혼은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임을 깨달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6년간 ‘결혼’ 관련 키워드 변화를 살펴보니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던 ‘사랑’은 그 순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사랑이 결혼의 전제나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돈’과 ‘부모님’이라는 키워드는 순위가 계속 높아졌다.
“이 두 키워드는 연결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제일 중요한 게 주거문제잖아요. 그런데 그 돈을 일반적인 직장인이 자기가 모아서는 댈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부모님이 연결되는 거예요. 모 드라마에서 애기했잖아요. 결혼은 내가 하는 건데 엄마가 무슨 상관이냐고. 그랬더니 엄마가 하는 소리가 돈을 내가 내는데 무슨 소리냐. 그러니까 부모님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결혼에 대해서. 돈을 내시니까.”(송길영)
“지구상에 부모한테 허락 맡고 짝짓기 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는 것 같은데.”(김제동)
어차피 결혼이 동화가 아닌 현실이라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의 마지막 장 이후·이면의 이야기를 직시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어쩌면 현실적인 조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이 ‘지분’을 갖고 있는 결혼이라니! 그런 결혼이라면 그 이후의 삶과 생활도 온전히 본인들의 것일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 세대도,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우리 사회도, 모두가 잔혹동화처럼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