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톡] SBS ‘풍문으로 들었소’ -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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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풍문으로 들었소> ⓒSBS

“첫째는 상속을 포기한다는 겁니다.”(한인상)

“두 번째 조건은 사법시험에 떨어지더라도 뜻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로스쿨에 진학한다는 거예요.”(서 봄)

“너희 둘은 남들 하는 대로, 남들 하는 만큼 그런 정도로는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하냐.”(한정호)

“바로 그런 압박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죠. 세 번째는 설령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다 해도 한송 같은 데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한인상)

법 위의 사람.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한정호(유준상 분). 그러나 인상(이 준 분)은 자신의 것이 될 예정이었던 그 모든 특혜를 내려놓는다. 인상은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봄(고아성 분)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했고, 세 가지 조건을 받아들여 박 선생(허정도 분)의 장학금을 받기로 한다. 그 세 가지 조건을 수락한다는 건 곧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노라는 선언과도 같은 것.

“저는 이제, 상속자도 아니고 어린애는 더더욱 아니에요.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보겠습니다.”(한인상)

“너희는 세뇌 당한거다.”(한정호)

“저희가 결정했어요.”(한인상)

인상의 선언은 단순히 아버지의 삶에 반기를 든 반항도, 어디선가 세뇌 당해 철없이 하는 행동도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부자인 게 당연했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생각 없이 살던 한 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시작했다는 것. 스스로 생각하고 오로지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는 것. 힘 있는 ‘괴물’이 되기보다는 가진 게 부족하더라도 ‘사람’으로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 SBS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 장면. 무소불위의 권력자 한정호는 그 넓은 집에 혼자 남겨졌다. ⓒSBS

그리고 인상이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그의 곁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괴물이 되기를 택해 결국 혼자 남겨진 아버지 한정호와는 달랐다.

험난한 길을 택했지만, 민주영(장소연 분)의 말대로 인상은 돌아가지 않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한정호의 그늘을 벗어나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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