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괴담? 알권리 차단한 언론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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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괴담? 알권리 차단한 언론도 책임”
[비평] 방송사 메르스 관련 보도 실태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6.03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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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늘어나는 피해자, 커져가는 불안과 불신. 돌아가는 상황이 세월호 참사를 닮았다고들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야기다. 2주 만에 벌써 2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감염자 수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또 한 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초동 대처를 제대로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의 대처도 형편 없었다는 지적이다.

방역체계는 힘없이 무너졌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뒷북 일색이었다. 특히 청와대의 지지부진한 대처는 지난 해 에볼라가 발생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속하게 대책을 강구하며 보여준 태도와 대비된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 한 번 ‘골든타임’을 놓쳤고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는 최초 발생 열흘이 지나서야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며 원론적인 발언만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보건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감염 확산을 불렀다는 원론적인 비판과 단순 현상 보도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 정부의 대국민 소통 실패 등을 지적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

▲ 3일 오전 체험학습을 나온 중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으로 209개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뉴스1

최근 일주일간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를 살펴보면, 당국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하고는 있지만 컨트롤 타워의 부재 및 혼란이 확산된 원인 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특히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 발생 열흘이 넘어서야 관련 발언을 했지만 단순 전달하거나 보도를 하지 않아 행정부 수반인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보도는 없었다.

또한 “괴담 유포자를 엄정처벌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보도하면서도 왜 그런 괴담이 나오는지, 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지, 왜 제대로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는지 구조적인 문제는 지적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감염 확산 상황이 당국의 주장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정부가 말 바꾸기를 일삼자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절대적인 보도량은 많았지만 대부분 현상 보도에 치우쳐 알맹이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공포심만 부추기고 국민이 원하는 정보는 전달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JTBC는 통제된 정보가 오히려 메르스 괴담을 확산했다며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서는 오히려 정부의 정확한 정보제공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괴담은 보건당국이 신뢰를 잃어 불안과 우려가 커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일에는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역학 조사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확진자 25명의 발병 과정과 당국의 관리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또한 메르스 공기 감염 여부에 대해 부인했던 당국이 질병관리본부 대응수칙에서는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해 혼란을 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JTBC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할 보건당국이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를 알려왔다며 “괴담 유포자 엄정 대응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이 먼저”라고 일침했다.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괴담이라는 건 뉴스에 정보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지적보다는 당국의 정보공개 문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확한 정보들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에볼라 발생 당시의 보도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도 많지 않고 내용도 분명치 않다”며 “알맹이 없이 공포감만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행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각심을 주는 것은 좋으나 구체적인 정보가 빠진 보도는 해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정확히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변혜진 기획실장도 “뉴스에 국민이 알아야 할 핵심 정보들이 부족하다”며 “금방 컨트롤이 된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지, 격리병동 숫자는 왜 턱없이 부족한지, 민간 대형병원에는 왜 음압시설이 없는 것인지, 병원 공개 쟁점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할 이야기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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