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전에도 기레기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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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술·환경단체, “4대강 사업 보도 반성 없는 언론” 비판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제가 현재까지도 계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언론·학술·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4대강 사업을 왜곡한 언론 보도 사례를 발표하고 언론에 책임을 물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찬동하는 언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이 계속 나타나는데도 언론은 일말의 반성도 없다”고 규탄했다.

이철재 대한하천학회 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고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큰데도 언론들이 제대로 짚고 있지 않다”며 “환경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에까지 큰 악영향을 미친 4대강 사업에 대한 성찰 없이는 미래를 고민할 수 없다”고 조사 취지를 밝혔다.

▲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학술·환경단체들이 4대강 왜곡 언론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PD저널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운하’와 ‘4대강 사업’ 관련 사설 및 칼럼 수는 <한겨레>(428건)가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272건)과 <한국일보>(196건)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은 55건, 42건으로 낮은 빈도를 보였다. 이들 언론이 4대강 이슈에 대해 침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4대강 사업’을 강력하게 찬동했던 언론들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총 214건의 보도 중 대운하에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내용의 보도가 각각 157건, 57건으로 긍정적인 보도(11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보도가 모든 언론사에 고르게 나타났으며 효과 비판, 타당성 부족, 국민적 합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보도가 보수언론에서도 나왔다.

대운하 비판 논거는 4대강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 <문화일보>, <매일경제>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특히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태도가 급격히 전환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속도전과 일방주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왜곡하거나 회피했고, ‘4대강 반대=좌파’라는 색깔론을 사용해 폄하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4대강 사업 관련 전체 127건의 사설·칼럼 중 49건(38.6%)에 ‘낙인·비난 프레임’을 사용했으며 41건(32.3%)에 ‘녹색성장 만능주의 옹호’ 프레임을 사용했다. <문화일보>도 93 건 중 45건에서 ‘녹색성장 만능주의 옹호’ 프레임을 사용했다.

한편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언론들은 2013년 1월과 7월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오자 사업에 찬동했던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오히려 ‘정치적 감사’를 했다며 감사원을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들 언론은 4대강 사업을 위해 침묵했고, 현재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전히 꼼수를 쓰고 있다”며 “불행한 것은 대다수의 언론들이 자신들의 책임 방기에 대해 여전히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찰이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사회적 이성과 합리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 참과 거짓의 문제였다”며 “4대강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언론이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과 왜곡에 대한 반성과 개선 없이는 제2, 제3의 4대강 사업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황폐화해 정신적 측면에서의 파멸을 초래했고, 4대강 사업으로는 환경적 측면에서의 파멸을 만들었다”며 “언론이 마구잡이로 자연을 훼손하는 권력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찬성하고 지지했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를 망가뜨리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매국노의 행태”라며 “특히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기업들과 연결되어 있는 매체들은 국민 정서를 왜곡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반성 없이 침묵하는 언론의 태도는 크게 잘못됐다”며 “앞으로 계속 언론을 감시·견제하며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훈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우리 국토를 갈갈이 훼손하고 절단하는, 묵과할 수 없는 범죄를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데는 언론의 책임이 너무나도 크다”며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4대강 사업을 부추기고 찬동했으며 논리까지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전에 이미 ‘기레기’가 존재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사들은 반성하고, 국민앞에 사과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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