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싸우는 박원순·이재명이 불편한 조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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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박원순 우호 여론에 뒤늦게 정보 공개한 정부…여전히 안 보이는 대통령

▲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한 보건복지부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발생 18일 만에 정부가 환자가 감염되거나 경유한 24개 병원명을 공개했다. 정부가 뒤늦게 병원명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17인의 환자가 확인되면서 36인의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보 공개와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 또한 정부에겐 부담이었다. “전형적인 뒷북·늑장 행정”(6월 8일 <한겨레> 1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뒤늦었지만 정부는 정보 공개와 함께 서울·경기·대전·충남 등 지자체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립보건연구원 한 곳에서만 하던 메르스 확진 판정을 앞으로는 지자체에서 직접 할 수 있게 돼 “의심에서 확진까지 걸리는 시간 중 6~15시간을 절약”(6월 8일 <중앙일보> 4면)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8일자 조선·동아일보는 뒤늦은 정부 대응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메르스 2차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지자체-시민의 총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선제 대응에 나선 지자체장 비판도 멈추지 않았다. 정부의 병원 명단 공개에 앞서 일부 지자체장이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나섰다는 것으로, 특히 감염 의심자의 거주 지역과 자녀가 다니는 학교 등을 공개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요 타깃이었다.

<동아일보>는 8일자 신문 4면 ‘성남시장, 환자 자녀학교까지 공개…혼선 막을 기준 마련을’ 기사에서 지난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35번 환자의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한 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지역주민의 양성 판정 사실과 구체적인 동선 등을 발표한 데 반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상세한 환자 정보를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 6월 8일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이 시장의 정보공개 후 “(양성 반응이 나온 환자가 거주하는) 해당 아파트단지는 주말 내내 뒤숭숭했다. 무엇보다 확진도 아닌 양성 판정인데도 자녀의 학교까지 공개한 것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에 격리된 한 의사의 말을 인용, “환자를 치료해줬다는 이유로 개인 신상이 다 까발려지는 상황에서 어떤 의사가 적극적으로 전염병 진료에 나서겠느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6면 기사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메르스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일부 지자체들이 메르스 감염 환자의 신상정보를 ‘돌출 공개’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치적 정전협정’이 얼마나 갈지 미지수”라며 이재명 시장의 사례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또 박원순 시장이 요구해왔던 지자체로의 메르스 확진 판정 권한 이양이 가능해진 데 대해서도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 “박 시장은 환자가 격리된 상황에서 확진까지 걸리는 몇 시간의 차이를 가지고 중앙정부를 비판했다. 전형적인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그간 정보를 감추는 데 급급하며 메르스를 확산시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비판까지 한 몸에 받던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정부에 앞서 정보를 공유하는 선제 대응에 나선 서울시장 등 야권 지자체장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론 지자체장의 환자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다른 곳에서 꺼리는 환자를 받아 치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의사들과 병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여전히 정부, 그리고 지자체의 배려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특히 의료계의 반발이 큰데 <경향신문> 4면 기사에 따르면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를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남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한 의료인 자녀의 등교 거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하는 부분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 같은 엇박 또한 결국 정부의 불통에서 비롯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가 31면 사설에서 “(일부 지자체장의 독자 플레이를 두고) 정치적 속셈이 도마에 올랐지만 중앙정부의 대응이 불신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지자체장으로 자구책의 성격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실제로 지난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며 맹공을 퍼부었지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하루 간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적절했다”는 의견이 55%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32.8%)보다 높았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메르스 사태에 공동 협력하기로 한 상황에도 조선·동아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지자체장에 대한 비판에 지면을 할애했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을 문제 삼았다.

▲ 6월 8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은 31면 사설 ‘대통령의 갈등 조장과 여야의 초당 협력’에서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서 극복해야 할 비상 상황에서는 합심 협력이 최고의 덕목이고 누구보다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이 특히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와 대조적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메르스 창궐에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한 국회법 개정을 저지하는 일에 집중하며 야당뿐 아니라 여당 지도부까지 궁지에 몰려 했으며,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병원을 방문했지만 여기서도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는 걸 잊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메르스라는 하나의 전선에 매진해도 부족할 마당에 이런 분열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시민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따라갈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하며 초당 협력의 자세를 당부했다.

<한겨레>도 31면 사설에서 “왜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에 나서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안에 잠겨 주말을 보내는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을 설명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박 대통령은 주말 내내 특별한 일정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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