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을 메르스 수혜자로 만든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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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을 메르스 수혜자로 만든 언론들
[비평] ‘맥없이’ 끝난 청문회,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나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5.06.1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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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흘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10일 끝났다. 종교 편향부터 병역·전관예우 의혹 등 어느 하나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싱겁게’ ‘맥없이’ ‘겉핥기’로 마무리됐다는 게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에서 전하는 평가다.

“야당은 새 의혹 제기가 없고 여당은 후보자 엄호에 나서면서 ‘맥 빠진 청문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10일 KBS <뉴스9>) / “사흘 동안 맥없이 청문회가 진행되더니 정작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6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새롭게 제기된 의혹 없이 끝났다.” (6월 10일 SBS <8뉴스>)

▲ 6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MBC 화면캡쳐

그렇다. 국회는 사흘 동안 검증을 했지만 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된 황 후보자의 병역면제 및 전관예우 의혹, 종교·공안 편향 의혹 등 어느 하나도 속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으로 황 후보자가 그동안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내사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을 주도하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에 대한 편향 수사와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에서 정권과 코드를 맞춘 것이나,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과거 저술 등에서 “교회법 우선” 입장 등을 밝혔던 데 대한 내용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문제제기는 일찍부터 존재했지만 입증할 만한 ‘한 방’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검증의 칼날이 부족한 것 외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며 자료 제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황 후보자의 문제 역시 크다.

청문회 첫 날이었던 지난 8일 황 후보자는 병역 면제 사유에 대해 “대학에 들어가면서 담마진이라는 병이 생겨 이후 17년 동안 치료했다”며 “신검장에 갔는데 ‘여러 정밀검사를 해야겠다’며 여러 의학적 검사를 한 후 병역 면제결정이 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담마진 치료 병원기록을 요구하자 “10년이 지나서 그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광진 의원은 황 후보자가 병역 면제 판정을 받고 6일 뒤 국군 수도통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통해 병역 면제 사유라고 밝힌 만성 담마진 판정을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는 법무법인에서 17개월 간 17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불거진 전관예우 의혹과 관련해서도 상당수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늑장 제출하는 것으로 검증을 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 있었다. 청문회 막판,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했던 19건의 자료, 이른바 ‘19금’ 자료가 제한적으로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황 후보자가 2012년 1월 4월 ‘사면 자문’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6차 특별사면 8일 전의 일로, 야당 청문위원들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길 희망한 의뢰인을 위해 황 후보자가 ‘자문’ 명목의 로비 활동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청와대 사면 실무는 황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진영 민정수석이 총괄했다. 또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 후보자가 서울지검 재직 시절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 6월 11일 <한겨레> 2면

11일자 <한겨레> 2면에 게재된 ‘황교안, 청와대·법무부 인맥 활용해 ’사면로비‘ 했나’ 기사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전날인 9일 청문회에서 “사면 자문을 별도로 수임한 게 아니라, 법무법인에 별도 사건을 의뢰했던 기업인이 사면에 관심이 있어 그해(2012년) 7~8월께 사면 절차에 관해 조언을 한 게 전부”라며 “(이 자문은) 2012년 1월 특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이런 황 후보자의 해명이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며 “법무법인에서 다른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던 의뢰인이 사면 절차 문의만을 위해 황 후보자에게 별도로 자문을 구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당시 황후보자가 근무하던 태평양에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을 지낸 문아무개 변호사와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지낸 박아무개·선아무개 변호사도 있었다”며 “의뢰인이 이들을 제쳐두고 사면 관련 분야 경험이 전무한 황 후보자를 찾아 사면 절차를 문의한 데는 단순한 자문 이상의 특별한 역할을 기대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야당은 현행법 규정 때문에 의뢰인을 밝힐 수 없다면 수임료 규모라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수임액이 공개되면 황 후보자가 맡았던 사면 관련 업무가 ‘사면 절차 설명 등 단순 자문’인지 그 이상의 업무였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지난 10일자 신문 31면 사설에서 청문회가 ‘맹탕’으로 진행된 데 대해 황 후보자의 책임을 물었다. <경향신문>은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황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미루다 당일 내놓는 식으로 검증을 피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부실 자료 역시 자신의 해명을 재반박할 추가적 검증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술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지금까지 법조인 출신들이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면 자발적으로 수임 자료를 제출했다고 지적하며 “전관예우 문제에서 떴떳하다면 왜 이렇게까지 자료 공개를 꺼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역 의혹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 신문 39면 사설에서 “황 후보자는 그동안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해 왔지만 막상 청문회 석상에서도 명쾌한 해명은 없었다”며 “역대 가장 부실 청문회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식으로 청문회 관문을 통과한 총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 6월 10일 SBS <8뉴스> ⓒSBS 화면캡쳐

그러나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에선 청문회에 임하는 황 후보자의 부적절한 태도를 꼬집지 않았다. 청문회 일정을 모두 마친 지난 10일 KBS <뉴스9>는 병역면제 의혹과 특별사면 자문 및 전관예우 의혹 등을 언급한 후 각각의 증인들이 “오해”, “모른다”는 답변을 한 사실을 나열하며 “맥 빠진 청문회”라고 논평했을 뿐이고, MBC <뉴스데스크>도 다르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특별사면 자문 관련 의혹이 새롭게 나온 지난 9일 청문회 관련 보도에서도 해당 내용을 여야의 공방으로만 처리했고, 자료 공개를 꺼리는 황 후보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이 자료 공개 범위를 놓고 여야가 공방하다 한때 청문회가 중단됐다고 전하며 파행 쪽에 초점을 더 맞췄다.

SBS <8뉴스>는 청문회 일정을 모두 끝낸 지난 10일 보도에서 “인사청문회는 새롭게 제기된 의혹 없이 끝났다”고 정리했다. 청문회 막판 새롭게 등장한 특별사면 자문 관련 의혹은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대답 속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나왔다”는 기자 멘트로 처리했을 뿐이다.

국무총리의 자격을 평가할 때 어떤 사안이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검증을 위한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고 두루뭉수리한 답변으로 버티는 황교안 후보자의 자세는 대체 왜 공직후보자로서 청문회 자리에 앉아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청문회에 임하는 ‘기본’ 자세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들은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싱겁게’ ‘맥없이’ ‘겉핥기’로 종료됐다며 비판적인 어조의 평가를 던지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메르스 사태에 국민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서 부실한 답변과 자료 제출로 청문회의 기본을 무너트린 황교안 후보자가 그대로 인준된다면, 언론 역시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지적 정도는 이미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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