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손배소 판결문이 말하는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 공정성은 노사 양측의 의무이자 책임”

▲ MBC 파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 2심 판결문 ⓒPD저널

벌써 여섯 번째다. MBC가 2012년 170일 파업을 이유로 MBC노조를 상대로 한 19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김우진)는 “파업에 이른 주된 목적은 김재철이라는 특정한 경영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고자 하는 데 있다”며 ‘방송 공정성’을 방송근로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방송 공정성’은 노사 양측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원은 지난 12일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법 제3조에 따라 원고(MBC)는 이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피고들에게 청구할 수 없다”며 MBC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2012년 170일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1심·2심, 해고무효 1심·2심, 19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이어 ‘방송 공정성’은 방송근로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자 이 같은 근로조건이 훼손됐을 경우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법원은 2012년 노조 파업에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정치적・불법적 목적이 있었다는 MBC 사측의 주장에 법적 타당성이 없음을 여섯 차례나 확인한 것이다.

▲ 지난 12일 오후 2시 MBC가 2012년 170일 파업을 이유로 MBC노조를 상대로 한 19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김우진)는 MBC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노조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노조 전·현직 집행부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능희 현 노조위원장,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언론노조

재판부는 이번에도 노조가 파업에 이른 주된 목적에 대해 “김재철이라는 특정한 경영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고자 하는 데 있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대화에도 응하지 않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구 방송법 등의 관계법령 및 단체협약에 의하여 인정된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인 다수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을 악화시켰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을 비롯한 원고의 근로자들은 그 시정을 구하기 위한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은 그 목적에 있어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파업 직전까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MBC 근로자에게 부여된 거의 유일한 수단인 공정방송협의회 개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수차례 거부해 왔음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MBC)는 구성원에게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단체협약은 원고와 원고 구성원 사이의 상호 양해 아래 위와 같은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내부적인 장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방송의 제작・편성・보도 등 구체적인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실제적으로 근로환경 내지 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 2010년 3월 노조의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제가 그(공정방송)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 사원들이 한강에 저를 매달아서 버리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와 함께 재판부는 파업 시작 전까지 <PD수첩> 등 일부 프로그램의 제작진에 대해 종래에는 적용된 바 없던 ‘1년 이상 근무한 PD를 교체한다’는 인사원칙을 적용하여 대거 인사발령을 하고, 방송 주제 선정 문제로 상위 책임자와 마찰을 빚은 일부 PD들을 기존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로 전보발령을 하였다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보직으로 복귀시키는 등 스스로 인사권을 남용하여 노사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 파업의 시기 및 절차 적법 여부,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다소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이 같은 점이 파업 자체의 정당성까지 상실되거나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MBC는 지난 12일 “회사는 특정 정치적 지향을 가진, 특정 노조가 벌인 2012년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 우려하며, 따라서 법과 제도에 대한 최종적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012년 170일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해고무효, 19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결말은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