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흥행 요소, 디테일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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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흥행 요소, 디테일의 재발견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5.06.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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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 없지만 새롭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한다. MBC <일밤-복면가왕>(연출 민철기, 노시용, 이하 ‘복면가왕’) 열풍이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아이돌부터 한 시대를 휩쓸었던 가수들, 그리고 노래와는 전혀 상관없을 법한 방송인들이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노래 실력을 겨룬다. <복면가왕>은 설날 특집 이후 정규 편성됐다. 시청자 호응이 있긴 했지만 이른바 ‘대박’ 조짐까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복면가왕’이 탄력을 받고 있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첫 방송 시청률이 6%대에 그쳤으나 가수 백청강이 여성으로 변장해 출중한 노래 실력을 선보인 지난 10회분은 최고 시청률인 11.3%(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덕분에 MBC는 육아 예능 ‘아빠! 어디가’ 종영 이후 ‘애니멀즈’의 시청률 부진을 딛고 ‘복면가왕’을 통해 주춤했던 <일밤>의 재안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복면가왕’은 ‘노래로 승부를 겨룬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음악 예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목소리로만 출연자를 가늠하는 비슷한 포맷의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JTBC <히든싱어>가 있었기에 차별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방송가에선 음악 예능이 워낙 빈번하게 등장하는 포맷이라 시청자 입장에서도 피로감이 높은 장르이기도 하다. 현재 방송 중인 KBS <불후의 명곡>를 비롯해 SBS <K팝 스타>, Mnet <슈퍼스타 K> 등이 거의 시즌제로 방영돼 ‘진부함’ 혹은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게 과제일 수밖에 없다.

▲ MBC '복면가왕' ⓒMBC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복면가왕’은 ‘음악 예능’ 홍수 속에 ‘디테일’로 승부수를 띄우는 듯 보인다. 첫 번째 흥행 요소는 단연 ‘복면’이다.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 ‘자체검열 모자이크’, ‘고주파 쌍더듬이’, ‘질풍노도 유니콘’, ‘마스터키’, ‘모기향 필 무렵’ 등 출연자들이 쓴 가면 특색에 맞게끔 엉뚱하게 붙여진 별명들은 시청자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복면’은 사소한 장치처럼 보이지만, 출연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고 반전까지 선사한다. ‘칼군무’만 추는 아이돌인 줄 알았던 아이돌의 가창력, 세월에 묻힌 한 시절의 가수를 마주한다. 예측과 예측을 벗어나는 간극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생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복면’은 ‘편견’인 동시에 ‘기회’처럼 읽힌다. 루나, 육성재, 가희, 산들, 솔지 등 아이돌이라서 노래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들은 얼굴을 가리고서야 인정받았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노래를 못하는 가수라는 편견이 지배적이라 노래로 승부하고 싶어도 자신의 가창력이나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기성 가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인하, 박학기, 조장혁, 고유진, 이덕진 등 1980~1990년대 전성기를 보냈지만 ‘한 물간 가수’라는 과거에 묶여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이들 모두 ‘복면’을 쓰고서야 비로소 ‘편견 없이’ 관중을 만날 수 있었다.

‘복면’이라는 장치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감을 낮춰 편안한 시청을 가능하게끔 한다. 그간 방영돼온 음악 예능들은 출연자의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심사위원의 평가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은 점점 더 좁아지는 ‘통과의 문’을 바라보며 긴장감을 느끼는 동시에 숱한 탈락도 함께 목격해야 했다. ‘복면가왕’도 토너먼트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서바이벌’에 대한 압박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연예인 판정단이 출연자의 가창력에 대한 평가보다 감상을 말하고, 나아가 ‘가면 뒤에 숨은 그’를 맞추는 ‘퀴즈의 묘’를 살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복면가왕’의 흥행 요소를 한 가지 더 꼽자면 ‘선곡’의 디테일을 들 수 있다. 기존 음악 예능에서는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가수의 명곡 혹은 아마추어 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노래 위주였다. 이에 반해 ‘복면가왕’은 현 세대 목소리로 예전에 유행했던 복고풍의 노래를 선곡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들국화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우순실 ‘잃어버린 우산’, 사랑과 평화 ‘울고 싶어라’, 신용재 ‘가수가 된 이유’ 심수봉 ‘비나리’, 김건모 ‘첫인상’, 나미 ‘슬픈 인연’부터 최신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복면가왕’은 ‘복면’, ‘음악’, ‘호기심’ 등 대중이 두루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디테일하게 다듬어가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 예능’의 흥행 맥락 속에 아이러니가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다. ‘복면가왕’ 출연자 중 음악을 업(業)으로 하는 이들에 국한해서 봤을 때 아이돌이나 기성 가수들이 ‘복면’을 써야만 노래 실력을 재평가 받는다는 건 그만큼 방송가에서 다양한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얼마나 좁은지에 유추 가능하다. 시청자들 또한 ‘음악’ 자체에 열광한다기보다 미스터리한 ‘복면 퀴즈쇼’에 열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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