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국 무대 ‘프로듀사’가 남긴 것
상태바
예능국 무대 ‘프로듀사’가 남긴 것
자체 최고시청률 17% 기록 종영…2TV 금요일 밤 시간 인지도에 긍정적 효과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6.22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2TV <프로듀사>가 지난 2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프로듀사>는 예능국의, 예능국에 의한, 예능국을 위한 드라마로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으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열 두 편의 방송. <프로듀사>는 무엇을 남겼을까.

<프로듀사>는 마지막 회 1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며 종영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방영 내내 <프로듀사>는 제작 전부터 모아졌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어벤져스급 제작진과 배우들을 모아놓고 ‘중박’ 정도의 결과물에 그쳤다는 것.

▲ KBS <프로듀사> ⓒKBS

특히 ‘프로듀사’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 흔한 연애물일 뿐, 기대한 만큼 예능국 PD들의 ‘무엇’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시청률 전쟁,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 고된 밤샘 작업 등 예능국의 모습이 담기긴 했지만 이미 여타 예능프로그램에서 PD들의 모습이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는 요즘, 드라마에 담긴 예능사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시청자들은 이미 방송사 내부 이야기에 익숙하다.

무엇보다 극 흐름의 중심축이 예능국 이야기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사각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연애 이야기 외에 극을 끌고 가는 중심축은 신디(아이유 분)에게 있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PD들이 하는 일은 온통 ‘곤경에 빠진 신디 구하기’였고, 결국 신디의 성장스토리로 극이 마무리 됐다. PD가 아닌 신디가 주인공이었다는 느낌, ‘신디에 의한, 신디를 위한’ 드라마였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 편성 관행을 벗어나 금·토요일 밤 시간대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전략을 시도했다. <프로듀사>가 기록한 높은 시청률은 이러한 편성전략이 성공했음을 뜻한다. 유료채널이 강세였던 금요일 밤 시간대에 KBS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고, 금·토요일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각인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초 방영된 <스파이>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예능국 최초의 드라마였다는 점도 그렇다. 시트콤이 아닌 드라마가 예능국에서 제작됐다는 것은 앞으로 장르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는 의미가 있다.

<프로듀사>는 아쉬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드라마였다.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한 길 대신 새로움을 택한 시도만큼은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다. 기대에는 못 미친 절반의 성공이지만, 그 성공은 추후 다른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며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금·토 드라마 편성과 콘텐츠 다양화, 웹드라마 제작 등 최근 젊은 시청자층을 공략한 KBS의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 속에서 <프로듀사>가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