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영방송의 ‘회춘 전략’이 시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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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RD·ZDF 공동으로 젊은층 겨냥 온라인 새 채널 구상

현재 독일 공영방송은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그 고민은 바로 공영방송이 점점 ‘올드보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방송 이원화 체제 하에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이 운영구조, 프로그램 성격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 차이는 주시청자층에서도 나타난다. 공영방송은 중장년층, 상업방송은 젊은층이 주시청자층으로, 세대 간 방송 선호경향이 뚜렷이 나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14~49세 시청자층에서 공영방송(ARD, ZDF, KI.KA)은 약 20%의 점유율을 보이는 반면, 상업방송은 약 6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유율 구조는 중장년층에서는 반대로 나타나며, 전체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공영방송의 점유율이 조금 더 우세하다.

▲  독일의 14~49세 시청자층 점유율.

이 같은 공영방송의 고령화는 향후 공영방송의 존립 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상업방송에 익숙한 젊은층의 기호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때문에 향후 10~20년 후 공영방송의 전체 방송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서 현재 젊은층을 끌어오지 못한다면 말이다. 공영방송의 시청 점유율 감소는 방송수신료제의 정당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도 젊은층에서는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데 왜 매달 비싼 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 공영방송은 젊은층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독일 정치권과 공영방송은 지난 몇 년간 이 문제를 고심해왔는데, 최근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작년 말 공영방송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주장관 회의에서 제1공영방송 ARD와 제2공영방송 ZDF가 공동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새 채널을 만들되 이를 온라인상에서만 운영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애초 TV, 라디오, 인터넷 세 매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송 채널 모델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처음보다는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안으로 결정되었다. 이 결정 후 ARD와 ZDF에게는 새 채널 운영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올해 5월 두 공영방송사는 새 채널 운영안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발표했다. 다음은 공영방송이 발표한 새 채널 운영안의 주요 내용이다.

새로 만들어질 채널은 14~29세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전문 채널로 온라인상에서만 운영되고 운영 시작 시기는 2016년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다. 공영방송측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채널인만큼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콘텐츠 유통 방식에서 젊은층의 욕구와 성향에 맞도록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띠는 점은 방송 콘텐츠를 공영방송이 만든 온라인 채널 뿐만 아니라, 제 3의 플랫폼, 즉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왓츠앱 등의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통시키고 또 모든 콘텐츠들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여 서비스한다는 방안이다.

이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지상파 채널을 포기하는 대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무료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공영방송이 상업방송을 상대하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려하는 것 같다.

▲ 독일 공영방송 ARD 웹사이트.

이러한 공격적인 전략을 시도하는 데에는 현재로서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대신 독자적인 채널 또는 프로그램들의 브랜드를 부각시켜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 시청료 수익에 기반하고 있어 수익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공영방송의 이점이 이러한 전략의 채택을 좀 더 용이하게 해주는 것 같다. 한편 이번 새 채널을 만드는데 드는 예산도 주요 이슈인데, 방송사측은 예산은 그리 큰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방송사측은 예상 소요예산이 약 4500만 유로 (한화 약 540억 원)로 이 재원은 2016년 초에 운영을 중단하는 두 개 디지털 채널의 운영 예산에서 끌어오면 충분히 충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사업으로 수신료가 또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공영방송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예산 충원에 있어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새 채널에서 제공할 프로그램의 포맷도 채널의 성격에 맞추어 개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ARD와 ZDF가 보유한 기존 프로그램들은 최소한으로 활용하고,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감성적이고 개성적인 새 프로그램 제작에 주력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의 길이도 일반 방송들보다 더 짧게 만들고, 젊은층의 온라인 이용 성향에 맞게 온라인 플랫폼의 토론방과 채팅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프로그램 구성에서는 젊은층에 인기가 있는 음악 방송에 가장 중점을 두고 정보, 픽션, 코미디, 지식, 상담 프로그램들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은 이번 새 채널을 통해 젊은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므로서 방송사 전체적으로 보다 젊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독일 방송계에서는 과연 이번 공영방송의 실험이 기대한대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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