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방위 법안소위, KBS 수신료 인상안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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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先 KBS 공정성 법안 後 수신료 인상" 반대…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논의 파행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가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민식, 이하 법안소위)를 열어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에 대해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 이날 법안소위에서 여당은 현재의 수신료가 34년째 동결 상태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지만 야당은 KBS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 보도·제작의 자율성·독립성 확보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송법 등의 개정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시민단체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8개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미방위 법안소위에서의 수신료 인상안 상정 소식을 접하자마자 “국회는 KBS에 공정방송이나 제대로 요구하라”는 반대 입장을 밝히며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 금동수 KBS 부사장이 2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처리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PD저널

與 “KBS 공정성 확보 논의 이미 충분히 했다” 수신료 인상 주장

이날 법안소위에 참석한 금동수 KBS 부사장은 “조속히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도 “KBS가 공영방송의 틀 안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상업광고 축소를 통한 재원구조의 정상화가 절실하고 공정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지금 KBS는 수년간의 적자로 경영상태가 악화돼 있는데,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수신료 인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KBS와 방통위의 이 같은 주장에 적극 공감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수신료 인상이 아닌 현실화로, 이 문제를 10년 이상 논의해 온 만큼 이젠 종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KBS 보도·제작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법안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 의원은 “이미 상임위(미방위)에서 KBS의 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수많을 논의를 했고, 8개월 동안 방송공정성특위를 구성해 KBS 사장 인사청문회, KBS 이사 결격사유 강화, 이사회 속기록 공개 등의 성과를 거뒀다”며 반대했다.

여야가 방송공정성특위를 미방위 산하에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공정성특위 구성의 배경이 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즉 사장 선임 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구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내용은 여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대선 공약 이행 대신 여당이 내세운 KBS 사장 인사청문회 등 일부만 처리했을 뿐이다. 방송공정성특위를 종료하며 여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지만 이 또한 지난 1년 반 동안 한 차례도 논의된 바 없다. 민 의원의 말처럼 미방위가 “최선을 다해” KBS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송공정성특위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여야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이하 종편)·보도전문채널 등에 대해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까지 합의했지만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이 반대 로비를 펼치자 하루 만에 여당에서 입장을 바꿨다”고 “(방송 공정성을 위한) 여야 합의를 여당에서 파기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의 방송장악으로 인한 폐해와 논란은 너무 큰데, 박근혜 정부는 해직언론인 문제를 비롯해 방송장악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를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KBS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라며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국회는 응답할 필요가 있는 만큼 KBS가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도록 KBS 보도·제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한 후 수신료는 별도로 처리하자”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여론조사를 하면 응답자의 80%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며 “여당이 다수라도 80%의 반대 여론을 뚫고 갈 순 없는 일인 만큼, 야당이 흔쾌하게 동의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간사인 우상호 의원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수신료를 인상해 편파방송을 하도록 한다면, 공정방송이 아닌 형태의 방송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면 수신료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우선 구축한 후 수신료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자료사진) ⓒ뉴스1

野 “청와대로부터 전화 한 통에 사장 달려가는 방송 안 된다”

그러나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KBS도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상업방송(과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국민 누구도 세금을 더 내고 싶어 하진 않지만 국가 운영 차원에서 (세금이) 필요한 것처럼 KBS 운영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수신료든 공공요금이든 액수만 갖고 말하면 인상에 반대하는 답이 80% 정도는 나온다”며 “문제는 공정성인데 여론조사를 해서 KBS가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80% 이상 넘으면 저부터 반대하겠지만, 국민의 상당수는 KBS가 공정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워은 또 “국회의원 세비를 34년 동안 동결하자고 하면 어떻겠나”라며 수신료와 국회의원 세비를 단순 비교하는 발언도 했다.

금동수 KBS 부사장도 “사람들을 만나 KBS 수신료가 30년 이상 정체된 상태라는 말을 하면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한다”며 “(최 의원이) 여론조사를 하면 80%가 반대라고 했다지만 우리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신료 1000원 인상에 대해 69.8%가 동의했고 한국언론학회 회원 1175명에 대한 전수조사에서도 84.4%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2월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KBS에서 실시한 조사에선 현재의 수신료 1500원 인상안에 대해 일반인의 57.8%가 ‘다소 많다’거나 ‘너무 많다’고 응답했고, 언론학회 회원 1175명을 전수조사 했다고 하지만 정작 응답자는 251명에 그쳤다. 최 의원이 이날 법안소위에서 금 부사장의 발언을 두고 “여론조사를 왜곡한 부분이 있다”고 거듭 문제제기를 한 이유다.

우상호 의원도 “그동안 여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바꿔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해 왔는데, 그만큼 KBS가 공정성 시비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라며 “청와대 전화 한 통에 사장이 뛰어가는 게 공영방송의 모습은 아닌 만큼, 그렇지 않게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제에 (여당이)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안 처리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논박을 이어가고 있던 도중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야당은 원내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모든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는 이어지지 않은 채 법안소위가 파행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노조 등 8개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방위 법안소위의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현재의 KBS는 공정성과 객관성, 여론 다양성과 권력 감시라는 가치를 실현할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대통령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홍보성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기조차 부끄러운 현실로, 국회는 섣부른 수신료 인상 논의 대신 KBS의 공영성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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