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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에 대한 고찰- 청년과 노인, 우리를 말하다

[PD vs PD] KBS '명견만리' 이윤정 PD - 최진영 PD 김연지 기자l승인2015.06.26 04: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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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중장년, 그리고 노인.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 각박해진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세대갈등’을 말한다. 청년은 사라지고 노인은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갈등은 필연적인 것일까? 60년 후, 한국 인구의 40%가 사라질 것이라는데, 세대문제에 해법은 없을까?

여기 세대 문제는 결국 모두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있다. KBS <명견만리>에서 각각 청년 세대(‘한국은 일본화되는가?’(2015년 4월 2일 방송), ‘청년, 미래를 위한 조건’(2015년 4월 9일 방송))와 베이비붐 세대(‘700만 베이비부머, 기로(岐路)에 서다’(2015년 6월 18일 방송))를 다룬 이윤정 PD와 최진영 PD.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세대의 문제를 다뤘지만, 모든 세대 문제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세대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PD협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KBS '명견만리'의 최진영 PD와 이윤정 PD ⓒ김성헌

왜 세대문제인가?

이윤정 PD(이하 이윤정): 처음부터 청년세대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 원래는 인구문제를 다뤄보자는 생각이었다. 인구만큼 예측 가능하고 확실한 변수는 없기에 이거야말로 미래 이슈를 다루는 우리 프로그램 <명견만리>에 잘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동안 인구문제는 고령화 문제에 치중해 논의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인구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어디 있을지 고민하게 됐고, 결국 청년세대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그 동안 인구 문제를 논의할 때 청년세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프레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백년 안에 청년 인구는 반 이상 줄어들 것이고, 이건 주장이 아니라 팩트다. 그래서 이 시급한 청년 문제를 다루게 됐다.

최진영 PD(이하 최진영):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접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다고 하더라. 58년 개띠가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 중 처음으로 백만 명이 넘는 세대인데, 2015년이 58년 개띠가 58살이 되는 해다. 그래서 가장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는 게 2015년이고, 완료되는 시점이 2020년이다. 앞으로 남은 게 고작 5년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은퇴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텐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를 주제로 생각하게 됐다.

이윤정: 미래에 대한 변수는 다 예측이 어렵다. 그런데 유일하게 인구라는 변수는 향후 백년까지 통계를 내는 게 가능하다. 미래변수 중에서 유일하게 예측이 가능하고 장기적인 통계가 나와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예측이 가능함에도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인구 문제는 해결하고 바꾸는 데 최소 20년이 걸린다고 한다. 20년이 되어야 태어나서 스무살이 된 사람들이 다시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정책은 20년이 걸린다고들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정말 많이 늦은 거다.

▲ KBS '명견만리-인구쇼크, 청년이 사라지는 대한민국의 미래' ⓒKBS

사회 : 그런데 출산율은 이렇게까지 급감할거라고 예상못했다 치더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문제는 예측 가능한 문제였지 않나?

최진영: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 큰 집단이 5년 사이에 싹 빠져나가게 될 텐데, 확실히 예측이 가능했을 텐데도 우리나라에서 딱히 이들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둔 게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600만 명이 넘는 집단을 ‘단카이 세대’라고 부르는데, 이 집단의 은퇴시기를 일본은 굉장히 빨리 준비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굉장히 많이 이루어졌고,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많이 되어 왔다. 대비책도 정부에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큰 문제없이 은퇴시기를 맞이했다.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베이비붐에 대한 논의도 많지 않았고, 논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게 정책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거나 하지 못했다.

이윤정: 청년 문제의 경우 일본에서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은 확실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문제에 대비를 많이 해왔다. 그런데 사실 이 때문에 일본 청년층 붕괴가 가속화되기도 했다. 일본은 연금 소득 대체율이 높기도 하고, 오랫동안 ‘실버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고령자를 위한 정치, 고령자 복지 정책을 계속 펴 왔다. 그 와중에 청년층 소외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청년세대와 단카이 세대의 격차가 크다. 그런데 씁쓸한 건, 한국은 베이붐 세대도 힘들고 청년 세대도 힘들고, 모두가 힘든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최진영: 사실 한국은 어떤 세대를 위해서도 준비된 대책이 없다.

모든 세대문제가 곧 나의 이야기

▲ 이윤정 PD ⓒ김성헌

이윤정: 아무래도 청년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니 연출을 하면서도 공감이 많이 됐다. 한국처럼 소수의 인구 층인 청년층이 노년층을 지탱해야 하는 인구구조 상에서는 청년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보다는 내 다음 세대가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이 한국 땅에서 아이를 낳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태어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거다. 내가 져야할 짐보다 나 때문에 다음 세대가 져야 할 짐이 너무 크단 생각이 든다. 이걸 뻔히 알면서 아이를 낳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최진영: 나도 프로그램 보면서 오히려 애를 낳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이윤정: 악순환이다. (웃음) 인구 문제 해결하려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애 낳기 싫은 세상이니 큰일이다. 그런데 저출산 문제 해결법을 우리 사회가 굉장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 문제를 풀려면 일단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과제는 청년들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이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아이를 낳으면 현금을 얼마 주겠다는 식의 정책을 편다. 저출산 때문에 국가가 큰일이라고, 애 낳는 게 애국이라는 식의 캠페인도 한다. 저출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굉장히 협소한거다.

사실 이걸 청년 문제로 풀어야 하는데,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가 너무 부족하다. 아까 일본 실버 민주주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청년 인구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득표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구층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 투표율이 낮고 인구수도 적다. 게다가 청년 문제는 한 번에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저출산도 해결하려면 오래 걸리는 문제다. 10년, 20년의 장기적 플랜을 갖고 해결해야 하는 건데, 사실 정치적 동기는 장기적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중요한데도 소외되어 왔다. 정치적 동기와 의지가 부족해서.

사실 나는 고령화문제를 해결하는 법도 청년에게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노인층에게 뭘 해준다든지 하는 식의 단기적인 방식으로만 풀려고 한다. 저출산 문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는데도 장기적 플랜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이 된 것 같다.

최진영: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청년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외국 사례 중 아일랜드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 자체는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데, 자녀들 때문에 힘들어하더라. 자녀들이 경제적 독립을 하기 힘든 환경이다 보니 끼고 살아야 하는 거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자녀를 끼고 사는 문화가 아니었는데 그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다. 청년 문제는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굉장히 크게 봐야하고, 멀리 봐야하는 문제, 빨리 해결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우리가 그걸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진영 PD ⓒ김성헌

베이비부머와 부동산, 그리고 청년

이윤정: 최진영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에서 던진 중요한 메시지는 “이제 아파트와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를 버려라”였다. 그런 강한 메시지를 담은 프로그램이 기존에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대를 꺾기에는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굉장히 용기 있고 설득력 있게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더 이상 부동산을 살 능력이 없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주책대출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권하는 등 여전히 여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굉장히 심각하게 여겨지더라.

최진영: 아까 베이붐 세대가 58년 개띠가 중심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우리 아버지가 58년 개띠다. 정년을 앞두고 계시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나오는 얘기들이 우리 아버지 얘기이기도 하다. 자녀교육, 보다 나은 삶 등을 위해 이사하고 아파트를 옮겨 다니고 이런 이야기가 사실 우리 집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섭외할까 고민했을 정도로(웃음) 그 정도로 공감이 갔다. 우리 아버지도 은퇴가 얼마 안 남았는데 집에 현금이 없다. 큰 병이라도 나면 대책이 없다. 그 정도로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공감이 정말 많이 갔다. 녹화하던 날, 방청객 한 분이 나와서 “나는 3억원 거지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이거는 내 얘기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이라는 게 사실 한국에서는 민간 자본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라 국가주도에 의해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청년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힘들어진 건 사실 국가정책에 희생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한 시기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해서 가정을 꾸린 시기가 맞물리는데 그런 걸 정부에서도 굉장히 잘 활용했고, 베이비붐 세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간 측면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욕망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건설정책이나 경기 흐름에 따라서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윤정: 최진영 PD 말대로 사실 부동산 투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06년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그 시절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부동산 투자라고 믿은 것이다. 그 믿음은 이 사회가 심어준 것이고, 자기 자산을 지키려는 건 사실 당연한 생존 본능이다. 그러다보니 임금이 오르지 않는 불합리한 구조가 이어졌는데, 그 바톤을 받은 게 지금의 청년 세대이고, 이미 질이 나빠져 버린 일자리 시장을 받은 것도 자녀세대인 청년세대다.

그리고 이제는 반작용으로, 부동산에 매어있는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들이 더 이상 부동산을 인수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자기 자산의 가치를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거다. 이 두 세대의 고리가 서로 너무 맞물려 있다.

최진영: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윤정: 나도 이번에 베이비 붐 세대 편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가슴이 정말 갑갑했다.

최진영: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정말 해법이 너무 없어서 끝까지 고민이 됐고, 결국엔 일자리 문제로 결론을 내긴 했는데, 이것도 사실 결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희망을 던진 측면밖에 안된다.

이윤정: 일본을 보면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을 치고 나서 부동산 가격도 함께 하락하는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 우리가 방송을 하기 바로 몇 주 전에 KDI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인구 절감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차라리 일본 기성세대는 현금 자산이라도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월등히 높기도 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현금 자산은 남은 생애 동안 쓸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 하락의 충격은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 KBS '명견만리-베이비부머, 기로에 서다' ⓒKBS

노후대책 대신 ‘자녀대책’과 ‘포기대책’, 악순환의 고리

이윤정: 베이비붐 세대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자녀세대, 즉 청년세대에 대한 걱정이다. 그들에게는 노후대책보다 자녀대책이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들, 그들은 어쨌거나 주택을 갖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빚을 청산하고 주택을 역모기지(소득원이 없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매월 연금 형식으로 일정액을 받는 대출상품) 등을 통해 은퇴자금으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것은 그들의 자녀인 청년세대가 아직 자립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대책은 곧 ‘자녀대책’인 것 같다. 자녀가 자립을 해야 본인들의 은퇴도 가능하다. 그런데 자녀도 부양해야하고, 부모도 봉양해야 하는 베이비 붐 세대는 어쩌면 청년 문제도 떠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최진영: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가 역모기지를 안하겠다고 답변한 통계자료를 보니까 자녀를 위해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윤정: 그런데 사실 물려줄 수가 없는 게 요즘에는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여든, 아흔까지도 정정하다. 그러면 이미 그 자녀들도 50대가 된다.(웃음). 물려줄 수가 없다. 자녀는 이미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고 있는 거다. 물려준다는 것도 사실 일종의 환상인 거다.

최진영: 그래서 청년세대도 포기하는 걸 노후대책으로 삼은 것 같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혼, 출산, 연애 다 포기하는 것을 노후대책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다.

이윤정: 삶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거다. 그게 지금 청년의 노후대책이다. 결혼하면 돈 들지, 애 낳으면 돈 들지. 그런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는 걸 노후대책으로 삼는거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을 안하니까 저출산 문제가 또 생기고... 악순환이다.

최진영: 프로그램 방청을 온 청년 한 명이 집사는 걸 포기했더니 걱정이 없고 행복하다고 하더라. 일본 사토리 세대의 논리다.

이윤정: 일본 사토리 세대는 모든 걸 포기해서, 행복하길 포기해서 행복해진 세대다. 절망할 이유가 없어져서 행복한 게 사토리 세대인데, 그 세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있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지금은 행복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내에 급속히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게 과연 진짜 행복한 건지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사토리 세대를 한국말로 득도세대라고 좋게 해석하는데, 마치 그걸 본인이 선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그런 프레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사토리 세대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하는 비율이 70%다. 근데 자신의 삶이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70%다. 그러니까 그 행복과 불안의 모순 사이를 생각해야 된다. 마치 그들이 그런 작은 삶, 사치하지 않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잘못된 예들이 있는 것 같다.

최진영: 그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너무 힘드니까, 살기가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그렇게 선택을 했다고 믿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믿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그래도 맘이 편하니까. 한국도 마찬가지다.

▲ 최진영 PD(왼쪽), 이윤정 PD ⓒ김성헌

세대갈등? 모두가 피해자

이윤정: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세대갈등 문제가 부각되곤 한다. 그런데 사실 청년세대와 어른세대의 이해는 전혀 다른 게 아니다. 이 구조의 피해자는 청년만도 아니고 베이비붐 세대만도 아니다. 얽혀 있는 문제다. 두 세대의 문제는 같이 가는 거다. 서로가 다 같이 힘든,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나는 세대갈등론이 부각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세대 간의 이해는 너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세대만 행복하고, 어느 한 세대만 불행한 그런 건 없다. 그런데도 세대갈등을 자꾸 부각하면서 두 세대를 갈라놓는 현상이 보인다. 이건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선 정말 위험하다.

사실 청년세대들이 우리 기성세대들, 노인인구를 부양할 생각이 없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회보장 대책을 확대하는 것에 젊은 세대들이 훨씬 많이 찬성을 한다. 이미 사회적 연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중장년층한테 한국에서 가장 시급하게 먼저 해결해야 할 게 뭐냐고 물어보니 1위 비싼 집값, 2위 청년실업이라고 답했다 한다. 이미 기성세대도 청년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거다. 자신의 자녀세대를 걱정하는 거다.

그러니까 이미 이런 사회적 연대의 바탕이 있는데도 마치 세대갈등이 극심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드는 건 앞으로 이 위기를 헤쳐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여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 것도 이런 세대갈등 프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청년들에게 권한을 주면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데, 청년세대는 오히려 사회보장제도로 노인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을 더 많이 한다.

그 동안 청년 문제를 다룰 때의 프레임은 청년문제를 청년만의 문제로 고립시키는 논의였다. 나는 그걸 깨고 싶었다. 세대 간의 이해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세대간의 갈등 보다는 화합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최진영: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58년 개띠모임이라는 곳에 가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 분들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지원했으면 하는 정책이 있느냐. 내 예상답변은 “정부가 우리 세대를 너무 소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우리보다는 우리 자식 세대를 도와줘야지, 요즘 애들 너무 어려워” 라고 답했다.

이윤정: 물론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의견은 분명 다를 수 있다. 기성세대는 폭발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저성장과 장기적 불황의 시기를 겪고 있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답답하고 느려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경험치 차이 때문이다. 이것을 미디어가 갈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보도하는 건 큰 문제인 것 같다.

세대문제, 해법은?

▲ 이윤정 PD ⓒ김성헌

이윤정: 이 취재를 하면서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하고 물어보면 “답이 없어요. 늦었습니다.”라고 답하더라. 정말로 답이 없는 문제다.

그래도 독일 같은 경우는 조금씩 해답을 찾는단 느낌이 있었다. 독일은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는 오랜 전통이 있다. 그런 전통이 있기 때문에 독일 청년세대는 청년위원회를 꾸릴 수 있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권한을 갖는 것도 정례화 되어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발언권이 전혀 없고 신규고용에 있어서도 결정권이 없는 반면, 독일은 노조에서도 청년위원회 목소리가 굉장히 크다고 한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다. 그러다보니 독일은 오래전부터 청년들에게 권한을 주고 의사결정 하도록 해주는 것들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어 왔다.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세대가 부담을 지는 건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지만 그럼에도 그 부담을 조금씩 늦춰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 기울기가 아주 가파르다면, 독일은 그 가파른 기울기를 조금씩 낮춰가는 역할들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유럽에서는 이미 고령화 시대의 해법으로 ‘세대 간의 형평성’이란 개념을 제시한지 오래다. 이건 예전 환경 논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자녀 세대가 쓸 자원을 우리가 다 써버리지 맙시다’라고 말하듯이 나 뿐 아니라 청년세대, 미래세대에게도 이 사회에서 누릴 권한이 있다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유럽은 이 ‘세대 간의 형평성’을 고령화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로 내놓았다.

최진영: 그런걸 보면 우리나라는 후대들에게 “너희가 알아서 해” 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거품을 꺼뜨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이데올로기적 단어인데, 이게 사실은 사회적으로 다 허상이라고 알리고, 앞으로 주거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 후세대를 위한 형평성을 생각해봐도 지금의 이런 문화는 바꿔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이윤정: 세대 문제를 풀 해법은, 워낙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해법들이 나오고 있는 걸 보아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정부의 장기 플랜과 함께 개인도 앞으로 다가올 시대가 굉장히 위험하고 큰 짐을 지워주는 사회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각 세대에게 주어지는 짐들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충분히 인식을 해야한다. 우리가 더 이상 성장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는 것. 우리 모두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다.

▲ 최진영 PD ⓒ김성헌

최진영: 사실 해법은 정부가 내야하는 문제다. 다만 이윤정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처럼 청년이 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는 논의를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자꾸 고민하게 만들고, 국민이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서 정부도 고민하게 만들고, 디테일한 해법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이윤정: 언론에서 화두를 던지는 것 이상의 강력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토론을 성숙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정말 구체적인 대안을 가져와서 이게 한국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를 논하는 등 정교한 논의와 토론을 성숙시키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방송의 퀄리티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진영: 그래서 계속 대화를 하고 논의를 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 논의가 쌓일 수 있는 건강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그게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세대 문제는 장기 플랜이 필요한 문제라서 당장의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늦게나마 이런 논의를 시작해 지속해야 한다.


김연지 기자  onmymind@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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