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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 & EBS ‘한 컷의 과학’

▲ EBS <한 컷의 과학> ⓒEBS

과학.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당신. 전공자가 아닌 이들 대부분에게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인문학과 예술 등의 분야의 지식은 당연한 상식 혹은 갖춰야 할 소양으로 여겨지는 반면, 과학은 전문가들만의 영역, 일반인은 몰라도 되는 분야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했다. TV에서 과학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 올해 방영을 시작한, 아직 따끈따끈한 두 프로그램이 있다. 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매주 일요일 오후 8시 방송)와 EBS <한 컷의 과학>(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25분 방송)이다. 반갑게도 모두 과학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다. 인기 없는 콘텐츠로 여겨져 온 과학, TV에서는 일회성 다큐멘터리 등으로만 다뤄져 온 과학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TV 속 과학은 어떤 모습일까?

EBS <한 컷의 과학>은 15분 정도 분량의 프로그램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애니메이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주제와 지식을 쉽게 전달한다. 반면 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 쇼>는 전문가 토크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교수와 학자 등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형식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매 회 다른 주제를 다룬다.

▲ 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 ⓒKBS

두 프로그램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배경에는 ‘콘텐츠 다양성’이라는 측면이 있다. 과학은 TV 콘텐츠로 인기를 얻기 어려운 소재이지만, 가장 기초적인 학문이자 미래를 좌우하는 열쇠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라도 꼭 다루어져야 하는 소재다. 과학이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장르’라는 점이 두 프로그램의 기획 배경이 됐다.

<한 컷의 과학>을 연출하고 있는 김진희 EBS PD는 “일회성 특집이 아닌 정규 프로그램 중에 과학을 다룬 것이 없었다”며 “이런 문제의식이 프로그램 취지가 됐다”고 밝혔다.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의 허양재 KBS PD도 “과학은 BBC, NHK 등 해외 공영방송에서는 열심히 다루는 장르”라며 “과학이 시청률을 보장하는 인기 콘텐츠가 아니다보니 방송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KBS 같은 공영방송에서는 다루어야 할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한 컷의 과학>과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가 다큐멘터리라는 틀을 벗어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정규 편성 과학 프로그램이라는 점, 매회 다른 주제로 다양한 과학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면서도 전혀 다른 색깔을 가졌다는 것이다.

▲ EBS <한 컷의 과학> ⓒEBS

<한 컷의 과학>은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재미없고 딱딱한’ 과학 프로그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니메이션, 스톱 모션, 포토 일러스트 등의 표현방식을 택했고, 특히 젊은 시청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연출 방법을 사용한다. “‘어떻게 하면 일반 시청자들이 흥미를 갖고 볼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는 김 PD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반면 장영실쇼는 과학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 타깃 시청층으로 삼았다. 완전히 대중화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과학을 좋아하는, 과학 분야의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가깝다. 그래서 기초과학 분야 이외에도 최신 과학 트렌드와 사람들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주제들을 선정하고 있다.

허 PD는 “대중의 취향과 관심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과학 분야에 대한 수요에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 프로그램 신설은 최근 인문학 열풍이 과학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경향 속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출판시장과 대중강연 등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 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 ⓒKBS

과학전문지 <과학동아>의 윤신영 편집장은 “과학을 예전에는 ‘교육’ 콘텐츠로 한정해서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교양’ 혹은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긴 것 같다”며 “과학 관련 대중강연이 흥행하고 있고, 특히 성인들의 참석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술 분야, 대중문화와 연관된 분야에 대한 호응이 폭발적”이라며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재학 중인 김진욱 학생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과학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과학 관련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대중들이 과학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이런 프로그램들이 과학과 대중을 더 가까이 연결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편집장은 “프로그램 다양성 측면에서 그 동안 과학이라는 콘텐츠가 홀대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교육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과학을 ‘콘텐츠’로 바라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이 그 동안 없었는데, 최근의 변화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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