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장, 2년간 해외출장에 6억 5000만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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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만 12회, 전임보다 최대 6배 많아…"감사원 감사 검토 필요"

오는 8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2년 동안 열 두 차례, 모두 74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열흘에 하루 꼴로 외국에 있었던 것으로, 해외 출장 경비로만 6억 5000만원을 사용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하지만 해외 출장 이후 작성된 결과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광으로 볼 수 있는 일정들도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문환 이사장은 전임 김재우 이사장이 논문 표절로 사퇴한 뒤 2013년 3월 보궐 이사로 임명되고 곧 이사장에 올랐는데, 그해 미얀마와 중국으로 각각 한 차례씩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14년 10월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이듬해인 2014년 한 해 동안 김문환 이사장은 여덟 차례에 걸쳐 49일 동안 △미국(4월 24일~5월 3일/12월 11일~12월 18일) △미얀마(5월 19일~5월 23일) △영국(6월 1일~6월 4일) △이탈리아·모나코(6월 4일~6월 12일) △일본(8월 22일~8월 25일/9월 15일~9월 17일) △캄보디아(11월 24일~11월 29일) 등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방문진은 2014년 한 해 동안만 김문환 이사장이 포함된 해외출장에 5억 4000만원의 경비를 썼다. 김문환 이사장은 올해도 지난 2월 28일~3월 8일, 5월 19일~5월 25일 두 차례 출장을 이유로 영국과 스페인을 다녀왔다.

김문환 이사장의 이 같은 해외출장 횟수는 전임 이사장들과 비교해도 많은 것이다. 지난 2006년 8월부터 3년 동안 7기 방문진 이사장을 맡았던 이옥경 전 이사장의 해외출장은 단 2회에 그쳤으며, 8기 방문진 이사장들(김우룡 전 이사장, 김재우 전 이사장)도 3년 임기 동안 다섯 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을 뿐이다. 1년 이상 짧은 임기 동안 김문환 이사장이 전임 이사장들에 비해 많게는 6배 이상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최 의원은 “김문환 이사장의 해외출장 목적은 세미나 참가, 업무협의, 연수 참가, 해외 전시전 참관 등 다양했지만,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꼭 필요한 일정이기보단 외유성 성격이 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출장 후 작성된 결과보고서에 있다. 최 의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미국 케이블방송통신협회(NCTA) 주최 컨퍼런스(The Cable Show) 참석 이후 작성된 보고서에는 현장을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송 이슈들이 정리돼 있었으며 ‘조사단 참관 의견’으로 “MBC 대응방안 모색 필요”,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 강화 필요”, “재송신료 관련 제도 대응” 등을 제안했을 뿐이다. 당시 출장 일정엔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등의 견학도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6월 몬테카를로TV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김문환 이사장은 모나코 출장을 다녀왔는데 이후 결과보고서에는 개요, 일정, 수상장 목록 등 행사 현황이 다섯 페이지에 걸쳐 기술돼 있었다. 그리고 ‘조사단 의견’으로는 “각 지역 및 타 국가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송콘텐츠가 각기 다양함. MBC가 방송콘텐츠 견본시(MIPTV, NCTA 등)에 참가할 때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미국 드라마 <시카고 PD> 시사회 참관 후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담당자가 언급한 내용처럼 역동적이며 사건 전개가 빠르고 적당한 분량(15~20회)을 가진 작품으로 유럽지역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프로그램으로 생각 된다”는 내용을 조사단 의견으로 남겼다. 최 의원은 “당시 김 이사장은 모나코에 4일을 머물렀지만 공식 일정은 하루 두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 ⓒ최민희 의원실 제공

해외 출장이 잦은 건 이사장만이 아니었다. 비상임이사들의 해외 출장도 전임 방문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는데 특히 일부 여권 추천 이사들에 집중됐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충일 이사의 자진 사퇴로 2013년 12월 보궐이사로 임명된 김원배 이사의 경우 1년 6개월의 임기 동안 여섯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또 김광동·박천일 이사도 3년의 임기 동안 여섯 차례, 차기환 이사 역시 다섯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반면 야권 추천 이사인 선동규·권미혁 이사는 두 차례, 최강욱 이사는 한 차례에 그쳤다.

최 의원은 “7기 이사회가 시작된 2006년부터 살펴보면 평균 한 차례, 많아야 두 차례에 그쳤던 방문진 이사들의 해외 출장이 김문환 이사장 취임 이후인 2014년부터 급격히 늘어났다”며 “이로 인해 9기 이사회에서 임원 해외출장 경비로 쓴 돈만 7억 5000만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의 주업무가 외유성 해외 출장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9기 방문진 이사회가 해외출장 경비로만 7억이 넘는 돈을 쓴 건 묵과할 수 없는 일로, 필요하다면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에 감사요구를 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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