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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회 이달의 PD상 심사평 및 수상소감

PD저널l승인2015.07.02 15: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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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TV 부문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5월의 질문 (지원준 독립PD협회 PD)

이번 이달의 PD상 수상작에 광주MBC <욤비의 5월 통신>이 선정되었다. 연출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이 보편적인 것임을 알리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 주었다.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훼손당하고 있는 5.18 정신을 방송을 통해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 주었다. 굳이 ‘숙제’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선정과정에서 진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쟁점은 수상작이 기념일에 맞춘 기획이라 아이템 자체의 신선함은 좀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심사 과정에서 토론을 하다보면, ‘이런 시도를 하면 어떠했을까?’ 혹은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라는 코멘트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이 없었다.

어쩌면 이 작품이 던지 고민은 수상작의 PD뿐만 아니라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형식과 보편적 주제 의식을 갖춘 5.18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라는 숙제를 광주의 PD가 던졌으니, 이제는 수도권이나 광주 이외의 지역에서 일하는 PD들이 숙제를 풀 차례라고 생각한다. 당장 나부터 내년 5월에 어떤 방송을 할 것인지, 그리고 5월이 아닌 다른 때에도 5.18을 다룰 수 있지는 않을지 고민해 볼 일이다.

■ 라디오 부문

음식은 모든 음악, 라디오와 통한다 (정한성 CBS PD)

음식에 관한 방송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 몫이라고 생각했다. 식욕을 자극하는 동영상을 두고 '푸드포르노'라고 하던데, 온갖 스타들과 전 세계 유명 요리점을 찾아다니면서 풀HD로 음식야동을 만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기나? 바야흐로 모든 음식은 TV로 통하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SBS <황교익·강헌의 맛있는 라디오>는 라디오 음식방송의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아저씨 음악평론가와 맛칼럼니스트 아저씨, 두 명의 아저씨가 음식과 음악을 빌미로 갖가지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 방송. 음식을 통해 영호남 지역감정을 얘기하고, 일베가 횡행하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심사위원 다수가 쉽고 재밌는 이야기에 반해 다른 훌륭한 작품들보다 맛있는 라디오에 좀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방송제작자라면 다 알법한 맛칼럼니스트에게 음악 선곡의 재능을 발견한 PD의 눈썰미도 칭찬 받아야 할 것이다. 기본중의 기본, '썰'과 '음악'을 재료로 이런 맛을 냈다고 생각하니 몹시 시샘이 난다. 어쩌면 모든 음식은 이야기와 음악으로, 그리고 라디오로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 SBS 라디오 ‘황교익, 강헌의 맛있는 라디오’ ⓒSBS

[수상소감]  

■ TV 시사교양 부문= 광주MBC 5·18 특집다큐 <욤비의 오월통신> (이경찬 PD)

독일 베를린 취재 중에 5.18 민중제를 준비하고 계시는 최영숙 할머니를 만났다. 1세대 파독 간호사 출신에 일흔이 훌쩍 넘으신 고령이지만 조국 한국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셨다. 그분이 이러셨다.

“50년 넘게 타국살이를 하지만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창피한 적이 없다. 북한은 북한대로 김정은 3대 세습 왕조정치, 남한은 남한대로 민주주의 후퇴와 세월호 사건을 보며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러웠다”고 말씀하시며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이어 “어디 가서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얘기를 못하겠다. 조국이 아직까지 분단돼 있는 것도 창피스러운데 한국 교포로서 자부심이 없어졌다”라고 덧붙이신다.

참 할 말이 없어졌다. ‘안에 사는 사람들보다 만리타국에서 사시는 분들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계시구나’ 생각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분 말씀이 새로 각인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분 말씀은 우리 상황을 더욱 또렷이 볼 수 있는 거울이었던 셈이다.

콩고는 아직도 군부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다. 이 콩고에서 온 <욤비토나>는 우리의 5.18을 투영해 볼 수 있는 훌륭한 거울이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이방인의 눈을 통해 더욱 또렷이 보고자 한 것이다. 5.18 저항정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국가기념일이 되었고 피해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식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인하고 왜곡, 폄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지금도 인터넷 공간을 통해 끊임없이 퍼지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식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35년이 지났지만 5.18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안타까운 명제가 성립하는 이유다. 5.18관련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감문은 담당PD가 적고 있지만 이 상은 어느 한사람이 받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받은 것이다. 주인공 <욤비토나 교수>부터 <문순태 선생님>, 유가족 <박유덕 어머니>까지 수많은 분들이 카메라 앞에서 당신들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쏟아주셨다. 그리고 5.18기념재단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분들의 진심을 한국PD연합회에서 알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에게 감사말씀을 대신 전한다.

▲ SBS' 황교익 강헌의 맛있는 라디오' 시상식 기념촬영 ⓑ한국PD연합회

■ 라디오 부문= SBS <황교익, 강헌의 맛있는 라디오> (류철민 PD)

음식을 먹는다는 건 기억을 먹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우리 몸에 에너지원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다. 그 때의 감정, 같이 음식을 먹었던 사람의 목소리, 그날의 날씨 같은 기억도 모두 같이 먹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엄마가 구두공장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나와 아빠는 너무 배가 고파서 허기를 참지 못하고 짜장라면 물을 올렸다. 그때 마침 온 동네가 정전으로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물의 양이고 뭐고 조절 못하고 대충 되는대로 끓였다. 여기저기 흘리면서, 키득키득대며 아빠랑 먹은 짜장라면이 기억난다. 퉁퉁 불어서 스프 양념도 제대로 조화롭게 섞이지 않은 그 라면.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짜장라면. 지금도 짜장라면을 먹을 때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려 30년이 지난일이다. 앞으로 30년이 더 지난다 해도 잊지 않을, 잊지 못할 기억이다.

<맛있는 라디오>는 이런 기억을 떠올려주는 프로그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획했다. 지금 많은 음식관련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고 모두 나름대로 재미있다. 보고 있으면 당장 식당으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맛깔난 음식들을 보여주며 뇌에 신호를 보낸다. 저걸 먹어 빨리 먹으러 가잔 말이야 하고. 실제로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달려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라디오로 맛 프로그램을 한다면 그 화려한 음식의 '비주얼'을 보여줄 수가 없다.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은 음식도 먹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고민 끝에 셰프가 아닌 두 DJ와 함께하게 됐다.

두 DJ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항상 나의 짜장라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맛있는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황교익, 강헌의 맛있는 라디오' 제작진은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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