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을 찾은 이여, 어서 오시게
상태바
심야식당을 찾은 이여, 어서 오시게
[프리뷰] SBS <심야식당>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7.02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SBS <심야식당> ⓒSBS

후미진 골목 한 구석, 작은 밥집이 있다. 다른 식당들은 하나 둘씩 불을 끄는 늦은 밤, 이 곳은 그제야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찾아온 손님들이 위로받는 곳, 심야식당이다.

SBS 드라마 <심야식당>이 오는 4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2시 10분에 시청자를 찾는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인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의 <심야식당>은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품. 특히 심야식당의 주인 역 캐릭터와 심야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큰 사랑을 받았다. 공간, 캐릭터, 이야기가 합해져 심야식당만의 묘한 분위기를 만든 것. 그렇다면 한국의 <심야식당>은 어떨까. 원작의 느낌을 어떻게 살려내고 또 어떻게 각색했을까.

<심야식당> 1부 영상이 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심야식당>은 일본 원작의 기본 콘셉트를 그대로 살린 모습이었다. 저마다의 사연과 애환을 가진 이들이 찾아와 밥을 먹고 마음을 위로하는 작은 식당, 그 식당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담담하고 소소하게, 짧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담아낸 방식은 일본 원작 만화 뿐 아니라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과도 꼭 닮아 있다.

홍윤희 작가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인생에도 단맛, 매운 맛, 쓴 맛 등 여러 맛이 있다”며 “우리가 드라마에 궁극적으로 담고자 한 건 인생의 맛”이라고 전했다.

극 중 심야식당의 단골손님이자 건달조직의 중간보스 류 역을 맡은 배우 최재성도 드라마에 대해 “깔끔하고 단아하지만 구수하고 은은한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SBS <심야식당>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심야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이다. 원작에서는 일본 도쿄의 뒷골목이었던 식당의 배경이 한국판에서는 서울 종로의 뒷골목으로 바뀌었다.

황인뢰 PD는 “종로 뒷골목 어딘가를 배경으로 했는데, 헌팅을 다니면서 서울 시내에 아직도 이런 곳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세트는 한옥과 일본식 건축양식, 현대양식 등이 섞여있는 구조”라며 “일제강점기와 경제성장기 등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켜켜이 쌓인 모습들이 종로 쪽에는 많이 남아있는데, 그걸 살려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도 원작과는 달라졌다. 일본 음식이 한국 정서에 맞는 음식으로 변신했다.

홍 작가는 “일본과 한국은 식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각 캐릭터에 맞는 음식을 한국화해서 표현하는 게 중요한 작업이었다”며 “이를테면 오차즈케 시스터즈를 국수 시스터즈로 바꾸는 등 상황에 맞는 우리 음식을 찾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다만 생생한 요리장면과 식사 장면 등은 원작 그대로 살렸다. ‘먹방’과 ‘쿡방’이 인기를 끄는 요즘, 이런 장면들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박준면, 손화령, 장희정 등의 배우들은 제작발표회에서 “열심히 먹겠다”, “먹방을 선보이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 중 민우 역을 맡은 남태현은 “요새 먹방이 많은데, 우리 드라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거기 담긴 사연들이 따뜻한 드라마”라며 “그런 부분들을 더 주의 깊게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작의 캐릭터가 한국판 <심야식당>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미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여러 캐릭터들을 호평 속에 보여준 바 있어 배우와 제작진은 고민이 더 클 터.

황 PD는 “일본 작품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일본 드라마에 나온 연기자가 좋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캐스팅 할 때 특히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 김승우 씨를 캐스팅한 건 ‘굿초이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 김승우도 “캐스팅이 되어 무척 기쁜 한편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진심으로 연기한다면 통할 거라 생각했다”며 “특히 촬영하면서부터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원작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게이 마담 캐릭터, 스트립걸 캐릭터 등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감독과 작가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웅 작가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그에 맞는 인물을 선택하다 보니 빠지게 됐다”며 “열린 마음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 SBS <심야식당> ⓒSBS

한편 <심야식당>은 토요일 심야 2회 연속 방영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택해 눈길을 끈다. 회당 30분씩 하나의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시리즈 형태의 포맷을 취하고 있다.

최 작가는 “일반적인 미니시리즈처럼 긴 호흡으로는 심야식당만의 맛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홍 작가도 “소소하고 잔잔한 작품 특성상 30분으로 압축된 포맷이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늦은 밤,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먹을 수 있는 식당. 그리고 거기 모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심야식당>이 보여줄 소소한 사연과 음식들이 원작을 뛰어 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김승우는 “자극적인 재료 없이도 충분히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며 “우리 드라마도 마음 따뜻해지는, 한 번 더 보고 싶은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