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일베’ 이미지 사용, 해결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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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On Air] KBS 2TV ‘지구촌 뉴스’ 6월 16일 방송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8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KBS 2TV 국제 뉴스프로그램 <지구촌 뉴스>(6월 16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 3인,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 의견 2인으로 최종 '권고'가 결정됐다.

KBS <지구촌 뉴스>는 지난 16일 방송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민국과 미얀마의 경기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서 만든 합성이미지를 사용했다.

해당 이미지는 러시아 월드컵 트로피 속 엠블럼이 공식 엠블럼이 아닌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로, 정식 로고에는 사람의 상반신만 나온 반면 일베가 만든 이미지에는 노 전 대통령이 뛰어가는 모습이 형상화 됐다.

■일시: 2015년 7월 8일 오후 3시 40분

■참석자: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 5인 전원(김성묵 부위원장(소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고대석·박신서·함귀용 위원) / 의견진술-엄경철 KBS 보도국 과학부 기상팀장

■심의내용
① 6월 16일 방송

② 러시아 월드컵 공식 엠블럼이 아니라 일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합성해 제작한 엠블럼을 30초간 방송

■관전 포인트
① 방송사들의 반복되는 일베 이미지 사용, 왜 해결되지 않는 걸까.

② 국내 포털사이트가 아닌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하면 일베 이미지를 안 쓸 수 있을까.

■위반 조항(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

■참고
지난 4월 14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 결과를 보도하며 일베가 제작한 엠블럼을 사용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조치한 바 있다.

▲ KBS 2TV 국제 뉴스프로그램 <지구촌 뉴스>(6월 16일 방송). ⓒ화면캡처

■심의 On Air

-제작진 의견진술 및 질의응답

엄경철 KBS 보도국 과학부 기상팀장(이하 엄경철 팀장): 6월 16일 2TV <지구촌 뉴스> ‘지구촌 날씨’ 코너에서 세계 날씨를 전하는 과정에서 태국 방콕의 날씨를 월드컵 개최와 맞물려 소개하면서 월드컵 엠블럼 대신 일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엠블럼을 사용했다. 월드컵 로고를 항상 피파 공식 사이트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해상도가 낮아서 그래픽디자이너가 해상도가 높은 것을 찾다가 사용하게 됐다. 일베 제작인 줄 모르고 사용했다.

변명을 하자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스포츠팀 (전문) 디자이너 아니었고, 제대로 내부 검증이 안 됐고, 로고 하단의 그림이 워낙 작아서 사전에 인지를 못하면 거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월드컵 로고가 축구를 하는 사진이라 일베가 제작한 것인지 정말인지 헷갈렸다고 한다. 방송이 나간 뒤 뒤늦게 인터넷뉴스팀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알려 와서 인터넷에서 삭제 조치했고, 앵커를 통해 클로징에서 사과했다. 비슷한 사고가 여러 방송사에서 나서 내부에서 대책을 세워서 시행하고 있다.

함귀용 위원: 얼마 전 타 방송사에서 똑같은 일, 월드컵 엠블럼을 사용해서 행정지도를 하는 과정이 언론 보도가 됐다. 언론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나?

엄경철 팀장: 알고 있었지만 우리 팀에서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부주의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픽 뉴스팀에서 한 명이 파견을 나와 일을 하다 보니 제대로, 시스템적으로 걸러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 우리 책임이다. 잘못했다.

함귀용 위원: 그때 타 방송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해상도가 낮아서 더 높은 걸 찾다보니 그랬다고 했다. 똑같은 실수다. 공식 홈페이지에 가서 따다 해상도가 낮더라도 썼으면 됐는데, 인터넷을 서핑해서 찾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게 타 방송사 해명이었다. 그 실수 내용을 알면서도 똑같은 반복을 하나?

엄경철 팀장: 우리의 실수다. 그 과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실수하지 않았을 텐데, 과정은 모르고 결과만 인지한 상태에서 실수를 했다.

박신서 위원: 월드컵은 중요한 행사다. KBS가 주요 뉴스로 계속 보도해야 할 텐데, (엠블럼) 해상도가 떨어지는 걸 알았으면 미리 만들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중요한 CG를 인터넷에서 따다 쓰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앞으로 계속 보도해야 하는데, 월드컵과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엠블럼을 써야 하지 않나?

엄경철 팀장: 미비점을 인정한다.

장낙인 상임위원: 항상 시끄러웠던 내용이다. 상당히 시끄러웠던 내용인데 그걸 모르고 똑같이 했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 KBS만 해도 벌써 3번째 아닌가? <개그콘서트>에서도 한 번 그랬고,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아무리 와서 말해도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기니 믿을 수 없다는 거다.

김성묵 소위원장: 이런 문제에 대해 KBS의 필터링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 있나?

엄경철 팀장: 그래픽팀 차원에서는 공유가 되는데, 한 명이 파견이 나온 팀에 제대로 공유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거 같다. 그래픽을 비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나 싶다.

김성묵 소위원장: 그래픽팀 통해서 (이미지 검증이)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엄경철 팀장: 소규모 팀에서 만드는 결과물을 그래픽팀에서 검증하도록 하는 절차를 강화하겠다.

장낙인 상임위원: 공영방송이 아이들 장난에 계속 놀아나는 꼴이 되고 있다. (KBS에서 제출한) 방송사고 방지책을 보면, 국내 포털보다 구글을 이용하겠다고 하는데, 구글에 검색해서 (일베 이미지가) 다 걸리는 거다. 모르나?

예를 들면 (일베 로고가 합성된) 연세대 마크, 고려대 마크, 다 구글 검색해서 걸린 거다. 그런데 또 구글 검색을 하겠다는 건가? 어떻게 하려는지, 그동안 문제된 내용을 전혀 모르고 나온 거 같다. 각 방송사가 일베에서 만든 이미지라든지 그런 걸 써서 문제가 왜 됐는지 모르고 나온 거 같다.

엄경철 팀장: 그래픽팀에서 만든 것이라 검증이 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함귀용 위원: 더 빠르고 편리하니 구글을 사용하는 것 같다. 월드컵 엠블럼이 KBS 자료에 없겠나? (사원번호 입력하고 등등) 그러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나. 자기들 편리하자고 실수를 계속하는 것 같다.

장낙인 상임위원: 이걸 방지책으로 제시하시면 대책이 될 리 없다.

함귀용 위원: 이대로라면 또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엄경철 팀장: 다시 마련하겠다.

김성묵 소위원장: 경각심을 가지길 바란다.

▲ 사진 왼쪽은 피파 공식 엠블럼이고, 오른쪽은 일베에서 제작한 엠블럼. 사진 속 동그라미 친 부분이 서로 다른 부분이다.

- 심의 의견

장낙인 상임위원: 행정지도 정도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지책이라고 가지고 온 내용을 보면, MBC나 SBS에서 한 방지책에 비하면 이건 방지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주의’ 의견.

박신서 위원: 이건 누적 점수를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각 방송사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저도 ‘주의’ 의견을 내겠다.

함귀용 위원: 똑같은 사안에 MBC가 권고를 받았기 때문에 저는 형평성 차원 ‘권고’가 맞다고 본다. 다만 KBS가 지난번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수를 했으니 경고차원에서 강하게 이야기를 하고 ‘권고’하자는 거였다. 전 ‘권고’.

∴권고 3인, 주의 2인. 권고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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