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TV조선과 채널A의 대주주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0일자 신문에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을 비판하는 보도와 칼럼(기자수첩)을 게재했다. 고 상임위원이 막말·편파·왜곡방송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종편의 공적책임과 공공성 등을 강조하며 "사회적 공기(公器)가 돼야 할 종편이 사회적 흉기로 변하고 있다"는 언론계 안팎의 평가를 인용한 것을 두고 자질 논란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신문 10면에 '고삼석 방통위원, 종편 관련 '흉기' 표현, "기본적 정책 합리성 포기" 자질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고삼석 상임위원이 2011년 개국 이후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고 있는 종편과 관련해 '사회적 흉기'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며 "특히 방통위의 주요 업무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증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 위원의 자질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 같은 발언은 고 위원의 종편 채널에 대한 정치적 이념적 편파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앞으로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황근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과)의 발언을 인용, "고 위원은 방통위 상임위원이 반드시 갖춰야 할 정책성 합리성을 포기했다", "상임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고 위원의 발언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의 발언이 아니라 종편을 없애기 위한 투사로서의 발언" 등의 비판을 전했다.
<조선일보>도 12면에 게재한 기자수첩 '종편이 흉기?…칼은 누가 들고 있나'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방통위의 상임위원 입에서 '흉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해당 사업자를 한 번 손보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11년 12월 출범한 종편은 현재 4사의 평균 시청률 합계가 6.5%(수도권 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를 넘어섰다. 10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항상 종편을 보고 있다. 지상파 3사 일색이던 환경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은 보도·교양·오락 등 모든 장르엣 새로운 볼거리를 즐기고 있다. 고 위원의 발언은 이런 종편 시청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규제 기관이 사업자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과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고삼석 상임위원을 향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언론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이날 성명을 내고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종편에 대한 외부 비판에 발끈하기보다 오히려 그 시간에 종편이 언론으로서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종편에 대해 "연예인 가족사나 들추는 자극적인 보도, 프로그램 출연자의 막말과 고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보도하기도 하고 심지어 거짓 사진을 써 문제가 되기도 했으며, 토론자들의 정치 편향 발언도 도를 넘어선지 오래일 뿐 아니라, MBN과 채널A, TV조선은 불법·편법 광고 영업 의혹으로 방통위의 전면적 조사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언론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도외시한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고 위원의 '흉기' 발언에 대해서도 "그 발언이 나온 자리는 종편이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 방통위원들이 시정명령을 부과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종편에 대한 쓴소리부터 칭찬, 격려까지 모든 다양한 비판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언론 보도를 인용해 '흉기로 변해가고 있다'는 종편의 비판을 소개 못할 자리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제로도 종편과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자신들의 문제제기가 적절치 못했음을 사과하고 바른 언론으로서 성숙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자신의 잘못은 눈 감고 '아몰랑' 한다면 정말 '흉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고삼석 상임위원도 이날 입장 표명을 위한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계획서와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은 방통위원의 기본 책무로, 이를 '자질'과 연계해 비난에 가까운 보도를 한 것은 결코 책임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고 상임위원은 "2014년도 일부 종편의 오보·막말·편파 방송이 전년에 빌해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확보 노력의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은 일부 종편이 방통위원의 정상적 직무수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행위"라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이어 "감정적 대응이 아닌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책 논쟁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며 "종편은 사업 승인 당시 국민과 했던 약속을 잘 지키면서 품격있는 방송, 공정한 방송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