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프(DIMF), 창작 뮤지컬계의 열린 실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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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Musical Play!]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대구에 간다. 뮤지컬 축제인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 때문이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국적과 내용이 반영된 세계 각국의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올해로 9회째다.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들은 관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개막작이었던 영국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을 필두로 체코 뮤지컬인 ‘팬텀 오브 런던’, 대만 작품인 ‘넌 리딩 클럽’, 독일어로 번안한 브로드웨이 히트작 ‘스위트 채러티’ 등이다. 우리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도 매진사례를 이루고 있다. 작품 자체도 재미있거니와 올해는 인기 그룹인 2AM의 이창민이 주인공인 칼라프 왕자 역으로 뮤지컬 배우 이건명과 더블 캐스팅돼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뮤지컬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자못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무대다.

▲ 딤프(DIMF)에서 공연된 대만의 창작뮤지컬 <넌 리딩 클럽> ⓒ딤프 홈페이지

세계 각국에는 공연으로 꾸미는 지역 축제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이나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 등이다. 뮤지컬의 도시인 뉴욕 맨해튼에도 비슷한 행사가 열린다.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NYMF)이라 명명된 여름 축제가 그것이다.

축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완성된 것이 아닌 개발 단계 혹은 초기 아이디어를 반영한 무대들이다. 영상물과 달리 공연예술인 뮤지컬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개발해 무대로 형상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하다. 질 좋은 쇠붙이를 얻어내기 위서는 인내심으로 담금질을 해야 하는 이치인 셈이다. 그래서 정식 공연을 오픈하기 전에 다양한 기회를 통해 완성도를 점검하고 공연을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연 축제가 좋은 작품을 개발하는 시공간의 역할을 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흥행작도 탄생하게 된다. 런던에서 인기를 누렸던 B급 뮤지컬 ‘제리 스프링어 디 오페라’가 그렇다. 이 작품은 미국 텔레비전의 3류 인생들이 등장하는 엽기 토크 프로그램 ‘제리 스프링어’쇼를 무대화한 경우다. 뮤지컬의 등장인물은 모두 엽기적이고 컬트스런 ‘진상’ 인생들이지만, 무대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들의 사연을 클래식 창법의 오페라 아리아로 구현한다. ‘점잖은 포맷의 막장 드라마’인 셈이다. 물론 공연 축제의 파격과 실험이 낳은 재미난 역발상의 산물이다. 에딘버러 프린지에서 첫 선을 보여 당시 영국 국립극장 예술 감독이었던 ‘미스 사이공’의 연출가 니콜라스 하이트너에 의해 발탁돼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가에서 수 년여 동안 인기를 누렸던 흥행 콘텐츠가 됐다.

딤프도 마찬가지다. 물론 국제 페스티벌답게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글로벌 작품들도 관심을 끌지만, 역시 좀 더 시선을 끄는 것은 초기 개발단계의 한국 창작 뮤지컬들이 경쟁하는 창작 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이다. 한 번도 상업적으로 공연되지 않았던 대본과 악보를 선발해 초연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재정적 지원과 공연의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초등학생이 수학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 홈리스들의 사연을 그린 ‘역전에 산다’, 미래의 성공을 꿈꾸는 찌질한 청춘들의 이야기인 ‘오스카 그래미 사이영’ 그리고 숫처녀 숫총각들이 서둘러 짝찾기를 한다는 기상천외한 코미디 ‘지구 멸망 30일전’이 각축을 벌인다. 가장 우수한 작품에게 주어지는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하면 이듬해 축제에 정식 초청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 자격도 주어진다.

사실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의 개발은 예술가들이 얼마나 마음껏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기왕이면 딤프가 우리 창작 뮤지컬계에 열린 실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콘텐츠 강국을 꿈꾸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지역 페스티벌을 통해 결실을 맺길 꿈꿔본다. 물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면, ‘꿩 먹고 알도 먹는’ 문화산업 부가가치 극대화의 바람직한 성과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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