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버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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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한의 촌방촌설村放寸說] 전주MBC ‘생방송 뷰’

‘전북의 하루를 조망하고 내일을 생각하는 매거진 프로그램’이라는 슬로건으로 전북의 안방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주MBC가 주 2회 제작하는 <생방송 뷰>가 그것이다. ‘뷰’는 당연히 영어 'VIEW'에서 나온 것인데, ‘보다’의 뜻을 담아 전북의 하루를 지켜보는 살아있는 매거진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의도는 언뜻 생각하면 평이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뜻의 속살을 파고들면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고 가 닿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Variety(다양한) Information(정보를) Exiting(흥미롭게) Window(보여주는 우리의 창) 이라는 뜻풀이를 접하고 나면 타이틀 선정에서부터 방송이 송출되기까지 제작진이 보여주는 꼼꼼한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 전주MBC ‘생방송 뷰’ ⓒ전주MBC

한 때 ‘매거진 프로그램’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명확하게 장르로 구분되기 어려운 명칭이지만 20여년 이상 매거진 프로그램은 다소 애매하지만 독자적인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교양물에 속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재미를 추구하는 비정형적인 종합선물세트식의 프로그램이라고 ‘매거진 프로그램’을 정의한다면 너무 거친 것인가. 어쨌거나 이런 매거진 프로그램은 지역방송의 TV매체 태동기에 큰 역할을 했던 포맷이다. 제작 노하우도 없고 각 장르별 전문가도 없는 상태의 초창기 지역방송 상황에서 그 주에 있었던 지역의 화젯거리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민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송 포맷이 바로 매거진 형식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매거진 프로가 가지는 단순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정성과 투박함은 지역민들에게 지역방송의 존재감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역방송과 매거진 프로그램

그러나 지역방송의 역량이 넓어지고 역사가 깊어지면서 매거진 프로그램은 본격 장르물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점점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매거진 프로그램의 분화가 진행되어왔던 것이다. 매거진 속의 지역 소식 아이템은 다양한 정보 프로그램으로 세분화되었고, 시사 아이템은 시사물로 그리고 오락적 요소는 본격 예능물로 치환되어 왔다. 이렇게 매거진 프로그램은 지역방송의 역사 속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의 산파 역할을 했지만, 정작 그 자신의 생명은 점점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지역MBC의 경우는 ‘전국시대’라는 전국단위의 공동제작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자체 매거진 프로그램의 입지가 더 좁혀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른바 지역 밀착성의 강화가 다시 지역방송의 화두로 자리 잡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공동제작 프로그램이 지역방송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준 플랫폼으로서 순기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성의 실종이라는 그늘을 드리운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지역밀착성의 약화는 지역방송계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게 된다. 다시 말해 방송 생태계가 혼탁한 경쟁 체계로 재편되고 지역방송사들의 다양한 생존 전략들이 백가쟁명 식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잊힌 매거진 프로그램이 다시 구원 투수로 등판하게 된다. 이른바 핫한 포맷으로 매거진 프로가 다시 호출된 것이다.

▲ 전주MBC ‘생방송 뷰’ ⓒ전주MBC

전주MBC의 <생방송 뷰>는 이런 의미에서 지역밀착성을 강화한 버전 2.0의 매거진 프로그램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자유로운 무형식의 매거진이 1.0버전이었다면 2,0버전은 더 정교하고 촘촘한 얼개를 갖추고 등장했다. 아이템을 따라서 프로그램이 틀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꼭지를 따라서 아이템이 배열되는 종합 잡지의 섹션과 같은 구성 형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이틀 월요일과 화요일에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는 이 프로그램은 매일 여섯 개의 코너와 꼭지로 꽉 채워진다. 코너의 다양함은 맛깔 나는 밥 한상을 안방에서 받아서 먹는 것 같은 풍성함을 지역민들에게 전달하기에 넉넉해 보인다. '간식이 떴다' '별난 그대' '미식탐험' '생생전북' '맛있는 한상' '전국은 지금' 'VIEW오늘' '현장 속으로' '전국보물지도' '우리시대 전북인' 'VIEW톡톡' 등 코너 제목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움을 전달할 수 있는 다종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코너 하나하나를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독립시켜도 충분할 만큼 구미를 당기는 제목들이다. 이게 바로 버전2.0 매거진의 진수가 아닐까. 버전 1.0이 뉴스 전달식의 소식지였다면 2.0 버전은 무크지 혹은 매거북을 표방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역방송의 화두는 역시 지역

▲ 전주MBC '생방송 뷰’ ⓒ전주MBC

<생방송 뷰>의 참신성은 홈페이지 구성에도 녹아들어있다. 홈페이지를 열면 마치 잡지책의 목차를 보는듯한 신선한 화면이 독자들을 반긴다.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지는 시청자들과의 활발한 소통도 눈길을 확 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홈페이지가 개편 초기의 거창한 포부와는 달리 나중에는 파리만 날리는 쓸쓸한 게시판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생방송 뷰>는 지역방송에서 보기 드물게 시청자들과 제작진의 글들로 모든 코너들이 활발하게 채워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지역과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지 증명하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터이다.

2012년 출범한 <생방송 뷰>는 벌써 3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짧지 않은 여정이고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3명의 PD가 만들던 시스템이 2인 제작 시스템으로 변하면서 제작진의 업무 강도는 코너의 완성도에 비례해서 계속 높아져 왔을 것이다. 아이템의 고갈도 PD들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고, 돌아서면 다가오는 촬영과 편집도 제작진들에게 불면의 밤을 강요했을 것이다. 더구나 생방송이라는 시스템은 제작진들의 고통을 배로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최인수 PD의 답변에 그 애환이 묻어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일 게다.

“매일 하루에 한 번 LTE를 통해 라이브로 현장을 연결했습니다. 기술부와 영상제작부와의 협업을 통해 99%의 LTE방송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생방송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었고 어느 방송보다 도민들의 곁에서 함께 한다는 프로그램이라는 각인을 새겼죠. 다른 계열사들도 인력부족으로 프로그램제작이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도 부족한 인력으로 제작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다른 PD들에게 도움 받으며 서로 도와가며 제작에 차질이 없도록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생방송 뷰>에는 음식 관련 코너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간식이 떴다’ ‘미식탐험’ ‘맛있는 한상’ 등이 그것인데,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요리 프로그램이 상종가를 치는 요즘의 트렌드를 미리 앞서간 기획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흔히 말하는 유명한 스타 셰프도 없고 화려한 레시피도 없다. 그러나 지역과 결합한 요리 프로그램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수 있음을 ‘생방송 뷰’는 보여준다. 전주가 어떤 곳인가. 음식으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바로 전주 아닌가. 중앙방송에서 서구식 요리가 판을 치는 분위기 속에서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향토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을 만드는 작업은 지역 PD가 마땅히 담당해야할 소명이자 즐거운 도전이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역민들의 아기자기한 사랑과 인연을 담은 코너 ‘간식이 떴다’는 우리네 이웃들이야말로 스타 셰프보다 더 값진 존재임을 일깨우는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최인수PD의 이야기에 그 속사정이 녹아들어있다.

“요리 프로그램은 지방의 한정된 제작비로는 접근하기 힘든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 내에서 발굴하고 갈고 닦는다면 지역소재로도 얼마든지 경쟁력은 있다고 보여 집니다. 음식은 전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중 하나입니다. 전주대 국제한식조리학교 교수 등에게 음식에 대한 자문도 구하며 제작하고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방송내용을 묻는 시청자의 전화를 많이 받을 땐 시청률을 떠나 제작진 모두 뿌듯해합니다.”

▲ 전주MBC ‘생방송 뷰’ ⓒ전주MBC

<생방송 뷰>는 이제 전북을 한눈에 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버전 2.0 매거진 시대의 선두 주자임을 자부하는 이 프로그램의 미래가 궁금하다.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 지역 방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결국 프로그램의 고민으로 회귀하는 시대에 <생방송 뷰>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근본으로의 귀환이라는 화두를 지역방송계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화두의 중심은 바로 지역밀착성이다. 결코 버릴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화두이다. 다시 최인수 PD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속에 간단명료한 답이 들어있다.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지역방송은 촌스럽고 재미도 없는 방송이라고 여겨집니다. 시청자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저희가 좀 더 좋은 지역의 소재들을 가지고 다가선다면 언젠가는 전북의 지역민들이 전주MBC의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게 ‘생방송 뷰’가 나아갈 방향, 아니 전주MBC가 가져야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모든 지역방송이 나아갈 방향이고 가져야할 목표라고 덧붙이고 싶다. 규모의 경제라는 울타리에 의존하는 습관이 몸에 물들기 전에 매일 매일 신발 끈을 새로 묶고 길을 나서야 한다. 그리고 연습해야 한다. 살가운 지역의 품으로 한없이 낮게 스며들기, 혹은 이슬비나 산들바람처럼 지역민들에게 쉼 없이 다가가기, 그리고 소리 없이 깊이 지역민들의 가슴 속에 뿌리내리기를 연습해야한다. 지역은 우리가 발붙일 대지이고 지역민은 우리가 섬겨야할 하늘이기 때문이다.

‘생방송 뷰’의 3.0시대도 벌써 기다려진다.

▲ 김욱한 포항MBC PD

*필자 김욱한 PD는 포항MBC 편성제작센터장이면서 PD연합회 대구경북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변방에서 낮게 나는 부엉이'라는 황당한 닉네임을 스스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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