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톡] MBC ‘PD수첩’ - 예술가는 왜 항상 배가 고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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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톡] MBC ‘PD수첩’ - 예술가는 왜 항상 배가 고파야 하는가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7.15 0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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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수첩> ⓒMBC

“지난 6월 말, 두 명의 배우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2012년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작활동으로 버는 한 달 수입이 50만 원 이하인 문화예술인이 무려 51.4%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2, 제3의 최고은을 막자며 만든 최고은법은 왜 두 배우의 죽음을 막지 못할걸까요?”(박상일 책임프로듀서)

2011년, 촉망받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숨졌다. 나이 32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사인은 지병과 생활고. 그녀의 죽음은 열악한 예술인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가 이어졌고,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2015년 6월. 두 명의 배우가 또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배우 김운하 씨와 배우 판영진 씨.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이유 역시 생활고였다. 실력을 인정받았던 두 배우. 뛰어난 두 예술가가 외롭게 고통 받다 죽어야 했던 이유는 또다시 생활고였다. 최고은 법이 제정된지 벌써 4년, 대체 예술가들은 왜 아직까지도 생활고로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고 예술인 긴급복지 사업이 시작됐지만 두 배우는 세상을 떠났다. 예산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월 소득 110만 원 이하의 예술인을 선정해 3500명에게 300만원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집행된 복지지원금은 0원이었다.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서 정책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조정 등으로 예산집행이 늦어져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부가 예산 집행을 미루는 사이 두 배우는 목숨을 잃었고, 여기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자 그제야 지원사업을 시작한다는 공고가 떴다.

“예술가는 항상 배가 고파야 된다는 그런 것을 우리가 벗어나야 한다. 시스템을 통해서나 뭔가 어떤 지원을 통해서 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렇다. 예술가는 생활고를 겪어야 하는 이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왜, 법을 제정하고 긴급복지 사업을 시작해놓고서도 예술인은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왜 사람이 죽어나간 이후에야 부랴부랴 대처 아닌 대처를 하는가.

더 이상 아까운 예술가들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기를. 최고은 법의 원래 목적대로 예술가들을 위한 안전망이 잘 갖춰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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