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길환영 해임 1년만에 느닷없이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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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길환영 해임 1년만에 느닷없이 '중징계'
세월호 책임 전 사장 출근저지한 9명 인사조치···“조대현 사장 연임 꼼수, 노조 무력화”
  • 김연지 기자
  • 승인 2015.07.16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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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섰던 KBS 구성원들에 중징계가 내려져 내외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발생 1년이 넘어 내려진 징계다.

지난 15일 저녁 KBS는 작년 투쟁 당시 길환영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섰던 9명에게 정직과 감봉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9명은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의 집행부와 조합원들로, 권오훈 위원장, 함철 부위원장, 김성일 사무처장, 정홍규 공추위 간사, 이경호 전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다른 조합원들도 정직 2개월, 감봉 6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앞서 KBS본부는 작년 5월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폭로되자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작년 6월 길 전 사장 퇴진, 작년 7월 조대현 사장 취임이 이어졌으나 정작 투쟁에 나선 구성원들은 작년 12월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KBS본부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사건 발생 1년 2개월 만에 또 다시 징계사항을 통지받았다.

이번 징계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조대현 KBS 사장이 연임을 위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내려진 징계인데다가 2014년 양대 노조가 함께 공동투쟁에 나섰음에도 유독 KBS본부 조합원에게만 중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집행부에게 내려진 정직 4개월의 기간은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과정과 겹친다. 조 사장은 오는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 KBS 구성원들이 지난해 6월 28일 오후 3시 30분부터 KBS이사회가 열리는 길목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 가결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또한 지난 해 세월호 보도 사태에서 비롯된 길환영 퇴진 투쟁은 KBS의 제작자율성과 보도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징계를 내린 것은 조 사장이 길 전 사장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KBS본부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KBS를 파탄으로 내몰았던 길환영 사장의 퇴진투쟁은 공영방송을 바로 잡기 위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투쟁이었다”라며 “길환영 퇴진 덕분에 사장 자리에 앉은 조대현 사장은 무슨 염치로 후배들을 자신의 연임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징계인사를 남발하고 보도독립성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게 조 사장의 민낯”이라며 “조대현 사장은 후배들을 제물삼아 연임하겠다는 헛된 야욕을 버리고 부당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은 부당징계와 노조탄압, 정권홍보방송으로 청와대에 무한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연임의 낙점을 얻어 보려는 뻔한 수법을 걷어치워라”라며 “손에 피를 묻히면서 연임에 목매는 조대현 사장과 그 부역자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 PD협회(협회장 안주식, 이하 PD협회)도 성명을 통해 조 사장을 규탄했다. PD협회는 “이번 징계결정은 사장 자신이 KBS의 보도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의 길이 아니라, ‘길환영의 길’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며 “조대현 사장은 오욕의 역사를 남기지 말고 지금 즉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KBS노동조합은 이번 징계에 대해 “조대현 사장이 연임 야욕을 드러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 자신은 ‘확고부동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를 다시 노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도 “공정방송 주장 조합원 징계, 조대현은 KBS 사장 자격 없다!”라고 성명서를 내고 “조대현 사장은 공정방송을 지키고자 했던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등 오히려 앞장서서 공영방송 KBS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올 하반기 KBS 사장 선임을 염두어 두고 정치권력에 구애의 신호를 보내려 하는 것이냐”며 “조대현 사장이 해야 할 일은 수가 빤히 보이는 ‘꼼수 플레이’가 아니라 정도를 걷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도 성명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내부 구성원들을 찍어 누르고 ‘공정방송’과 ‘방송의 독립성’ 요구에는 외면으로 일관하는 경영진, 그리고 그런 행위를 묵인·방조 내지는 조장하는 이사진들”이라고 비판하며 “공영방송 MBC에서 김재철 전 사장 이래로 벌어져 오고 있는 상황들이 현 시점의 KBS에 정확하게 오버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내달 있을 KBS 이사진 선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MBC본부는 “잘못된 리더 한 명이 멀쩡한 공영방송을 얼마나 순식간에 망가뜨릴 수 있는지 MBC의 사례를 통해 여실히 보아오지 않았는가”라며 “그런 잘못된 리더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것이 바로 이사진”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앞으로 다가 온 MBC와 KBS 차기 이사 선임에 있어 공영언론 본연의 가치인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가 하는 점이 제일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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