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화이트 스완’ 성형지상주의·병원 홍보 등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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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제작진 의견진술 결정…성형외과의사회 “‘렛미인’ 폐지해야”

사연 많은 출연자들의 외모를 고쳐주는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 <렛미인> 시즌5(Story on,·tvN)과 <화이트 스완>(JTBC)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지난 1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어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치유와 성장’을 강조하며 사실상 외모를 바꿔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콘셉트의 두 프로그램이 성형수술의 효과를 강조하며 외모 차별을 당연시하는 결과를 낳고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병원광고를 하고 있다는 시청자 민원에 따라 심의를 진행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심의가 제재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통상 ‘제작진 의견진술’은 재승인(지상파 방송의 경우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소가 되는 ‘주의’(벌점 1점) 이상의 법정제재 가능성이 있을 때 행하는 절차이나, 두 프로그램에 대해선 제재 수위의 문제를 떠나 의견진술을 청취하자는 전제를 한 까닭이다.

이 배경엔 두 프로그램이 외모 지상주의에 입각했다기보다 시술이 불가피한 이들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되찾아주는 공익 차원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하는 시각이 있다. 함귀용 위원은 <렛미인>에 대한 의견진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번 시즌 속) 지원자들을 보면 시술이 불가피하다”며 “예뻐지려 (성형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찾기 위한 과정인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 JTBC <화이트 스완> 6월 1일 방송 ⓒ화면캡쳐

이 같은 발언은 <렛미인>과 <화이트 스완>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지점과 일치한다. <렛미인>은 홈페이지에서 “콤플렉스를 당당한 자신감으로! 지원자들의 치유와 성장을 통해 보여 준 인생 변화!”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고 있으며, <화이트 스완> 역시 “외모가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 받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중략) 본인의 개성, 장점, 능력,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메이크 오버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미(美) 당당한 자신감을 찾아가는 인생 메이크 오버쇼”라고 방송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민원을 제기한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는 두 프로그램에 대해 “출연자의 수술 전 외모와 삶을 최대한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출연자의 우울증 원인이 외모 때문이고 외모를 변형시켰을 때 우울증은 해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화이트 스완> 6월 1일 방송), “외모로 인해 고용 차별을 받은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하면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출연자가 성형수술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만을 부각하는 것은 외모 차별을 당연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렛미인 6월 5일 방송) 등의 지적을 전하고 있다. 방송심의규정 제21조(인권보호) 3항(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 또는 학력․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뤄선 안 된다)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민우회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은 병원 등에 대한 홍보 효과다. 현행법에 따라 성형외과를 비롯한 병원은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제작 지원은 가능하지만 이 사실을, 다시 말해 협찬 사실을 알려서도 안 된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의 경우 사실상 노골적으로 방송을 통해 병원을 홍보하고 있다는 게 민우회의 주장이다.

민우회는 두 프로그램에 대해 “각 분야의 ‘재능기부’에 의해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2조 1항에 따르면 ‘협찬’은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장소 등을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형외과 등의 병원으로부터 용역과 인력, 장소 등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협찬을 통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협찬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했을 때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방송에서 출연자의 성형 전후와 수술 과정 등을 보여주면서 사실상 성형수술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협찬주인 성형외과에 광고효과를 얻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렛미인>(6월 5일 방송)의 경우 특정 화장품의 사용법을 피부 관리사의 말과 자막을 통해 방송했다. 상표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해당 제품을 가까이 보여줌으로써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는 게 지적으로 민우회는 “해당 제품의 간접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설정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간접광고가 프로그램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tvN <렛미인> 6월 5일 방송 ⓒ화면캡쳐

민우회는 일련의 부분들에서 두 프로그램이 방송심의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 4항(방송은 의료행위나 약품 등과 관련한 사항을 다룰 때에는 시청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을 하여서는 안 된다)과 제46조(광고효과) 1항(방송은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이나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줘선 안 된다) 1호(상품 등의 상호 또는 효능·기능 등을 자막·음성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방식) 위반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방송소위에서 김성묵 부위원장은 “‘쇼닥터’는 분명 규제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는 쇼닥터 문제와 결부하는 건 심하지 않나”라며 “이 사람들(출연 의사들)이 이걸 갖고 성형 미인을 만들려 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이 방송들에선)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박신서 위원은 “과거 MBC <일밤>의 ‘러브하우스’라는 코너를 보면 취지와 방송 내용은 공익적이었으나 재능기부를 했던 디자이너(건축가) 선전이 너무 돼서 방송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외국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을 보면 성형을 통해 최선의 미인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출연자의 가족들 사진 등을 참고해 위화감 없이 보기 좋게 하는 식”이라며 취지와 별개로 여전히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에 개선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도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에 강경한 입장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17일 <렛미인>과 관련해 발표한 의견서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는 외모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원들에게 성형 지원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준다는 것이었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미용 전신 성형에 치중해 지원자가 불편을 겪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과도하게 성형을 시행, 고정화 된 미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방송은 성형수술 부작용 고지를 누락하고 회복 과정을 생략해 성형수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 과도한 수술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어 “현행 의료법 상 방송매체를 통한 의료 광고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찬이라는 명목 하에 출연 병원이 간접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방송 프로그램 홍보를 통한 효과로 환자가 몰리면 대리수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출연자에 대한 문제 또한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최근 불법 성형 대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병원의 원장이 방송에 출연했고, 검증되지 않은 시술로 환자를 유인 알선한 후 금전적 이득만 취하고 폐업한 사건도 있다”며 “이는 환자를 기만하고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위험한 행위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외모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렛미인> 프로그램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심위의 <렛미인>, <화이트 스완> 제작진 의견진술 청취는 이르면 오는 22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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