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라디오의 미래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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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라디오의 미래를 고민하다
[지상중계] 넥스트라디오포럼 이진희 PD의 '라디오데이즈 유럽 2015' 참관기
  • 강만지 한국PD연합회 사무국
  • 승인 2015.07.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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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이진희 KBS PD. ⓒ한국PD연합회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YTN 카페에서 다섯번 째 ‘넥스트 라디오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3월 밀라노에서 열린 '라디오데이즈 유럽 2015'를 다녀온 이진희 KBS 라디오 PD가 발제를 맡아 유럽의 라디오 동향과 디지털 전환, 우리나라 라디오의 미래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라디오데이즈 유럽'은 공영‧민영 방송사,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라디오 종합 박람회로, 현재 유럽과 미주뿐 아니라 중미, 아시아도 참석하고 있다. 북유럽의 공영방송에서 처음 시작해 유럽 각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60개국 100명 이상의 연사들이 참석했다. ‘넥스트 라디오 포럼’은 급변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라디오 이후의 라디오(Next Radio)’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라디오 PD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리다.

이진희 PD는 '라디오데이즈 유럽'을 다녀와서 “유럽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이 잘 갖춰 있고, 특히 BBC의 경우는 1만 명의 청취 패턴을 분석해 자료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라디오가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술적인 측면이나 청취자 행태조사가 부실하다”며 “이들이 갖춰져야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PD는 지난 2005년 KBS 라디오 PD로 입사해 <김구라의 가요광장>, <지식충전소 김희수입니다>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했으며, 현재 KBS 라디오센터 디지털 서비스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이진희 PD의 강의와 질의응답 중 주요 내용 정리다.

BEING DIGITAL

‘라디오 콘텐츠를 디지털로 바꾼다’는 개념은 크게 세부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듣는 방법을 바꾸고, 보는 방법을 바꾸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 TV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완전 전환된 상태이지만 현재 라디오는 병행 상태다. TV는 디지털화에 대비해서 많은 전자회사에서 움직여서 산업이 커졌지만 라디오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라디오가 향후 자연재해나, 전쟁, 유사시를 대비한 매체로 전락할 수 있다. 반면 유럽은 디지털 전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노르웨이는 FM라디오 방송 종료를 선언했으며 스위스, 영국 등은 디지털로 전환중이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라디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비트, 밀크 등 스트리밍 라디오뿐 아니라 사진 이미지 위주인 인스타그램, 음악과 영상과 이미지들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스브스뉴스, 피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을 통해 콘텐츠 공유도 활발히 일어난다. 최근 카카오톡도 자체 채널을 오픈해 디지털 콘텐츠를 실어나르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래 청취자 확보 필요

유럽 라디오업계의 화두는 ‘미래 청취자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스웨덴 사례를 소개하자면, 스웨덴의 프로듀서는 청취자 500명의 생활패턴을 분석해 연령에 맞게 타켓을 세분화 해 인터넷 전용 채널 세 개를 만들었다. 13~19세, 15~25세, 20~35세로 구분했고, 항상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기를 원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층을 위해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되 음악과 음악 사이에 30초~1분가량의 짧은 뉴스를 넣었다. 뉴스의 경우도 추가적으로 동영상이나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제공한다. 또 터키의 미디어그룹인 KARAVAL에서는 아침 생방송 쇼를 진행하는 데,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을 제작해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제작 시작 2년 만에 전체 라디오 방송 중에 3위를 기록했다. 외국 방송 전체에서는 1등을 해냈다. 인상적인 점은, 7명의 프로듀서 중 2명의 라디오 PD를 제외한 5명이 웹프로듀서라는 점이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할 때는 자국뿐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보고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 지상파, 팟캐스트 성공 사례

한국 지상파 팟캐스트는 주로 정치나 어학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만든 팟캐스트는 순위가 별로 높지 않다. 하지만 미국 공영방송 NPR은 미국 내 상위 27개 팟캐스트 중 9개를 차지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편성 시간이나 심의 규제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무조건 낚시성 제목이 아니라 공유 가능성이 높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미국의 NPR의 한 프로듀서는 ‘죽음, 성 그리고 돈 (DEATH, SEX AND MONEY)’이라는 팟캐스트를 제작해,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끌어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방송이었다.

한편, BBC의 ’플레이리스터(Playlister)’는 PD가 직접 선곡한 음원이나 BBC의 프로그램에 나온 음악들을 모아서 스포티파이(Spotify)나 유튜브(Youtube)를 통해 서비스 하는 플랫폼으로, 2년만에 성공을 거두었다.

콘텐츠를 제공할 때, 어플리케이션의 나쁜 예를 들자면, 어플리케이션 크기만 그대로 키워서 태블릿 PC 포맷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식으로 제작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사례로는 BBC 어플리케이션을 들 수 있다. 영국 내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라디오 앱으로는 제일 잘 만들었다고 여러 회사가 꼽았다. 인상적인 점은, 7명의 프로듀서 중 2명의 라디오 PD를 제외한 5명이 웹프로듀서라는 점이다.

호주도 라디오 프로그램 1-2명이 제작하고, 2~3배의 웹디자인 인원이 붙어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인력이나 제작비도 이런 디지털 환경에 맞게 운영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디지털예산, 라디오 예산 따로 쓰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 디지털 예산으로 100% 돌린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 좋은 것은 IT부서 밑에 디지털 부서를 두는 것이다. KBS는 따로 디지털 부서를 만들었다. 디지털 업무를 중심으로 여러 업무를 배치하는 게 가장 좋다. 하나의 외주제작사들처럼 자체적인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유럽 국가 디지털부서의 공통점이다.

넥스트 라디오 데이즈에서 만나자

▲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YTN 카페에서 열린 다섯번 째 ‘넥스트 라디오 포럼’ 참가자들. ⓒ한국PD연합회

행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큐레이션’이다. 주목을 받으려면 큐레이션을 한 사람이 유명가거나 컴퓨터 알고리즘을 잘 짜야 한다. 모바일메신저 ‘스냅챗’에서 독자가 콘텐츠를 계속 볼 건지 말 건지는 4초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라디오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뉴스타파가 제작한 한 콘텐츠가 조회수 1만회를 기록했지만, 똑같은 콘텐츠를 다시 제작한 피키캐스트 조회수가 29만회로 수십 배에 달했다. 유럽에서는 라디오가 성행하고 있고, 더 잘하자는 분위기 속에서 차량용 라디오에 대한 전략적 기획을 하고. 라디오 PD들이 차 구조와 이벤트를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행사가 치러지고 있지만,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나 엔지니어들이 ‘라디오데이즈’가 아니라 ‘오디오데이즈’라고 명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라디오데이즈 유럽’에는 현직 실무자들이 오기 때문에 막연한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제작 현장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령 SNS 운용을 할 때, ‘한명이라도 깊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라’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때는 ‘라디오 외부에서 사람을 고용하고 생각을 새롭게 해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팟캐스트 제작을 할 때 기획회의나 업로드 일자에 관한 압박감 등 생생한 경험담을 나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올해부터 ‘라디오데이즈 유럽’의 행사 현장을 보여주는 동영상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동영상을 보더라도 수십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 현지 행사를 참관하고 네트워킹하는 것이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 3월로 예정된 행사에는 많은 라디오 PD들이 가면 좋겠다.

Q. ‘라디오데이즈 유럽’에 가서 발표한 주제는?

A. “아날로그 라디오 PD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이런 실수를 했다”는 식으로 발표를 했다. 원소스멀티유즈(OSMU : 한 가지 콘텐츠로 여러 가지를 상품화 한다는 의미)는 힘들다. 멀티유즈를 하려고 하니까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원소스는 원유즈로 사용하는 게 맞다고본다. 또, “디지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아날로그 업무 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줘라”라고 말했다. 서로 모르면 자꾸 CS 부서처럼 되기 때문에 실제로 일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환경에 맞게 라디오PD도 변화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가 좋아서 라디오PD가 됐고, 집에 인터넷도 없고 이전에는 SNS도 안했다. 사람들이 그럼 일을 할 때 힘들지 않느냐고 하는데, “아날로그 적이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Q.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내 의사결정권자들의 반응은?

A. 사실 이번에는 자비로 다녀왔다. 윗분들이 가실 의향이 있을지 궁금하다. 행사기간 3~4일 동안 열심히 뛰어 다니며 들어야 해서 실무자들이 가는 게 좋을듯하다. 부장급이나 팀장급이 가도 좋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매해 가다보니 해가 지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달랐다. 현장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많은 라디오PD들이 내년에는 이 행사에 가면 좋겠다.

▲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라디오 데이즈 유럽 2015' 행사 장면. ⓒ라디오 데이즈 유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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