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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낭비 방심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

[방심위 잇단 패소, 무엇을 말하나] ② 5년만에 대법 승소한 ‘추적60분’ 강윤기 PD 김연지 기자l승인2015.07.21 17: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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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KBS <추적 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이하 ‘천안함’ 편)이 방송됐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합리적 근거를 들어 의혹을 제기한 방송이었다. 그런데 2011년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천안함’ 편이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을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내렸다. 제작진은 이에 불복했고, 제재조치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기나긴 싸움이 이어졌다.

2015년 6월, 4년 반 만에 드디어 싸움이 끝났다. 추적60분의 완승이었다.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추적60분>은 완벽하게 완승했다. 그러나 싸움은 끝났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제작진은 억울함을 느껴야 했다. 제작진은 심의 결과에 따라 ‘벌칙’을 받아야 했지만, 잘못된 심의를 내렸다고 판정받은 방심위는 그 어떤 ‘벌칙’도 받지 않았다. 4년 반의 시간 동안 싸움을 계속해야 했던 제작진은 방심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천안함’ 편을 연출한 강윤기 KBS PD를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 강윤기 KBS PD. ⓒPD저널

-4년 반의 소송이 끝났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소송이 잘 끝난 점은 기쁘다. 사실 방통위와의 관계 때문에 회사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여기까지 무사히 왔고 잘 마쳐서 다행이다. 명예회복을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4년 반의 시간 동안 어떤 심정이었나.

나의 경우 프로그램과 회사에 대한 징계이다 보니, 직접적으로 개인이 보상을 해야 하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는 류의 소송에 휘말린 동료에 비하면 힘들었다고는 말하기엔 부끄럽다. 다만 너무나 명백한, 다툼의 여지가 없는 부분에서 징계를 받았다는 점이 억울했다. 정말로 실수라도 했으면 안 억울했을텐데(웃음). 방심위는 우리가 왜곡·과장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대체 어디가 왜곡·과장인지 알 수 없는 걸 4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끌어 온 게 어이가 없다.

-징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당황했을 것 같다.

이전까지는 방심위의 정치적 심의 문제가 크게 드러난 일이 많지 않았다. 이 소송이 ‘정치 심의’와 관련해 처음으로 제기된 소송, 거의 첫 번째 케이스였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방심위 회의록을 보니 ‘아, 이 사람들은 방송을 안 봤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방송이 어떻게 제작됐고 어떻게 사안을 다루었는지는 방송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방송을 심의한다는 분들이 이 방송을 봤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발언을 하고 있더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었다.

사실 방송 당시 언론중재위원회까지 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철저하게 팩트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엄격한 정제를 통해 취재한 부분을 몇 가지 삭제하기도 했다.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내가 스스로 입증을 못한 부분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 같아 잘라냈다. 그래서 누구도 시비걸 수 없는, 객관성이 검증된 부분만을 담으려 했다.

▲ KBS '추적 60분' 천안함편 ⓒ화면캡쳐

-징계를 받을 만한 근거가 없었다는 말이다.

1심과 2심 판결문을 읽어봐도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판결문에 줄을 그어가며 몇 번을 읽었는데, 모든 항목에서 전혀 징계 근거가 없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4년 반이나 소송을 끌어오면서 항소와 상고를 했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

-억울한 징계를 받은 셈이다.

결론적으로는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이 났지만, 4년 반 동안 입은 피해가 클 것이다. 관련 아이템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고, 제작진은 위축됐을 것이다. 방송 심의와 징계 남용, 이런 소송이 갖는 가장 부정적인 효과는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PD나 기자들이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강단 있는 사람이라도 소송이 걸리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번처럼 징계가 부당하다고 결론이 났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방심위 결과에 따라 징계를 받으면 법적으로 방송에서 고지를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징계 무효판결이 났을 경우에 방통위가 공고를 해야 한다든지, 뉴스에서 공지를 해야 한다든지, 이런 규정이 전혀 없다. 자기들이 잘못을 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이건 정말 언론계와 법조계가 논의를 해봐야 할 사안이다. 제작자와 회사의 명예가 억울하게 훼손되는 일 아닌가.

-징계를 받고 실제로 많이 위축이 되었나.

당연히 위축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후속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징계를 받았고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후속방송에 내보내려던 내용들은 법원에 제출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계속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템이 제한되고, 설령 그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정부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땐 징계 걱정을 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도 우리 언론 환경을 보면 그렇게 되고 있지 않나.

-방심위는 ‘천안함’ 편이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 등을 위반했다고 심의했다. 언론인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 같다.

간접광고나 선정성 문제 등에 대한 심의는 표현의 수위 문제이기 때문에 ‘양심’과는 다른 문제다. 저널리즘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을 위반했다는 심의 결과는 우리가 프로그램을 편파적으로 만들었고 왜곡·과장했다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로서는 명예가 훼손된 것이고, 아주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천안함 사건은 아직도 동북아 평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엄청나게 큰 사건인데, 그런 사건을 나와 우리 동료들, KBS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이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을 상실한 채로 만들었다는 심의 결과가 나온 건 자존심이 상할 뿐 아니라 회사에 누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 KBS '추적60분-천안함' 편 대법원 판결서 ⓒPD저널

-결국 재판에서 이겼다.

정말 조심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천안함’ 편은 ‘불방’ 될 뻔 한 프로그램이다. 회사 내에서도 꺼려할 만한 아이템이지 않나. 하지만 우리가 객관적인 증명을 가져왔기 때문에 방송이 될 수 있었다. 데스크에서도 이 아이템을 꺼려하면서도 특종감이라는 걸 인정했던 이유다. 우리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방심위는 법적지위로는 독립된 기구이지만, 심의위원도 여야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 위촉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무늬만 자율기관, 사실상 행정기구이자 검열기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방심위 위원들을 자질이나 합리적 경험을 보고 뽑지 않고, 여야 6:3으로 추천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언론을 심의하는 구성원을 여야추천에 따라 비율을 정해 나눈다는 건 언론 통제를 여당이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자유 침해다. 이런 구조 하에서라면 유사한 소송과 판결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 뿐 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유사한 판결이 나올 것이다. 그 동안 방심위는 계속 패소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 때마다 상소할 것이다. 되풀이 될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답답한 점은 없었나.

소송이 계속 미뤄지고 재판부가 빈번하게 바뀌곤 했다. 1심 재판부는 2번이나 바뀌었다. 재판이 계속 미뤄지는데, 그 과정이 너무 지치더라. 매번 이유서, 답변서, 논문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사실 나도 바쁜 와중에 그걸 열심히 제출하면 재판부가 바뀌어서 원점이 되는 것이다. 논쟁이 끝난 문제가 다시 또 제기되고. 사실 대법까지 지켜보게 될지 몰랐고,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다. 다툼의 여지가 없으니까. 4년 반 동안 1심부터 대법까지 지켜보면서 ‘방심위 징계 풀경험자’가 됐다. 그래서 회사 내에 방심위나 행정소송 관련된 사안이 있으면 문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웃음)

▲ 강윤기 KBS PD. ⓒPD저널

-1·2심 판결문이 인상적이었다. 공적인 토의는 결코 억제되어서는 안 되며 언론자유는 광범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는 내용, 공정성·객관성·균형성에 대해 양적 균형의 문제로 파악하면 양시양비론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고, 특히 ‘천안함’ 편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주관적 관점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는 내용이었다. ‘천안함’ 편은 공정성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익성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판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알권리 충족과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인정받은 셈이다.

판결문을 몇 번이나 정독했다. 읽다보니 감동적인, 울컥한 부분이 있었다. 양적 균형의 틀에 갇히지 않고 탐사 프로그램의 특성을 인정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건 우리가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인정해 준 부분이었다. 모든 지점에서 징계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언론과 공영방송으로서, 탐사 프로그램으로서 역할을 다 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이 상당히 뿌듯했다.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기에 이후 언론학자나 여러 단체 등에서도 판결 관련 자료 요청을 많이 했다.

-이번 소송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의 교훈을 남겼다. 첫째, 심의제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자꾸 가고 있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 양상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일들이 우리 언론과 정부와 방심위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그렇게 송사에 휘말리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합법적인 언론 자유 침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되풀이되는 소모적인 법적 다툼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방송심의제도에 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론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천안함’ 편이 제기한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공론화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파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팩트 중심의 합리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소송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제기한 의혹이 합리적이라는 것, 천암함에 실제로 의혹이 있고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다. 천안함이 어뢰에 피격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어뢰에 피격된 게 사실일지라도 그걸 증명하기 위해 국방부와 정부가 내세운 이유들과 근거들이 상당 부분 거짓이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합조단의 결과 보고서가 거짓이라고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합리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 부분을 공론화해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아마 공론화되기 어려울 것이다.(웃음) 관심을 안 가지니까. 하지만 이 두 가지 부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김연지 기자  onmymind@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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