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노래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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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노래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성공
[김교석의 티적티적]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5.07.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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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새롭게 선보인 <복면가왕>은 <마이리틀텔레비전>과 함께 2015년 지상파 예능의 최대 히트상품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소재도 장르도, 콘셉트도 전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같다. 바로 시청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소통의 극대화다. <마리텔>은 아예 섭외부터 진행까지 시청자들이 방송의 한 축을 맡고, <복면가왕>은 시청자들이 스스로 스포일러를 자제하고 모른 척 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지켜나간다.

가수는 자신의 신분을 복면으로 가린 채 오로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복면가왕>의 이런 콘셉트는 신선하다. 그런 한편으로 서바이벌쇼를 통해 학습된 이른바 ‘가창 예능’의 범주 안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창 예능은 스케일이 큰 편곡, 과거를 전설화하는 추억 스토리텔링, 스타일보단 성량과 가창력에 의존하면서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는 이른바 젊은 세대의 <열린 음악회>라 할 수 있다. 노래를 통한 감동을 예능의 재미로 이끌어낸 <나는 가수다>는 그 시초이자 정점이었고, 모창가수와 진짜 가수를 구별해내는 <히든싱어>를 거치면서 시청자들은 감동은 물론 지켜봐야 할 스토리라인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복면가왕>은 이런 일련의 가창 예능의 흐름 안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신선한 면도 있지만 또 한 편의 가창 예능이라는 피로도도 있었다.

▲ MBC '복면가왕' ⓒMBC

그런데 <복면가왕>은 양면에다 서로 다른 잼을 바른 토스트처럼 시청자들을 두 가지 재미로 잡아끈다. 그 한 가지는 물론 가창이다. 그 어떤 무대보다 문호가 열려 있다는 데서 반전이 있고, 감동은 배가 된다. 산들은 눈물을 흘리고, 거물 작곡가 김형석은 연일 극찬을 쏟아내며 김구라마저도 놀랐다는 듯 턱을 연신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가수다> 때처럼 노래에 감동을 받고, 잊힌 명곡들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복면가왕>이 편견, 선입견 없이 인생 재발견 혹은 재기라는 콘셉트로 노래의 감동에만 포커스를 뒀다면 여러 가창 프로그램들을 접한 지금 이토록 큰 인기를 끌진 않았을 것이다.

<복면가왕>만의 또 다른, 그리고 이 프로그램만의 재미는 바로 “누구야?”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추리에 있다. 큰 각본 하에 각 게임이 진행되는 프로레슬링처럼 가왕이 탄생하고 방어전을 치르는 나름의 스토리라인이 존재한다. 이 스토리를 유지하는 핵심이 바로 노래를 듣고 감동하는 와중에 머릿속 한편에서 저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복면이다.

복면을 벗어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일지, 유명 아이돌이나 생각지도 못한 거물일지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개그 부스러기’라고 치부하기도 하고, ‘틀리면 아예 사라지겠다’는 장담도 난무한다. 연예인 평가단의 가설을 참고로 시청자들은 가면을 벗을 때까지 계속 누구인지 추측하고, 그 궁금증이 고조됐을 때 복면을 벗은 가수를 기다리고 반긴다. 이런 예능적 장치를 통해서 쉽게 질릴 수 있는 노래의 감동을 보완하고 복면 가수에 대한 반가움과 응원으로 감동을 확장한다.

 여기서 여타 가창 예능과 다른 <복면가왕>를 즐기는 시청자들의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프로그램의 생명과도 같은 복면의 정체를 알아채거나 김성주의 실수로 탄로가 나도 쉬쉬하고 모른척하고 즐긴다. 생경한 풍경이다. 김연우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는 걸 모르는 출연자와 시청자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김이 새거나 방송의 틀이 무너지지 않았다. 방청객과 출연자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저 무대를 기대한다. 복면의 정체를 넘어서 방송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복면가왕>과 시청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식상해지자 감동은 이내 신파가 됐다. <복면가왕>은 ‘추리’와 ‘토크’라는 예능적 장치와 궁금증으로 노래의 감동 밖에서도 확실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진행자 김성주와 김구라를 축으로 한 연예인 평가단이 주고받는 토크의 재미에 녹아들면서 노래에 빠져들지 않더라도 감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숨구멍을 얻었다. 복면의 정체를 이미 알아채도 파티는 계속된다. 오늘은 누가 나올지 기대가 계속된다. 이것이 바로 무대만을 강조했던 <나는 가수다>와의 차이다. <복면가왕>이 이룩한 가장 훌륭한 성과는 복면이란 콘셉트와 함께 시청자들과 나눈 착한 소통이다. 예능 역사상 이렇게 마음 넓은 시청자들을 만든 프로그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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